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개발이라는 유령의 손길이 아직 뻗치지 않은 남산 아래 오래된 동네 해방촌이 꽃과 식물이 아름다운 골목으로 선보였다.

해방촌은 지난 주 막 내린 서울정원박람회의 주요 개최지다. 2015년 기존의 노후된 도시공원을 리모델링하며 처음 월드컵공원에서 개최된 서울정원박람회는 올해부터 도심 속 마을과 골목을 이으며 도시재생형 박람회로 선회하며 정원박람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렸다.

지난 3일 개막 첫날 방문객들이 해방촌 신흥시장으로 몰려들며 곳곳의 화단과 정원은 인기 있는 포토 존으로 각광받았다. 때 아닌 인파와 차량으로 낯선 기분을 토로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직접 심은 꽃으로 가꿔진 골목과 화단을 보며 내심 뿌듯해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준비 단계부터 조경 전문가들이 마을주민들과 이야기하고 소통하며 정원교육을 진행하며 박람회 후 정원 유지관리에 대한 인식을 이끌어내며 지속가능한 정원박람회의 비전을 제시했다. 정원박람회가 마을을 변화시킨 건 분명하다.

박람회가 열리기 전까지 기자에게 해방촌은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거공동체 ‘빈집’으로 기억된다. 가난한 도시청년, 이주민, 예술가, 활동가들이 모여 들면서 새로운 주거공동체들이 생겨났다. 그런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권영화가 상영됐던 이곳 ‘빈집’ 공동체의 대안공간 ‘해방촌이야기’는 올해 다시 방문했을 때 더 이상 그 곳에 없었다. 70년 역사의 해방촌 신흥시장 내 가게들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바로 아래 경리단길에서 불붙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부터 이곳 해방촌 또한 자유로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의 여파도 부동산 거품에 한몫했을 터다. 해방촌의 임대료는 너무 가파르게 상승했고 상가 세입자들이 쫓겨난 장소에는 sns 배경사진으로 이름난 예쁜 가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의 주거공간과 가장 가깝고 공원 소외지역을 들어 해방촌이 서울정원박람회 대상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개발의 대안처럼 전국 각지에서 붐처럼 일어난 도시재생사업 부작용이 다름 아닌 젠트리피케이션임을 상기할 때 주거문제 해결이라는 안전장치가 없는 한 도시재생은 허울에 불과하다. 해방촌 정원박람회장 형형색색 꽃으로 장식된 골목을 나오며 마을에서 쫓겨난 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증은 쉬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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