우치다 야스오 회장(좌측)과 카네기오 노리히로 회장  ⓒ지재호 기자
우치다 야스오 회장(좌측)과 카네기오 노리히로 회장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어린이놀이터는 아이들의 웃음이 가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전’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재미와 도전’을 찾아볼 수 없는 ‘전혀 흥미롭지 않은’ 시설로 치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원인과 그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됐다.

지난 7일(목)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이사장 노영일)이 창립10주년을 맞아 ‘안전만을 위한 어린이놀이시설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한일국제세미나를 더 플라자호텔 오키드홀에서 개최됐다.

오창길 서울놀이터시민네트워크(준비위) 공동대표는 “아이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좋은 놀이터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계와 정책, 이용자들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가 중요하다”면서 “70년에서 80년대에 처음 놀이공간이 등장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놀이시설 전국 7만 곳이 모두 변해야 한다. 그러나 관할 교육청이나 시청 등에는 전문가가 없다. 놀이 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조강연을 한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  ⓒ지재호 기자
기조강연을 한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 ⓒ지재호 기자

 

기조강연자로 나선 오창길 서울놀이터시민네트워크준비위 공동대표 ⓒ지재호 기자
오창길 서울놀이터시민네트워크준비위 공동대표 ⓒ지재호 기자

 

오 대표는 서울의 경우 시와 자치구의 놀이터 업무 분할로 인해 시 놀이터 전반에 대한 통합적 체계가 미비하고 과도한 안전기준으로 단조로운 조합놀이대와 놀이터 유해화학물질, 폭염과 미세먼지 등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지 못하는 환경이 놀이의 가치와 놀이기회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놀이터 담당자의 잦은 교체나 고정된 담당 부서가 따로 있지 않아 마을의 놀이터 관련 민관 논의구조가 형성되지 못한 것과 낮은 놀이터 활용도, 놀이터 조성 예산 집중이외 운영과 관리에 대한 예산 부족으로 인한 지속성 단절 등 기조강연에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는 영국의 Sutcliffe Play와 네덜란드 Carve, 덴마크 Monstrum, 독일 타발루가 놀이터 등 어린이놀이시설 해외사례 및 통합놀이터에 관해 짚어나갔다.

김 대표는 이들 사례를 통해 각각의 신체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놀이시설 디자인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색상에 대한 시각적인 부분과 높이와 손잡이 등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섬세한 디자인으로 몸이 불편한 아이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 노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통합놀이터를 하나의 테마로 이용하는 놀이터로 볼 게 아니라 디테일하게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통합놀이터라고해서 거창하게 휠체어만을 생각하는 방식의 놀이시설 디자인만을 추구하는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설파한 것이다.

김 대표는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놀 수 있는 게 아니라 혼자서도 재미있는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한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한 메시지를 담아 강조했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일본의 놀이터 문제에 관한 실정은 어떨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우치다 야스오(Uchida Yasuo) 일본공원시설업협회(JPFA) 회장과 카네기오 노리히로(Kanekiyo Norihiro) Landscape 컨설턴트협회 회장이 ‘일본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기준’과 ‘일본 어린이공원 제도와 운영’에 관한 주제로 발표했다.

우치다 야스오 회장은 일본의 경우 안전기준은 사단법인 일본공원시설업협회(이하 JPFA)가 만들고 지켜나가고 있으며 국가에서는 지난해부터 법률상 1년에 1회 정기점검을 전문기술자가 하도록 지침을 정했을 뿐이라고 말해 정부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한 규제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해 참석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안전’만을 중시하며 정부가 전체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식의 우리나라 문화와는 격차가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놀이시설 안전관리사와 공원시설제품정비사들이 놀이시설제품의 설계부터 판매, 안전인증 갱신까지 맡고 있다. 또한 놀이시설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관리자가 매일 공원 놀이시설을 점검하고 바닥에 유리조각 등 위험요소들을 제거하는 등 일상점검이 규칙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우치다 회장은 설명했다. 여기서 만약 시설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전문가에게 통보해 전문가들이 직접 점검을 하도록 하고 있어 이원체제를 통한 분담 관리가 확실하게 진행된다는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례이다.

우치다 회장은 “도쿄에서는 이상점검강습회를 15년 전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 일본 전국에서 2만 3000명 정도로 올해를 포함하면 2만 5000명 정도가 점검 및 실습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이는 전문가 점검도 중요하지만 일상점검도 중요하기 때문에 강습회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JPFA가 도시공원의 놀이시설 안전 확보에 관한 지침에 따라 아이들의 놀이 가치를 존중하고 중대한 사고를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 지켜나간다는 절차로 보인다.

 

ⓒ지재호 기자
(우측부터) 우치다 야스오 회장, 카네기오 노리히리 회장, 한규희 어번닉스 대표  ⓒ지재호 기자

 

일본의 안전기준은 ‘JPFA-SP-S : 2014’로 목적과 대상, 특성, 용어해설, 인용규격과 기준, 일반규정을 담고 있으며 ‘JPFA-QSMS-S : 2016’ 인증을 획득한 기업만이 놀이시설의 설계와 제조, 판매, 시공, 점검, 수리 등 적합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인증 절차는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외부 감사기관이 ISO 심사위원이 실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JPFA-QSMS에는 ISO9001 기준이 포함돼 있기에 인증획득은 어려운 실사검증이 기다리고 있고 3년에 한 번씩 ISO 감사원이 감사를 수행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어린이놀이시설 정책마련에 있어 검토해 볼만 사항으로 주목된다.

카네기오 노리히로 회장은 일본은 근린공원을 축으로 아이들이 걸어갈 수 있는 부근에 공원을 조성토록 하고 있다. 외부로는 지구공원이 1km간격으로 설치했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가 시작되면서 어린이공원에 아이들이 사라지면서 지난 1993년 도시공원법이 개정됐다.

주요 내용의 핵심은 아이들이 없는 만큼 노인들이 이용하기 쉬운 공원으로 바꿔달라는 요구에 의한 개정으로 기존 ‘어린이공원’에서 ‘지구공원’으로 명칭이 바뀐 것이다.

이를 통해 지구의 실상에 맞춰서 정비해도 좋다는 것으로 법률이 바뀌면서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변화와 사회적 변화를 감안한 대응 방안으로 보인다.

카네기오 회장은 “오늘 안전이 주제지만 안전이 보장되는 놀이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자기 책임으로 놀이터를 만드는 것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툭하면 다친다고 소송만 당한다면 만드는 사람도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우리나라 현실의 무거운 사회를 되돌아보게 일갈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김부식 본지 대표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김연금 대표와 오창길 대표, 조윤주 서울시 공원녹지정책과 팀장, 조승호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 선임연구원, 송영탁 가이아글로벌 부사장, 이형철 디자인파크개발 부사장이 패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한국조경신문]

 

발표가 끝난 후 종합토론에서 각층의 분야별 토론이 이어졌다. ⓒ지재호 기자
발표가 끝난 후 종합토론에서 각층의 분야별 토론이 이어졌다. ⓒ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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