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 윤동주의 ‘서시’

 

 

감이 익어가는 마을의 그림은 전형적인 시골집의 향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재호 기자
감이 익어가는 마을의 그림은 전형적인 시골집의 향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강원도 고성은 많은 사람들이 관광지로 찾는 곳이다. 계절에 따라 변화할 때면 사람의 마음도 계절 따라 흐르듯 여름에는 바다로, 가을에는 산으로 향한다.

고성 왕곡마을은 어쩌면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든 모양새를 가지고 있을 듯하다. 60에서 70년대 느낌이 풍기는 촌스런 동네 또는 마을.

분명 바다가 가까이 있음에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도통 모르는 마을이 바로 왕곡마을이다. 한국전쟁 때는 북한군이 있어도, 또는 한국군이 있어도 폭격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주변의 다섯 개의 산이 마을을 둘러쌓아 지켜줬다고 한다. 풍수지리적 요인이 작용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수백 년 동안 화마의 위기도 있었지만 이곳은 전혀 닿지를 않았다고 하니 운수대통 했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지금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전통가옥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몇 몇 가옥의 주민들은 농사를 지으며 실제로 기거하고 있다. 가을 날씨가 화창함을 자랑하면서 하늘의 푸름이 마을의 오봉에 담긴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마을에는 볕이 잘 들어 빨간 고추들이 잘 익어갔다.

곳곳에 감나무가 많지만 약을 치지 않아 그대로 볕에 타서 썩거나 떨어진 감들이 즐비하다. 오직 관광객들만이 관심을 보일 뿐 마을 사람들은 시큰둥하다. 감이 열린지는 알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시크할 정도다.

왕곡마을은 영화 ‘동주’를 촬영한 곳이라고 한다. 모르고 방문했는데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마을을 우리나라 영화인들이 놓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배우 강하늘이 윤동주의 역할을 맡으며 집으로 이용된 큰상나말집에는 실제 거주했던 것처럼 빛바랜 흑백 사진이 걸려 있다. 그럴싸하면서도 윤동주의 서시, 그리고 자화상이 문득 떠오를 때면 가슴이 아렸다. 멀미하듯 울렁거림을 가라앉히며 둘러 본 왕곡마을. 누군가에게 전해 주고픈 추억의 쪽지처럼 가슴에 담고 싶은 공간이다.

[한국조경신문]

 

낮은 담장에 좁다란 길을 감나무가 지붕으로 덮어준다. ⓒ지재호 기자
낮은 담장에 좁다란 길을 감나무가 지붕으로 덮어준다. ⓒ지재호 기자

 

 

 

마을의 유일한 우물에서 펌프질을 하면 그 물이 계류를 따라 흘러 아래 가옥으로 흘러내려간다.   ⓒ지재호 기자
마을의 유일한 우물에서 펌프질을 하면 그 물이 계류를 따라 흘러 아래 가옥으로 흘러내려간다. ⓒ지재호 기자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배우 강하늘)가 기거한 집  ⓒ지재호 기자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배우 강하늘)가 기거한 집 ⓒ지재호 기자

 

 

 

 

영화 동주 촬영지를 알려주는 안내판  ⓒ지재호 기자
영화 동주 촬영지를 알려주는 안내판 ⓒ지재호 기자

 

 

 

고성왕곡마을 전경   ⓒ지재호 기자
고성왕곡마을 전경 ⓒ지재호 기자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