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가 오는 11일까지 정선군 고한읍내 다섯 개 마을을 잇는 골목길에서 열린다.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가 오는 11일까지 정선군 고한읍내 다섯 개 마을을 잇는 골목길에서 열린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강원도 폐광촌의 삭막한 경관이 야생화 꽃으로 뒤덮이면서 사람 살만한 아름다운 마을로 되살아나고 있다. 바로 한때 탄광촌으로 경제부흥을 맞았던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피어난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 이야기다.

야생화를 테마로 해발 700m가 넘는 고한읍 골목정원에 꽃향기가 퍼지며 마을에 생기를 불어놓은 이 미담은 도시재생, 마을가꾸기 등 정주공간을 개선시키고 마을을 되살리려는 주민의 확고한 의지와 사회적 경제조직의 조력 덕분에 가능했다. 지속가능한 박람회를 위해 지자체 간섭을 최소화하고 마을 가꾸기의 자발적인 모델을 창출해 정원박람회까지 안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때 지나가던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이 곳은 폐광 이후 많은 경제적 질곡을 겪었다. 폐광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강원랜드가 들어섰고 인근 함백산에서 야생화축제도 진행됐지만 불과 2㎞ 떨어진 이 곳 마을은 여전히 침체를 면치 못했다. 마을 주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자 주민 스스로 마을재생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외부로 마을을 알리기 위해선 부분적이고 소규모로 진행돼온 그간의 마을재생 사업을 체계적으로 단장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욕구는 올해 골목길 정원박람회 개최로 이어졌다.

박람회는 다섯 개 마을을 잇는 골목길 따라 관람하는 코스로 구성됐다. 관람객은 상가가 밀집한 ‘윗마을’ 19·10리, 그 아래로 주택가가 들어선 18리 마을, 2년 전부터 다육식물로 골목길을 전시한 ‘아랫마을’ 12·17리까지, 길을 걷는 내내 오밀조밀 전시된 화분들과 수직정원, 텃밭 그리고 골목정원을 가꾸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윗마을 10리와 아랫마을 17리 중간 주택가가 밀집된 골목길 정원풍경.
윗마을 10리와 아랫마을 17리 중간 주택가가 밀집된 골목길 정원풍경.

 

윗마을 10리와 아랫마을 17리 중간 주택가가 밀집된 골목길 정원풍경.
윗마을 10리와 아랫마을 17리 중간 주택가가 밀집된 골목길 정원풍경.

일상 한가운데서 이들이 가꾸는 정원 ‘전시’는 분명 일반적인 정원박람회 성격과 다르다. 2500여 가구의 4500여 인구가 거주하는 고한읍에서 백 가구가 이번 박람회에 참여했다. 실제로 백 가구라는 수를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인근 아파트나 강원랜드 직원 숙소를 제외하면 전통적으로 이 지역에 거주해왔던 실질적인 주민 수를 감안했을 때 적은 수가 아니다.

지난해 마을호텔 콘셉트의 도시재생사업이 외부로 알려진 계기도 박람회 동력이 됐다. 박람회 기획부터 운영까지 사회적경제조직과 주민과의 협의체제로 꾸려 민간주도로 추진됐고 집집마다 꾸며진 정원과 리모델링된 건축외관은 주민과의 합의와 대화 속에서 연출됐다.

