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로고 안쪽에 ‘국치길 1910/1945’를 함께 넣어서 역사의 현장성과 시대의 의미를 담았다.   [사진제공 서울시]
‘ㄱ’ 로고 안쪽에 ‘국치길 1910/1945’를 함께 넣어서 역사의 현장성과 시대의 의미를 담았다. [사진제공 서울시]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국권을 상실하고 철저하게 굴욕을 당해야 했던 일제 침탈의 날. 서울시가 109년 전 한일병탄조약이 공포된 국치일인 8월 29일(목)에 우리 민족의 아픔이 서려 있는 남산 예장자락에 약 1.7㎞에 이르는 ‘국치길’을 조성 개장했다.

‘국치길’은 한일병탄조약이 체결된 ‘한국통감관저 터’에서 시작해 김익상 의사가 폭탄을 던진 ‘한국통감부 터(왜성대 조선총독부 터)’와 ‘노기신사 터’, 청일전쟁에서 승전한 뒤 일제가 세운 ‘갑오역기념비’, ‘경성신사 터’를 거쳐 ‘조선신궁’에 이르고 길 끝에는 지난 8월 14일 위안부 기림의 날에 서울시에서 설치한 ‘서울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를 마주하게 된다.

시는 이번에 ‘길’을 형상화하고, 역사를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한글 자음 ‘ㄱ’ 모양의 로고를 국치길 보도블록 곳곳에 설치하고,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며 ‘ㄱ’자 로고를 보는 것 자체로 치욕스러웠던 시대의 감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ㄱ’ 로고 안쪽에 ‘국치길 1910/1945’를 함께 넣어서 역사의 현장성과 시대의 의미를 간략하지만 명료하게 알 수 있도록 했다.

국치길 조성을 기획하고 역사탐방을 직접 안내하게 된 서해성 서울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총감독은 “서울시와 함께 벌써 5년째 이 길을 오르고 있다. 국치길을 걷는 건 욕스러움을 잊지 않고자 하는 까닭이다. 길은 살아있는 구체이자 은유다. 오직 길만이 그러하다. 이 길에서 대한제국은 기울었다”라며 “이는 기록된 역사 2천년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과거는 그저 잊히는 게 아니라 현재로 함께 할 때만 역사다. 치욕을 잊지 않는 자는 다시 쓰러지지 않는다. 이 길에서 그걸 다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산 조선신궁터까지 조성된 이유는 일제가 서울(한양)의 얼굴 격인 남산에 조선신궁을 설치하고 식민지 침략자인 메이지 일왕과 일본 건국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를 숭배케 했다. 한국 통치의 중추인 통감부를 세우고 일본인 집단 거주지를 조성한 곳도 남산이었다.

남산은 나라를 잃고 국토와 주권을 내줘야 했던 치욕스런 장소였으며 해방 이후에는 중앙정보부가 설치돼 100년 간 시민이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장소이기도 한 역사와 통한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국조경신문]

 

국치길 조성도   [자료제공 서울시]
국치길 조성도 [자료제공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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