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쇼가든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홍광호의 '너머'
2019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쇼가든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홍광호의 '너머'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평화의 정원(부제:하나가 되는, 정원으로)’라는 주제로 제7회 경기정원박람회 공모전에서 수상한 정원들이 지난 11일(금)부터 파주 수풀누리에서 전시됐다.

올해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쇼가든 부문에는 너른 들판을 차경해 건천 습지원으로 조성한 홍광호(씨토포스)의 ‘너머’가 대상을 거머쥐었다.

임춘화 심사위원(아이디얼 가든 대표)은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시작된 지 만 10년을 맞게 되었는데 작가 정원의 수준은 칭찬하고 싶을 만큼 높아졌다”고 평했다. 특히 “대상인 ‘너머’는 주제를 표현한 디자인도 제목에서 주는 느낌만큼 통일에 대한 우리의 소망을 훌륭하게 표현했으며 시공 품질에 있어서도 유지 가능한 수준으로 아주 훌륭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박람회 정원의 문제점이었던 식재디자인 또한 유지가능하며 주제 표현이나 미적인 면에서도 자연스럽게 잘 연출한 것이 돋보였다”고 덧붙였다.

쇼가든부문 최우수상으로는 전쟁으로 강제된 비무장지대를 회복과 치유의 공간으로 역설한 김지학·최재혁·김제인(오픈니스 스튜디오)의 ‘숲의 시선, 치유의 시간’이 수상했다.

리빙가든 부문 대상작으로는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모티브로 평화를 염원한 김수현, 고법(신구대 환경조경과)의 ‘파란 발걸음’이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시상식은 오는 17일(목) 경기북부청사에서 진행된다.

한편, 올해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공식행사는 취소됐으나 지난 11일(목)부터 사흘간 방문객들의 전시정원 관람은 예년처럼 진행됐다. 전시정원은 박람회 개최지인 파주 수풀누리에서 존치돼 관리된다. 

 

[쇼가든]

대상

‘너머’, 홍광호(씨토포스)

홍광호, '너머'
홍광호, '너머'
홍광호, '너머'

 

분단 이후 자연스럽게 남북 경계선이 돼버린 임진강의 서사를 다룬 정원으로, 오랜 세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수풀이 우거진 구릉지와 습지가 있는 임진강의 생태 경관, 파주의 들판을 정원디자인에 반영했다.

한국전쟁 당시 파괴된 철교 하행선을 개조해 만든 독개다리 의미와 흔적을 정원으로 풀었다. 독개다리를 형상화한 다리를 지나면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파주의 들판을 수평적 경관으로 해석한 고요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파주 고유석재인 파주석을 활용해 건천을 조성함으로써 임진강이라는 역사적 공간을 떠올리게 했다.

 

최우수상

‘숲의 시선, 치유의 시간’, 김지학·최재혁·김제인(오픈니스 스튜디오)

전쟁의 상흔을 품은 채 반세기를 보낸 DMZ는 이제 역설적이게도 생태계보고가 됐다. 정원은 자연이 스며들어 치유하는 시간을 모티브로 조성됐다. “대지의 가장 깊은 상처”인 참호에 주목한 정원은 지난 시간들을 위로하고 인간과 대지의 온전한 회복을 은유하기 위해 그라스류와 야생화로 자연스러운 식재를 유도했다. 높은 마운딩으로 조성한 숲 공간과 참호모양의 선큰구조 대지로써 단절을 넘어 소통과 개방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지학, 최재혁, 김제인, '숲의시선 치유의 시간'
 김지학, 최재혁, 김제인, '숲의시선 치유의 시간'
김지학·최재혁·김제인, ‘숲의 시선, 치유의 시간’

 

우수상

‘외할머니의 미소’, 강사라·최병길(조경디자인 이레/Lab D+H)

외할머니의 ‘미소 속 주름’에서 떠올린 정원으로, 희망과 절망이 교차된 외할머니의 인생을 다양한 공간과 동선으로 구분해 연출했다. 고단한 세월이 있는 반면 긍정적 기억이 공존하는 정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거친 질감의 수종과 다채로운 식재로 계획했으며 습지식물과 이끼류가 있는 빗물습지를 통해 감정의 화해와 해소를 의도했다.

