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시작된 지 10년이 흐른 가운데 ‘평화’를 주제로 남북경계선과 인접한 파주에서 치러진 올해 박람회는 어느 해보다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비록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박람회 공식행사는 취소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인 한반도의 상처를 딛고 치유와 화해의 바람을 정원으로 조성함으로써 평화라는 스토리텔링을 나름의 시선으로 써갔다. 
그 중 쇼가든 부문 정원공모전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너머’의 경우 독개다리, 임진강 등 역사 속에 남겨진 휴전과 미완의 구체적 대상지를 정원에 들여옴으로써 분단국인 한반도의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줬다. 
임진강의 생태경관을 수풀누리에서 재현한 정원 ‘너머’의 홍광호 가든디자이너(씨토포스 소장)는 “개방과 폐쇄의 경관”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자연소재 시설물”과 “겨울경관을 고려한 식재콘셉트”를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디자인이라 설명했다. 
다음은 지난 17일(목)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홍 소장과 본지와의 일문일답이다.

제7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쇼가든 부문 대상 수상자인 홍광호 씨토포스 소장
제7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쇼가든 부문 대상 수상자인 홍광호 씨토포스 소장

박람회에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파주와 평화라는 주제가 연결돼 일반인들에게 인지가 확실할 거라 생각했다. 지난해 부천에서 치른 정원박람회가 휴게라는 큰 주제인 반면 이번은 평화가 주제라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랐다. 주제 전달력도 강했다고 본다. 대상지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작업하기도 좋았다. 

이번 정원박람회는 주제가 명확해 대상작 ‘너머’ 포함, 전체적으로 남북평화라는 주제에 충실한 크고 작은 서사가 있어 스토리텔링도 다양하다. 작품에 대해 설명한다면?
(시설물 대부분)자연적 소재를 활용했는데 인공적인 자재는 시간이 흐르면 노화되고 보기 싫지만 자연소재는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독개다리도 원래 철재로 선택했지만 질감이 좋아 목재로 바꿨다. 벌어지고 휘는 것 자체도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조적담도 최소화했고 그 사이사이 식재해 최대한 이질감 나지 않게 설계했다. 
대상지 북쪽을 바라보면 독개다리와 임진강이 보인다. 철거된 독개다리도 그렇고 임진강도 쉽게 오갈 수 있는 강이 아니다. 자연경계선이 된 대상지가 갖고 있는 경관의 이 두 가지 요소 갖고 공간을 꾸며보자 생각했다. 돌수로는 임진강을, 독개다리는 전망대 형태를 모티브로 해 걷다 나오면서 주변 경관을 차경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다. 
원래보다 담장을 많이 낮췄다. 그린라이트랑 임진강 사이 조적담장을 세워 ‘장벽’을 사이로 닫혔다 열리는 경관을 의도했다. 그러나 (담벽을)가로막는 장벽뿐 아니라 낮춰질 수 있다는 개념으로 확장해 스토리를 구성했다. 
동선에 대해 설명하면, 처음 입구로 들어가면 데크 길이 지그재그로 나있다. 다양한 시퀀스를 보여주고자 한 의도다.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식재경관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진입하면 시야를 가리는 그라스가 나오고 그곳을 나가면 전망대의 시작점이 보이게 된다. 길 따라 다시 나오면 의자에 앉아 꽃밭을 바라보며 쉴 수 있고 정원원을 빠져 나가는 순환구조다.

홍광호의 '너머'
홍광호의 '너머'

세부 디자인 요소에 대해 부연한다면?
입구에 걸린 ‘너머’라는 글자가 벽으로부터 띄어 있다. 해가 뜰 때나 질 때 벽에 투영되는 형태를 의도한 것이다. 일단 그림자 갖고 얘기하면 목재 루버로 만든 전망대에 서면 그림자 따라 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고정된 공간이지만 시간에 따라 다양한 그림자를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루버가 가진 장점이 전체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감추듯 보여주는 재미가 있어서 이런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파주가 굉장히 추운 지역이다. 박람회 개최 시기가 가을이라 가을 식재 위주다. 겨울경관과 내년 봄 경관이 궁금하다. 식재 설계는 어떻게 했나? 
처음 계획할 때 머릿속에서 그린 경관을 중심으로 식재계획을 우선 잡았고 농장을 방문해 월동 가능한 유사 식물로 일부 교체했다. 전체적으로 그라스를 중심에 두고 꽃이 주는 힘을 더했다. 꽃과 그라스를 섞어서 공간을 한꺼번에 보여주기보다 걷다 마지막 지점에서 꽃밭을 보여주자 한 개념에서 건천 중심으로 호스타 등 반음지식물 중심으로 식재하게 됐다. 호스타 3종, 억새 3종 등 동일한 식물이지만 다양한 품종으로 심었다. 같은 그라스지만 이삭 꽃피는 게 흰색이나 불그스름하거나 각각 다르다. 다른 질감 주는 품종으로 단조로움을 극복하려고 했다. 
겨울경관도 고려했다. 그래서 초화류 경우 버베나, 리아트리스, 에키네시아, 층꽃 등 꽃대가 남는 식물로 선택했다. 갈변된 그라스와 꽃대가 있는 식물이 심기면 그 자체로 겨울경관이 된다. 그리고 공조팝, 말발도리, 진달래 같은 관목을 초화 사이사이 심어 계절감을 보완했으며, 상록수로 글라우카가문비로 사계절 경관을 계획했다. 

이번 박람회에 정원 출품 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처음 작품발표회를 했을 때 디자인 방향 등 정원디자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마치 심의 받는 듯 했다. (작품 조성 시 발생될)문제는 발표회가 끝나고 실무자 협의할 때 정리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저희가 발표한 건 공간에 대해 설계개념 갖고 발표한 거니까 주제가 평화를 상징하는지 여부, 이런 주제가 부가되면 평화 주제에 적합하지 않나 등 계획의도나 방향에 맞는 얘기를 좀 더 해주셨으면 도움이 됐을 것이다. 

씨토포스에서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앞으로 계획은? 
박람회 나오게 된 계기가 평화라는 주제의 정원을 온전히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보통 회사 프로젝트는 서서울호수공원, 북서울꿈의숲, 동탄 워터프런트 등 큰 공원이 많다. 큰 공간이 주는 감동이 있지만 24m×12m 규모의 작은 공간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힘은 분명 있다. 박람회나 개인주택, 건축주의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는데 이런 작은 공간에서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정원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한국조경신문]

홍광호의 '너머'
홍광호의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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