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신잡] 해와 바람 이야기
[고정희 신잡] 해와 바람 이야기
  • 고정희 박사
  • 승인 2019.10.02
  • 호수 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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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
고정희(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

[Landscape Times] <일풍노돈>이란 말이 있다. 새로 개봉된 무협 영화 제목이 아니고 태양에너지(일), 바람에너지(풍), 즉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관련한 신생어다. 세계화 시대에 맞춘 퓨전어로서 풀이가 다양하다. 일테면, “재생에너지가 돈이 된다는데, 아닌가?” 또는 “재생에너지 시설로 인한 피해보상금을 지급해요, 안해요?” 등이다.

전자의 경우 재생에너지 시설을 직접 설치 내지는 운영하는 전문업체가 아니라도 일반인 누구나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는 기대와 혹시 손해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예를 들어 풍력발전단지 사업 반대 운동을 벌여 관청과 업체에 압력을 가한 뒤 적절한 선에서 보상금을 받아낼 수 있지 않을까는 계산속이 느껴진다.

지난 토요일 오후, 포츠담 우정섬 공원의 식물 해설 투어에 참가했었다. 날씨가 이상해서 비가 내리다가 해가 났다가 바람이 불었다가 영 종잡을 수가 없었다. 두 시간 정도 공원을 돌며 해설을 듣는 동안 우산을 네 번 정도는 폈다 접었다 한 것 같다. 중간에 갑자기 하늘이 맑아지며 짠하고 해가 나타나기도 했는데 참가자 중 중국 여학생이 어느새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 벙실벙실 웃는다. 해가 나니 기분이 너무 좋단다. 5분 뒤에 그 멋진 선글라스를 벗고 우산을 펼쳐 들어야 했으니 독일 가을 날씨의 변덕스러움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날은 좀 심했었다. 아니 그날 이후 오늘까지 며칠째 변덕을 부리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강풍까지 합세했다.

태양과 바람이 나그네의 외투 벗기기 내기를 하는 우화가 생각나는 날씨다. 바람이 거세게 불자 나그네는 오히려 외투 깃을 단단히 여몄고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자 외투를 벗어 버렸다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요즘 재생에너지라고 부르며 마치 태양에너지와 바람 에너지가 현대의 발명품인 듯 취급하지만 따지고 보면 인류는 태초부터 자연의 에너지와 접하며 또는 이를 이용하여 살아왔다. 햇볕에 빨래나 고추를 말리거나 풍차를 돌려 곡식을 빻는 데 그친다면 별문제 없을 것이다. 그에 필요한 에너지는 자연이 우리에게 무상으로 끝없이 제공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엄청난 양으로 소비하고 있는 전력은 자연에서 그냥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문제가 좀 복잡하다. 재생에너지가 환경친화적이고 깨끗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기술과 시설이 필요하다.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자체를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시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의외로 많다. 그럼 어쩌라는 건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걸 <님비 현상>이라고 한다. 님비Nimby는 Not in my backyard의 약자로 공익을 위한 것임을 이해하고 찬성하지만 내 거주지 주변에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기적 사회현상을 뜻한다. 그러나 실체를 자세히 파악해 보면 반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여겨지는 사례도 물론 있다. 3~4년 전, 사진 한 장을 보고 대경실색한 적이 있다. 산속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데 대형 장비를 동원해 산을 마구잡이로 깎아 들어가는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공사를 담당하는 업체의 변은 이러했다. 그렇게 해야 공사비가 적게 든다는 것이다. 친환경 발전시설을 설치하면서 자연을 파괴하거나 훼손할 수는 없다. <어떻게>가 관건이다. 그 사진을 보여준 동료가 독일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문의해 왔다. 시설 설치에 관한 법규명령에서 매우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선 입지선정 과정에서 공사가 수월하지 않은 곳은 제외된다. 그리고 4미터 폭의 기존 숲 관리도로 만을 이용해야 한다. 새로 길을 내거나 산을 깎는 것은 불가하다. 발전기를 설치할 때에는 필요한 면적, 즉 토대 면적 6m x 6m를 제외한 나머지 면적은 원상으로 복구해야 한다.

풍력발전의 진동이나 소음, 빛 공해 등으로 인해 잠을 설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주민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밤새도록 번쩍거리는 시가지의 빛 공해, 코앞에서 내뿜는 자동차 배기가스, 대로의 어마어마한 교통 소음은 어떻게 견디는지. 그것이 더욱이 풍력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소음, 진동, 그늘 등의 문제는 기술적, 계획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태양에너지 발전소나 바이오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사회적 합의를 거쳐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과 전략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죽자사자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혹시 보상금을 얻어낼 목적으로 저러는 거 아닌가>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보다는 사업에 참여한다면 부수입도 올리고 환경을 위해 좋은 일도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에겐 아직 어벤저스의 큐브나 인피니티 스톤과 같은 무한대의 에너지원이 없다. 그러나 언젠가는 보기 싫은 대형 시설 없이도 우주의 에너지를 마음껏 취해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 인류는 늘 그렇게 발전해 왔다. 그때까지는 흉물스러워도 인내하는 사회적 책임감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대형 풍력발전단지가 마치 미래주의적 설치미술처럼 보이는데 나만의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조경신문]

독일 작센 주의 윈드팜. © 고정희
독일 작센 주의 윈드팜. © 고정희

 

고정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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