강사라·최병길, ‘외할머니의 미소’
강사라·최병길, ‘외할머니의 미소’

 

강사라·최병길, ‘외할머니의 미소’
강사라·최병길, ‘외할머니의 미소’

 

‘자연에게 바라는 기대’, 고태영(디자인 가든)

정원을 횡단하는 하얀색의 ‘평화의 벽’이라는 시각적 장치를 통해 그동안 단절된 공간을 자연으로 연결하고자 했다. 벽이라는 차단된 시설물은 감상자의 동선을 이끌며 오히려 경관변화의 연속성을 느끼게 한다. 오랫동안 평온하게 남북을 이으며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DMZ를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으로 분리된 분단의 상징적 공간이자 통일에 대한 바람이 응축된 공간으로 전했다.

고태영, ‘자연에게 바라는 기대’
고태영, ‘자연에게 바라는 기대’
고태영, ‘자연에게 바라는 기대’
고태영, ‘자연에게 바라는 기대’

 

‘추모’, 김광중((주)그린팜)

전쟁에 참전했던 할아버지가 잠든 추모공원에서 영감 받은 정원이다. 전쟁 희생자들에 헌사하고 한반도 평화를 기리기 위해 양옆에 늘어선 묘를 상징하는 규칙적인 콘크리트 배열로 형상했다. 또한, 곡선의 부드러운 키 큰 야생화들을 식재함으로써 차갑고 직선적인 콘크리트와 대조적인 이미지를 계획했다.

김광중, ‘추모’
김광중, ‘추모’
김광중, ‘추모’
김광중, ‘추모’

 

‘Internal Peace’, 송민원·안형주·최진호·김현근(시대조경)

철책에 둘러싸여 자연의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는 DMZ의 긴장감을 “오롯이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경험”에서 디자인됐다. 남북으로 가로막힌 DMZ의 폐쇄성과 동시에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공간화하기 위해 곡선의 흰색 벽으로 구조화했으며, 벽 너머 보이는 정원은 경관의 반전으로 작용한다.

송민원·안형주·최진호·김현근, ‘Internal Peace’
송민원·안형주·최진호·김현근, ‘Internal Peace’
송민원·안형주·최진호·김현근, ‘Internal Peace’
송민원·안형주·최진호·김현근, ‘Internal Peace’

 

[리빙가든]

대상

‘파란 발걸음’, 김수현, 고법(신구대 환경조경과)

평화를 향한 첫걸음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한 정원으로 파란색의 도보다리로 상징되는 디딤목이 정원입구에 배치됐다. 도보다리가 철책을 관통하는 모습을 동선으로 계획해 국경을 넘어서는 모습을 연상케 했으며, 동선 중간 원형의 티 테이블과 데크로써 화해, 영원, 공존의 의미를 부여했다.

김수현, 고법, ‘파란 발걸음’
김수현, 고법, ‘파란 발걸음’

최우수상

‘난춘 뒤 난춘’, 이동화, 강재현, 박제홍, 최아람, 한다은(신구대 환경조경과)

‘어지러운 봄 뒤 찾아오는 따뜻한 봄’(亂春 뒤 煖春)처럼 정원 통일 전과 통일 후의 시간이라는 두 개의 대조적 공간으로 나눠 디자인했다. 평화가 찾아온 시대 새로운 공간으로 안내하는 장치로써 두 개의 난춘역(‘亂春驛’, ‘暖春驛’)을 통해 시대상을 담았다. 전쟁으로 끊어진 철로와 가로막힌 가벽으로 조성된 과거의 공간을 지나면 평화의 시대를 상징하는 밝은 색채의 정원이 등장한다.

이동화, 강재현, 박제홍, 최아람, 한다은, ‘난춘 뒤 난춘’
이동화, 강재현, 박제홍, 최아람, 한다은, ‘난춘 뒤 난춘’

 

우수상

‘일상다반’, 강성수, 김병찬, 김병철, 남호용, 박성훈, 박지현, 안준석, 원광식(서울시립대 조경학과)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온 그날, 한민족이 다 같이 식탁에 둘러앉은 ‘일상다반’의 풍경을 정원으로 형상화했다. 입구 쪽을 걷다보면 설치된 높은 벽이 점차 낮아지면서 마침내 길의 끝에 등장하는 식탁의 장면을 통해 풍요로운 정원 속 일상의 평화를 그렸다.

