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농업육성법안이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대표 김진덕)가 지난 18일(목) ‘2019 첫 번째 전환기 도시농업 포럼’을 개최했다.
사회적농업육성법안이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대표 김진덕)가 지난 18일(목) ‘2019 첫 번째 전환기 도시농업 포럼’을 개최했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지난해 말 서삼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적농업육성법’을 두고 도시농업단체 및 시민사회가 지난달 “농촌고립과 취약계층 대상화”를 우려하며 입법추진반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법안폐기’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농업육성법안이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대표 김진덕)가 지난 18일(목) 이룸센터에서 ‘2019 첫 번째 전환기 도시농업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도농상생의 대주제 아래 농업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사회적 농업을 도시농업에서 어떻게 접근할지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포용사회를 위한 사회적농업의 방향과 도시농업의 역할’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도시농업연구소, (사)이랑, 사회적농업연구회 등 도시농업 단체 및 활동가들이 참여해 사회적농업에 내포된 위험성과 법제화의 문제점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전반적으로 사회적농업육성법안 자체를 회의하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이미 도시농업의 많은 가치 중 ‘복지’ 개념으로서 치유활동이 포함돼 있으며, 치유농업과도 가깝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법안이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취지지만 농장지원책에 갇혀 있으며, 자칫 취약계층을 단순 ‘수혜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덕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는 “도시농업을 도시에 국한시킬 수 없는 것처럼 사회적농업을 농촌에 묶어놓을 수 없다. 법안에서는 사회적농장 지원책은 구체적으로 나왔다. 사회적농업육성법안이 사회적농장지원법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대로는 농업의 다양한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정작 사회적농업 확산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없다. 법안에는 농장지원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강내영 한국도시농업연구소 부소장은 “포용사회를 구현하는 데 현실적으로 사회적농업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법안은 충분치 않다. 농업을 매개로 사회통합 해야 하는데 이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농업으로 농업을 육성할 게 아니라 농업을 매개로 사회통합으로 가도록 논의해야한다”며 “초반 도시농업이 식량생산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면 지금은 농원의 다원적 가치를 지향한다. 도시농업이 추구하는 가치나 목표가 사회적농업과 맞닿은 부분이 많다. 사회적농업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의 법안은 이 의미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공론의 장은 계속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철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전 소장은 사회적농업육성법 자체를 부정하며 도시농업 등 다양한 활동들을 배제할 수 있다며 법안폐기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의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을 살펴보면 사회적농업 조직과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구축비 지원에 시설비 지원을 더했으며, 담당기관을 기존 ‘농림부 농촌복지여성과’에 한국농어촌공사 공동체 지원부가 추가됐다. 김 전 소장은 “이러한 틀로는 범위가 한정된다. 도시농업인 및 조직이 참여할 기회가 없다. 사회적농업육성법은 준비가 안 된 법이다”며 제도화에 대한 신중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농림부가 추진하는 사회적농업 공모사업에서 지원농장으로 지정되려면 농업법인이나 사회적경제조직, 민법상 법인이나 조합이어야 한다. 사회적농업이란 단어가 회자되기 훨씬 전인 2009년 충남 홍성에서 발달장애학생들과 특수교사들과 함께 지금의 사회적농업 개념의 치유농장을 시작한 ‘꿈이자라는뜰’의 경우 법인이 아니라 지원농장 지정에서 제외됐다. 최문철 꿈이자라는뜰 대표는 10년 동안 농장을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법안을 비판했다. 최 대표는 “‘사회적농업’이란 말이 불편하다. 사회적농업에 뒤따라 오는 말이 취약계층이란 단어다”며 “농촌은 사회적 가치가 충만한 곳인가”라고 자문했다. 최 대표는 “농촌 자살율이 1위다. 이런 농촌에서 사회적농업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중략) 지금 사회적농업에 대한 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니 경험을 나누고 싶다. 사회적농업을 이야기할 때 농업, 농민, 농촌이 꼭 함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촌사회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장애인에 대한 지속가능한 지원 없이 사회적농업이 소수 장애인들의 복지로 제한되고 있음도 제기됐다. 임통일 한국농어촌장애인진흥회 사무총장은 “농림부가 사회적농업을 대상으로 예산 지원한 내용을 분석해 유추하면 소수 장애인을 앞세워 복지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정도”라고 법안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표했다. 이어 “직업을 가진 장애인 중 농어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13%다. 농업을 경영하는 장애인들이 사회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숫자임에도 농업장애인들은 정부의 무관심으로 소농으로 허덕이고 있다. 농업자립을 위한 지원은 전무한 채 농림부가 사회적 농업이라는 형태로 지원한다”며 “농업에 종사하는 장애인들이 농촌사회의 주류로 성장하면서 농업, 농촌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법과 제도야말로 사회적농업의 육성”임을 강조했다.

이날 포럼 토론에 앞서 신승철 철학공방 별난 공동대표가 사회적농업의 방향을, 서승현 (사)이랑 대표가 사회적농업 법제화의 과제를 발표했다.

신 공동대표는 “최근 발의된 사회적농업육성법안이 ‘농업의 사회화’와 ‘포용사회의 전망이라는 점에서 첨예한 현장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며, 기후위기와 생태계 위기가 농업으로의 전환사회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사회의 농업화를, 농업의 가치를 확산함으로써 풍부하고 다양한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사회의 농업화를 언급하며 이 두 개념을 통합하는 새로운 개념이 사회적농업이라 말했다. 그리고 “농업의 사회와와 사회의 농업화라는 이중적 과제를 가진 사회적농업이라는 교두보를 통해 포용사회, 즉 전환사회의 전망을 더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또한 “(사회적농업이) 사회통합이자 포용사회로의 전망이 국지적이고 미세한 단위에서의 자족성과 완결성, 다기능성을 가진 소농의 공동체로부터 시작됨을 응시하는 것에 있다”며 가족농이나 소농 중심의 유럽 사례처럼 대지를 양육하고 돌보는 ‘포이에시스’의 면에서 사회적농업에서의 소농 역할을 강조했다.

서 대표는 법제화로 오히려 소농의 사회적농업 범위가 축소될 수 있음을 우려하며 “전문 사회적 농업인을 양성하고 별도의 조직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급속하게 육성하려 한다. 이는 사회적농업의 가치와 개념을 협소하게 만든다. 지원이 중단되면 모든 사업이 함께 중단될 수 밖에 없다”며 자립적인 사회적농업 활동을 위한 지속적인 실천조직 육성과 지역농민 및 조직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각적 지원 채널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토론자들은 사회적농업육성법안이 많은 모순을 끌어안고 있지만 사회적농업이 도시와 농촌을 아우르며 농업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농업의 사회화’로 가려면 ‘사회적농업’에 대한 담론은 반드시 공론화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측은 이날 열린 포럼 이후 사회적농업육성법안에 대해 서삼석 의원 측과 8월 중으로 공청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회적농업육성법은 사회적 농업을 농업생산활동 등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돌봄, 교육, 고용 등을 제공하는 활동 및 실천”으로 정의하며, 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활용해 농촌에 부족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등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공동체의 활성화 및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사회적 농업을 육성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한다. 그리고 사회적 농장을 이용하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기존 사회적 농장 중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사회적 농장을 지정해 경영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농림부는 지난해와 올해 사회적농업 지원 ‘사회적 농장’ 18개를 선정했으며 내년에 12개 농장을 추가 선정해 총 30개 농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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