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식 (사)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
홍태식 (사)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

[Landscape Times] 가로수란 도로 변에 맑은 공기나 시원한 그늘제공, 미관개선 등을 목적으로 심어진 나무를 말한다. 우리나라 도시화율이 80%가 넘는다고 하니 대부분의 시민이 가로수로 형성되는 도시경관 속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로수는 도시민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녹지로, 경관을 개선하고 대기 오염과 소음 공해를 줄이며,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어 도시지역 모든 길에 심겨져 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로 인한 피해나 열악한 유지관리조건을 이겨내고 가로경관을 풍요롭게 만들어 낸 가로수 녹지는 도시민에게 크나큰 혜택을 주고 있다.

전국적으로 400백만 그루의 가로수가 심겨져 있다. 수종으로는 벚나무와 은행나무가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플라타너스와 느티나무가 15%수준이다. 최근에는 특이한 경관 조성을 위하여 메타세쿼이아, 이팝나무, 핀오크 및 소나무가 많이 식재되고 있다. 가로수 관리기관 입장에서는 유지관리비용이 작게 드는 수종을 선호하고, 시민의 요구에 따라 녹음 보다는 화려한 꽃을 볼 수 있는 수종을 점차 늘려나가는 추세이다. 인구밀도가 높고 부동산 가격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가로수를 식재할 수 있는 면적이 좁은 편이다. 특히 도시지역에서 가로수를 식재할 때에는 난마처럼 얽혀져있는 지하매설물과 나쁜 토양조건에 더하여 전신주를 피해야 하는 악조건에 처해있다. 가로수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지만 일부 몰지각한 영업장에서는 간판을 가린다고 가지치기나 이식을 꾸준히 요청하기도 한다.

지난 6월 14일 방영된 KBS스페셜 ‘서울나무, 파리나무’ 편에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서울시 가로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과도한 전정, 엉터리 전지방법, 가로수 생산방식 그리고 가로수 식재방법을 파리와 서울을 대비하여 보여줬다. 서울나무의 식재와 유지관리를 조경담당부서에서 담당했기에 방송 내내 불편한 마음으로 봤다. 그동안 가로수에 대한 철학이나 과학적인 지식도 없이 마구잡이로 전정을 했고, 매년 가로수 가지치기 예산을 증액하면서도 외양만 그럴듯하게 가꿨을 뿐, 절단면 처리를 부실하게 하여 나무 전체를 썩게 하는 오류를 저질렀구나 하는 반성에 몸둘 바를 모르게 되었다. 전선 지중화사업이 완료된 도로변에서도 여전히 강전정을 하여 풍성한 가로수 고유의 수형을 망가트리고 있다. 서울시 모든 지역에서 이정표, 교통신호등, 간판 등을 가린다는 이유나 보행자 안전을 핑계로 민원해소 차원에서 가로수 가지치기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도시미관 향상을 이유로 깍두기처럼 매년 전정하여 잘한 일로 홍보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봄철 미세먼지 피해현상이 심각해지자, 정부예산을 투입하여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보급하는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예산을 써가면서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저감시키는 역할을 하는 가로수 나뭇잎을 없애는 강전정을 하고 있다.

플라타너스 전정 전 [사진제공: 홍태식]
플라타너스 전정 전 [사진제공: 홍태식]
플라타너스 전정 후 [사진제공: 홍태식]
플라타너스 전정 후 [사진제공: 홍태식]

향후 10년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하여 산림청에서는 미세먼지 차단숲과 도시바람길숲 조성사업에 8,800억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도시공원이나 도시녹지에 새롭게 수목을 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미 커다란 나무로 자라 각종 오염물질을 줄이는 가로수의 생육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가로수의 기능이 단순하게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해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환경재해를 저감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해야 할 것이다. 지장물이 없는 가로에서는 되도록 수형을 유지하면서 생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지장물이 있는 있는 가로에서는 올바른 전정 방식으로 가로수 수형을 가꿔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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