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김효원 기자]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공원학개론’을 취재하며 한 시민의 질문이 정말 인상 깊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맥락은 이러했다.

“문화비축기지는 옛 석유비축기지가 생산해 온 기록을 토대로 콘텐츠를 재생산한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떠한가. 과거를 재생산하는 콘텐츠는 현재 사랑받고 있지만, 미래에는 외면 받지 않을까?” 미처 생각지 못한 질문을 받은 토론자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 질문은 기자에게도 ‘뼈 때리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기사를 쓰는 일과 과거 기록을 토대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지만 공통점을 하나 찾을 수 있다. 기사를 쓰기 전 과거 기록을 참고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기사도 일종의 재생산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의성’이다.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사건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그래서 기사의 유통기한은 매우 짧다. 

이미 지나간 기사는 인터넷 페이지 어딘가 또는 도서관 구석 먼지에 쌓여 묻혀 있다. 누군가 한 번씩 찾아 줄 때마다 잠시 생명력을 발휘할 뿐이다. 누가, 언제, 얼마나 그 기록물을 찾을 것인가는 예측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현재’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과거’의 기록물을 끄집어 내 트렌드에 맞춰 콘텐츠로 재생산하는 것이 문화비축기지에서 하고 있는 일인 것 같다. 관심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또 미래 콘텐츠까지 고민해야 하는 숙명.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있을 문제이기도 하다. 

질문으로 돌아가서, 과거 콘텐츠로 인해 현재를 담지 못한다면 미래는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명확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막연히 기록을 재생산을 하는 일도 과거에만 매달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중요한 건 얼마나 관심 받느냐보다는 기록을 하고, 분류하고, 보관한다는 것 아닐까. 누군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기 시작한다면, 그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관심과 애정을 갖고 키우는 식물이 더 잘 자라듯, 기록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한국조경신문]

키워드
#기자수첩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