지난해부터 박람회를 준비해온 김용일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 총감독은 “마을호텔 모델을 제안하면서 고한읍 18리가 외부에 주목받고 떴다. 인근 마을에서도 이 마을을 지켜보며 마을 가꾸기에 고무됐다. 윗마을, 아랫마을 주민끼리 회의하고…이런 게 무르익으면서 올해 읍내 다섯 개 마을을 묶어 박람회 치러보자고 합의됐다. 지금 박람회가 치러지지 않는 13리 마을에서는 박람회와 무관하게 마을축제를 하고 있다. 마을들이 긍정적으로 경쟁 중이다. 내년에는 (박람회 참여) 마을들이 더 확장될 수 있다. (박람회장이) 골목들을 통과해 정암사로, 더 올라가 만항마을까지 연결될 수 있다. 관이 주도하면 쉽게 박람회 규모를 확장할 수 있을 텐데 애써 넓힐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 기간 고깃집에 조성된 정원 모습. 어떤 식당의 경우 직원들이 정원을 관리하기 위해 직원교육에 가드닝 매뉴얼을 넣기도 했다.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 기간 고깃집에 조성된 정원 모습. 일부 식당의 경우 직원들이 정원을 관리하기 위해 직원교육에 가드닝 매뉴얼을 넣기도 했다.

 

박람회 준비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가드닝 참여 욕구는 계속 늘어가는 중이다. 실제로 아랫마을 텃밭정원의 경우 폐허에 가까운 나대지를 주민들이 함께 가꾸면서 이번 박람회 기간 주요 관람 장소로 지정됐다.
박람회 준비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가드닝 참여 욕구는 계속 늘어가는 중이다. 실제로 아랫마을 텃밭정원의 경우 폐허에 가까운 나대지를 주민들이 함께 가꾸면서 박람회 기간 주요 관람 장소로 지정됐다.

박람회 준비과정에서 아쉬움도 남았다. 김 감독은 “다섯 개 마을에서 100가구가 참여했으나 모두가 적극적이지 않았다. 10~20명 남짓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관리도 마찬가지다. 소수의 인원이 물주고 가꿨나갔다”고 전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변화의 폭은 재게 움직였다. 박람회 준비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가드닝 참여 욕구는 계속 늘어가는 중이다. 실제로 아랫마을 텃밭정원의 경우 폐허에 가까운 나대지를 주민들이 함께 가꾸면서 이번 박람회 기간 주요 관람 장소로 지정됐다. 오랫동안 식물을 가꿔온 주민들은 식물의 식생을 고려해 대부분 인공지반이 많은 골목길 아스팔트를 파내 정원을 넓히기로 의견을 내기도 했다.

향후 박람회 추진위원회 측은 정원박람회인 만큼 야생화마을 특색을 살려 야생화 모종사업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자 한다. 해발고도가 높은 마을에서 모종 키우는 일은 어렵지만 내년 박람회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심어 월동시킨 식물로 박람회 조성을 계획한다. 이 또한 주민들과 합의한 내용이다. 이는 매년 엇갈리곤 하는 지자체 예산에 흔들리기 않고 박람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도다.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에 전시된 신촌마을 골목길의 다육아트 전시 모습. 박람회에 참여한 신촌마을의 경우 2년 전부터 진행한 다육식물 가드닝과 아트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화된 마을에 활기를 불어놓은 사례다.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에 전시된 신촌마을 골목길의 다육아트 전시 모습. 박람회에 참여한 신촌마을의 경우 2년 전부터 진행한 다육식물 가드닝과 아트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화된 마을에 활기를 불어놓은 사례다.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에 참여한 신촌마을 모습
고한 골목길 정원박람회에 참여한 신촌마을 모습

박람회 행사 기간 동안에는 주민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문제에 관심을 가진 청소년동아리에서 폐광지역을 직접 사진으로 남긴 ‘우리골목사진전’, 고령화된 마을 어르신들의 활동을 식물로 북돋은 신촌마을의 ‘다육아트전시회’, 내 손으로 만드는 생활정원을 콘셉트로 미니화분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 18리 마을회관에서의 ‘마이크로가드닝’, 놀이터가 없는 마을에서 어린이들이 놀고 책 읽을 수 있도록 교회가 내 준 마당에 마련된 ‘초록도서관’, 동네 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마을에 숨겨진 지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골목 스튜디오 정원사의 수다’ 등을 만날 수 있다.

고한 골목길정원박람회는 오는 11일(일)까지 열리지만 박람회가 끝나더라도 10월까지 일반에게 개방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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