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길동 서울시 조경과장
문길동 서울시 조경과장

[Landscape Times] 우선은 고마운 일이다. 내용은 둘째치더라도 어쨌거나 지상파로 서울의 가로수가 다뤄지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방송시청 후 관심을 표해주시고, 더러는 의견을 주시기도 하였다. 가로수가 이렇게 관심을 받은 적이 또 언제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방송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그 소중함을 환기시켜 준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이것은 서울시로는 할 수 없는 일이고 따라서 정말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가로수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보면 방송내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제목부터가 서울나무, 파리나무이다 보니 서울나무가 좋게 나올리는 만무하겠다고 막연히 생각은 했지만 막상 방송을 보니 성급한 일반화부터 시작해서 편집의 묘미까지 더해져 서울나무는 시종일관 부정적인 모습으로만 비춰졌다. 촬영 협조 요청 시 ‘가로수의 소중함을 알려서 시민들의 의식을 개선하겠다’는 피디의 말이 이런 충격요법(?)을 주겠다는 의미였나 싶으면서 그간 가로수를 위해 서울시가 노력한 것들이 방송에서는 외면되거나 폄하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였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변명은 이 지면에서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방송에서와 같이 분명 파리나무가 서울나무에 비해 외형적으로는 우월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다만 방송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원인으로 가지치기나, 외과수술 등 관리의 방식에 대한 차이만 언급하여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어느 분의 말씀처럼 ‘지장물이 없는 가로에서는 되도록 수형을 유지하면서 생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지장물이 있는 가로에서는 올바른 전정 방식으로 가로수 수형을 가꿔나가면’ 되는데 그 말이 왜 공허하게 들리는 걸까?

같은 양버즘나무 가로수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파리시가 다르게 키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두 도시의 성장과정에 있다고 본다. 파리시와 다르게 서울시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짧은 기간 내 성장을 이뤄낸 도시였다. 이 과정에서 가로수는 팽창하는 도시의 외양에 따라 깊은 고민 없이 심어지게 되었다. 가로수 수종도 단시일 내 녹음을 확보할 수 있는 양버즘나무와 병해충에 강하고 관리가 용이한 은행나무 등이 주로 선택되었으며 그 결과 아직까지도 서울시에서 두 수종은 가로수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여유로운 보도에서 다른 시설물과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파리 가로수에 비해 도시화 속도가 빨랐던 서울 가로수는 이와 달리 한정된 보도에서 다른 시설물과 치열한 영역다툼을 해야 하니 생육환경 또한 열악할 수밖에 없다. 위로는 고압선이 지나고, 가로수와 나란히 가로등, 교통 표지판 등이 서로에 대한 존중 없이 설치되었다. 충분한 공간이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결과물인 셈이다. 거기에 건물 간판까지 더해지니 가로수에게 충분한 공간이 주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었다. 더구나 거리 전체가 간판 숲이라 할 정도로 수적으로나 양적으로 많지 않은가. 일부에선 간판 가림 민원을 단순히 몰지각한 이기심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실무자의 입장에선 소상공인의 절박함이 마음에 밟히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인 것은 서울시에서 도로간 시설물간 위계를 정하고 조화롭게 병립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로 설계·관리 매뉴얼을 통해 시설물간 이격거리를 설정하여 신규도로에 적용하도록 하여 향후에는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가로에 대해서도 도로다이어트 사업을 통해 보도를 넓히고 밀도가 높은 도로 시설물들은 영역이 중첩되지 않도록 재배치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형화된 가로수는 이식이 쉽지 않기에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개선해 나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기에 지금 당장 기존 가로수에 대해서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서울시는 그동안 많은 고민을 해왔다. 우선적으로 강한 가지치기를 조례상으로 금지하는 한편, 가로수 가지치기 모델을 개발하고 가지치기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의무교육을 시행하여 서울의 가로수 정책방향을 이해 및 습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시적인 효과가 시민들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파리의 가로수와 서울의 가로수가 자라온 환경은 엄연히 다르며, 이 차이에 대한 고려 없는 단순 비교는 올바른 해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무가 자라고 있는 그 환경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며, 그 밖에 다른 도로 시설물과의 관계 등을 부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오랜 기간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라온 파리의 가로수를 지금의 서울 가로수가 당장은 닮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의 가로수도 지금의 환경에 맞게 치열하게 살아온 존재이며 존중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의 역할은 지금 현재 불가피한 제약적 환경에서도 올바르게 생육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일 것이다.

어찌됐건 방송을 통한 가로수의 관심이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 지펴져 서울의 가로환경을 바꾸고 파리나무와는 다른 서울만의 고유 매력을 지닌 서울나무가 되기를 희망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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