강성수, 김병찬, 김병철, 남호용, 박성훈, 박지현, 안준석, 원광식, '일상다반'
강성수, 김병찬, 김병철, 남호용, 박성훈, 박지현, 안준석, 원광식, '일상다반'

 

‘마루에 마주 앉아’, 이소희, 김병도, 이현진, 조승주(신구대학교식물원 수목원전문가 7기)

‘식사’와 ‘마루’를 콘셉트로 한국전쟁이 빚은 분단의 역사를 단계적으로 표현한 정원이다. 과거와 현재의 단절을 딛고 마루에서 함께 식사하는 장소를 연출함으로써 평화로 가는 길을 의도했으며, 남과 북 주민들의 공통 식문화인 밥과 연결되는 벼과식물을 식재했다. 또, 갈등이 해소되는 장소 ‘마루’로 가기 전 전쟁으로 이로 인해 생태계 보고가 된 DMZ 천이과정을 식재로 나타냈다.

이소희, 김병도, 이현진, 조승주, ‘마루에 마주 앉아'
이소희, 김병도, 이현진, 조승주, ‘마루에 마주 앉아'

 

‘바람이 통하다’, 조서희, 이장우(가천대 조경학과프리랜서‧가든디자이너)

창을 넘나드는 바람(Wish)과 평화를 기원하는 바람(Wind)의 동음이의어에 착안해 정원을 디자인했다. 공간을 나누는 경계이자 기대감을 주는 장치로써 ‘창’을 소재로 선택했고, 평화에 대한 사람들의 바람과 대상지인 평화누리를 상징하는 바람이 창을 통해 넘나들며 마침내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어지기를 의도했다.

조서희, 이장우, ‘바람이 통하다’
조서희, 이장우, ‘바람이 통하다’

 

‘아리랑고개路’, 정은지((주)윤토)

오랫동안 한민족을 하나로 이어준 민요 아리랑을 모티브로 평화로 가는 여정이 고갯길과 구불구불 길을 가듯 험난하지만 함께 넘어가자는 통합적 의미로 해석해 정원에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다. 동선은 험한 아리랑 고갯길을 상징하며 수묵화에서 영감 받은 플랜터는 아리랑 고개를 의미한다. 철평석 판석은 한반도의 산수지형을 뜻한다.

정은지, ‘아리랑고개路’
정은지, ‘아리랑고개路’

 

‘태풍의 눈’, 변혜은, 조수현, 최형윤, 강병분, 조영범, 가현정(수원대미술대학원 화예조형학과)

평화의 길로 가는 험난한 여정을 태풍의 눈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디자인했다. 태풍은 눈의 안쪽으로 갈수록 풍속이 증가하는데 그 중심은 맑고 고요하다. 흔들리는 그라스로 갈등의 시작을 알리고 근경에 심긴 대추나무로 갈등의 심화를 표현, 중심부에 자리한 ‘태풍의 눈’을 통해 잔디와 물, 솟대로 고요함을 그리고자 했다.

변혜은, 조수현, 최형윤, 강병분, 조영범, 가현정, ‘태풍의 눈’
변혜은, 조수현, 최형윤, 강병분, 조영범, 가현정, ‘태풍의 눈’

 

‘GP2019-Garden Post’, 박지원, 이용대((주)아침조경디자인)

분단의 시작을 경계에 놓인 초소에 비유한 정원으로, DMZ에 있는 초소가 그러하듯 여전히 차가운 느낌의 초소를 단절이 아닌 만남, 평화의 시작점이 되기를 희망하며 감시초소(‘Guard-Post’)를 변용해 새로운 의미의 ‘Garden-Post’를 제안했다.

박지원, 이용대, 'GP2019-Garden Post'
박지원, 이용대, 'GP2019-Garden Post'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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