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대한민국 도시숲 설계공모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상명대 환경조경학과 팀(정성철, 김효인, 이소연)
제11회 대한민국 도시숲 설계공모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상명대 환경조경학과 팀(정성철, 김효인, 이소연)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미세먼지 저감 및 도시열섬 완화는 물론 쾌적한 정주환경 개선을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제11회 대한민국 도시숲 설계공모대전’ 최우수상에 상명대 환경조경학과 팀의 ‘빛바랜 작업복에 물든 숨, 쉴 틈’이 선정됐다. 산업단지가 밀집돼 있는 울산을 대상지로 선정한 이들은 열악한 대기환경에 노출돼 있는 울산 지역 노동자 및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 팀은 “숲은 모든 계층이 공평하게 누려야 한다”며 도시숲이 가장 필요한 곳을 울산으로 꼽았다.

올해 초 국제 학술지 ‘국제환경’에 수록된 전국 7개 대도시 대상으로 대기 오염물질과 사망률 관계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화석연료 소비가 많은 공업도시 울산이 서울보다 압도적으로 사망률이 높았다. 수상작은 계절에 상관없이 연중 미세먼지 함유 독성물질에 영향 받는 울산지역에 주목해 미세먼지 개선을 위한 도시숲을 전략적으로 구체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29일(화) 이번 도시숲설계공모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상명대 환경조경학과팀의 김효인·정성철·이소연을 만나 도시숲설계안을 들어봤다.

 

도시숲 설계공모전에서 최우수작품에 선정됐다. 어떻게 도전하게 됐나?

김효인 자주 가는 연구실에서 만나 수업도 같이 듣고 과제도 함께 하다 보니 팀을 구성하게 됐다. 졸업하려면 공모전에 참가해야하는 학교 규정이 있다. 공모전 참여를 못한 상태라 급한 마음이었는데 팀을 하자고 제안하게 됐다. 앞서 두 개 공모전도 이 친구들과 같이 진행했다. 올해 청주가드닝페스티벌 학생부 정원에 1차로 합격해 조성했다. 두 명이 인턴과정에 있어서 공모전 준비하는 데 시간이 촉박했다.

정성철 작년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공모전이었다. 이번 기회에 좋은 멤버 만나서 만족스런 결과를 냈다.

이소연 공모전에 나가야 졸업할 수 있다.(웃음) 멤버를 찾아야 했는데 (효인)언니가 같이 참가하자고 제안했다. 졸업도 하고 스펙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대상지를 울산으로 선정한 배경이 있다면?

정성철 도시숲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공익성이다. 시놉시스를 쓰면서 영감 얻었던 게 ‘그림자들의 섬’이란 다큐멘터리다. 부산 한진중공업 조선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근무환경에 대한 얘기였다. 울산은 산업단지 근로자들이 많다. 여기서 일하고 있는 울산 근로자들이나 시민들이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돼 있다. 우리나라 경제부흥기에 가장 많이 노력했던 분들인데 그들을 위한 도시숲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대상지를 울산으로 선정하게 됐다.

김효인 대상지 선정에 대한 이야기에 초를 치는 건지 모르겠다. 주제 뽑는 데 다큐멘터리가 중심이 됐다면 처음 대상지 정할 때에는 좀 더 토양개선 중심으로 도시숲 개선을 말해보자 해서 물이 없는 공간으로 선택해 이야기를 덧붙인 건데, 결국 도시숲이다보니 물이 필요하게 되더라. 처음 대상지 정할 때랑 살짝 노선이 바뀐 상태로 조성하게 됐다. 울산이 공업도시인 것도 이야기하기 좋았다.

이소연 국제학술지 통계에서도 나왔듯 울산이 특히 미세먼지로 알려진 도시라 선정하게 됐다.

정성철 2차 발표 심사 때 심사위원들로부터 너무 한 계층(산업단지 근로자)에 맞춰 접근한 게 아니냐고 질문 받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이것이 도시숲의 공익성에 가깝다고 답했다. 이를 가장 큰 키포인트로 잡고 설계안을 구상했다.

 

정성철
정성철

‘상쾌한 공기, 쾌적한 삶 도시숲’을 주제로 한 ‘빛바랜 작업복에 물든 숨, 쉴틈’의 콘셉트를 설명한다면?

정성철 총 세 가지로 접근했다. 타깃을 울산시민들과 산업단지 근로자로 해 대상지 분석하니 식재환경이 열악했다. 주차장이나 중간 중간 집도 있고 도시숲 조성하기에 토양 자체가 질도 많이 떨어졌다. 첫 번째 전략은 토양개선과 지역에 맞는 식재로 설정하는 것이었다. 토양개선 위해 녹비작물을 심는 후글컬처로 접근했다. 녹비작물을 수확한 후 남은 건초를 흙속에 넣어 자연스럽게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장치다. 대부분 통나무나 벌목한 고사나무를 넣는데 건초를 넣으면 효율이 더 좋다. 주변에 있는 무룡산의 식생분포도를 보니 남부지역이니 곰솔림이나 신갈나무, 참나무가 있었다. 식생모델을 곰솔림, 참나무림, 남부 상록활엽수인 가시나무림 세 가지로 정해 숲을 만들고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생장시킬 수 있도록 밀식속성생장법을 적용해 10년 사이 천이할 수 있는 방법을 도입했다.

지형이 평탄해 숲을 조성하려면 언덕이나 구릉도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전략은 지형을 어떻게 만들까였다. 미세먼지를 효율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숲 모델을 몇 가지 골랐다. 좌측에 철도가 지나가 소음을 막기 위해 방음숲, 곰솔나무나 침엽수림을 식재한 차단숲, 참나무림을 식재한 저감숲. 남아있는 미세먼지를 물로 잡아낼 수 있는 공간인 내려앉는숲으로 설계했다. 또 우측으로는 산업단지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일차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가장자리숲을 조성했다. 여기엔 미세먼지나 유해물질에 강한 남부수종인 아왜나무나 가시나무림을 식재했다. 그 사이에는 식생체류지를 만들어 빗물 이용해 기온을 떨어뜨리고 열섬효과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 세 번째 전략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까였다. 근처 울산시민이나 산업단지 근로자들이 잠시 쉬는 시간 이 공간에 들러 자연으로부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복지 개념을 적용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산업단지 근로자뿐만 아니라 이번 우리가 잡았던 설계공모작 제목처럼 작업복을 벗고 시민으로 돌아왔을 때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시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도시숲을 부연한다면?

김효인 공간 배치를 중심으로 말해보면, 도시숲이든 공원이든 공공성이 중요하다. 애초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시 노동자를 위한 숲이라 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두 가지 유형의 루트를 제시했다. 한 가지는 근처 노동자들이 짧은 시간 쉴만한 루트라면 다른 한 가지는 노동자들이 퇴근했을 때나 주말 어린이든 노인이든 울산 시민들이 쉴 수 있는 한 시간 이상의 루트다. 처음 심사위원들이 공공성이 떨어지지 않느냐 노동자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냐 물었을 때 노동자를 모티브로 한 것은 맞지만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포함해 설계한 숲이다. 메인 단어를 노동자로 썼다고 여기에 한정시킬 수는 없다.

정성철 복지라는 개념으로 보면, 사람들이 공원을 이용하려면 일정정도 휴식시간이 있고 여유 있어야 접근하게 된다. 바쁜 사람들은 이용하기 어렵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울산 산업단지 근로자들이 생업하기 바쁘니 다른 공간으로도 제공할 수 있고. 다른 산업단지에서도 내부 미세먼지로 건강을 많이 위협받는데 근로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담아낼 수 있는 도시숲으로 설계하고자 했다.

이소연 도시숲공모전이라 도시공원과 다르게 접근했다. 최대한 나무가 많이 들어가고 식생에 초점을 뒀다. 시설물도 최대한 배제해 설계했다.

 

도시숲에 대한 평소 아이디어가 있었나

김효인 자료 찾을 때 우리와 비슷한 설계가 있었다. 이번 제10회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 수상한 시흥 시화공단에 있는 중앙완충녹지(곰솔누리숲)다. 시흥이 울산과 여건이 비슷한 장소다. 이 공간에서 미세먼저 저감돼 개선된 부분이 좋다. 이렇게 공업단지 쪽으로 도시숲이 들어서는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아쉬웠던 점은 도시숲이라 만들어놓은 정말 숲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있는 반면 시흥은 공원 같은 느낌에 가까웠다. 결국엔 사람이 이용해야하므로 이렇게 설계를 했지만 좀 더 사람들이 다니는 동선을 줄이고 숲처럼 꾸몄으면 했다. 우리가 공모한 도시숲공모작이 사람보다 숲 중심이 됐으면 했다.

정성철 조경공간은 건축과 달리 보다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민들이 외면한 공간 속에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옮길 수 있게 하는 역할이 크다. 결국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도시숲에서 숲이 우선돼야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활동할 수 있을까, 그것이 의도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공간에 대한 것도 고민했다. 그것이 시설적인 요소가 아닐지라도 환경적인 요소로 접근할 수도 있고. 그러면 장소에 대한 역사성을 더 기억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소연 도시숲인데 공원에 가깝게 가는 게 아닌가했다. 시설물보다 식생 위주 숲처럼 만드는 방향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소연
이소연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3학년이다. 앞으로 진로 계획은?

정성철 지난 3년 동안 도전한 공모전 결과나 설계안을 졸업 전 정리할 것이다. 졸업 후 설계회사에 지원할 생각이다. 따로 준비하고 있는 포트폴리오가 있는데 이번엔 추모공원을 해볼까한다. 9.11 추모공원이나 베를린 유대인학살 추모공원을 보면서 사람들이 공감하고 외면하지 않는 추모공원 조성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대상지는 대전 골령골이다. 한국전쟁 때 사람들이 많이 학살됐던 곳이다. 여기를 공원화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그 장소를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 구상 중이다.

김효인 이제 졸업했으니 설계회사 취업을 지망하고 있다. 캐드나 도면에 대한 로망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막상 취업하려보니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낀다. 도시숲공모전에서 취우수상을 수상했으니 자신감도 붙었다. 공모전 도전으로 실력도 늘고 자격증 취득도 중요하지만 막상 실제 취업해서 쓸 수 있는 실력인가 의문이 든다. 건축에서도 조경을 배우고 토목에서도 조경을 한다. 조경이 여기저기 치인다고 하는데 조경학과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고 학교 커리큘럼을 제대로 잡아준다면 좋겠다.

정성철 공모전 준비하면서 같이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공모전에서 큰 상을 받아서 기분도 좋고 팀원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소연 아직 진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 언니가 말한 것처럼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졸업하기 전까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뿐 아니라 조경기사를 포함해서 여러 자격증에도 도전할 예정이고, 영어 공부도 할 생각이다. 인턴활동 중에 “소연아, 설계회사에서 많이 굴러봐야 돼”라는 말을 들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팀원들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앞으로의 어떤 일에 있어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부딪혀 배우고 역량을 쌓을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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