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신잡] 그레타 이야기 혹은 #FridaysForFuture
[고정희 신잡] 그레타 이야기 혹은 #FridaysForFuture
  • 고정희 박사
  • 승인 2019.07.10
  • 호수 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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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
고정희(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

[Landscape Times] 드디어 청소년들이 나섰다. 경제성장이니 뭐니 이리저리 핑계만 대고 기후변화대응에 늑장을 부리는 어른들을 보다 못해 나선 것이다. 지금 유럽 전역에서 매주 금요일이면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거리를 행진하며 시위하고 있다. 이를 기후 ‘스트라이크’라 하다가 온라인 상에 #FridaysForFuture라는 해시태그가 생긴 뒤부터 공식 명칭이 되었다. 줄여서 FFF 라고도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1개월 전, 2018년 8월 20일, 스웨덴에서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첫 수업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날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서 자그마한 여학생이 한 명이 ‘기후를 위한 파업’이라는 팻말을 만들어 들고 시위를 시작했다. 그레타 툰베르라는 이름의 15세 여학생이었다. 학생의 신분이니 여기서의 파업이란 수업을 거부한다는 뜻으로 해석이 되겠다. 그것이 이렇게까지 번질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날 바로 언론에서 보도하긴 했으나 반응이 썩 긍정적이지 않았다. 공부하기 싫으니 별 수작을 다 부리는구나 내지는 저러다 말겠지 등으로 큰 관심없이 지나쳤다. 그레타의 부모도 별로 탐탁치 않게 여겼지만 만류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부모들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그레타는 우선 9월 9일 의회선거일까지 매일 시위를 하다가 이후부터는 금요일에만 한다.

런던에서 가장 먼저 관심을 보였다. 멸종반란 ‘Extinction Rebellion’ 이라는 과격환경운동연대의 런던 지부에서 그레타를 초청했다. 2018년 10월 31일 기조 연설을 했는데 이때 그레타의 타고난 웅변가적 기질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한다. 본래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품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피력할 때는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설득력 있으며 무엇보다도 그녀의 정연한 논리에는 정치가들도 절절 맨다. 불과 2-3개월 만에 전 유럽으로 확산될 수 있던 데에는 그녀의 정연하고 설득력 있는 논리가 크나큰 작용을 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다른 청소년들이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던 점들을 정확하게 찍어준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의 본분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교육의 의무를 등한시할 셈이냐! 라는 질문에 이렇게 응수했다. “그대 어른들, 정치가들은 지금 파리 기후협약 이행의 의무를 등한시하고 있지 않는가? 이를 본보기 삼은 것이다. 나는 학교와 공부가 너무나 좋은데 그걸 희생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대들이 협약을 이행해서 마침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15%로 감축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참고로 그레타는 우등생이다. 금요일마다 결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최우수 성적으로 9년 간의 초중학교를 졸업했다(스웨덴에서는 9년짜리 초중학교를 다닌다.)

그러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나중에 환경학자가 되어 이바지하면 되지 않겠니? 라고 타이르는 어른들에게는 “환경문제에 대해 연구할 것이 더 남았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나와 있는 과학적 지식이 차고 넘쳐요. 문제는 실천이예요! 제발 학자들의 경고에 귀 기울이고 그에 합당한 정책을 만들어 이행하세요! 지금 당신들은 지구와 청소년들의 미래에 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겁니다. 우리 더러 미래를 위해 공부하라는 데 우리에게 그 미래라는 게 있긴 한가요? 지구의 소중한 대기층이 다 파괴되고 동식물이 멸종하는 것을 멀쩡히 보면서 미래를 위해 공부 하라고요? 어른들이 망쳐 놓은 지구에서 우리 더러 살아라 이겁니까? 가시기 전에 지킬 수 있는 만큼 지켜주고 가세요.“ 이런다. 할 말이 없다.

지금 그레타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한 해 휴학 중이다. 아직 파리 기후협약의 목표가 달성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한 확실한 정책조차 세워지지 않았으므로 시위를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레타는 국제사회에서 협약을 해 놓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어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부유한 산업국가에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너무나 엄청난 속도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고 그 피해는 아프리카 등 가난한 국가에게 돌아간다. 이 불공정함, 불공평함 역시 그레타의 속을 매우 상하게 만드는 것 같다.

2018년 스톡홀름에서 청소년 기후상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불참했다. 그 이유가 주최측에서 참가자들에게 항공편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레타는 비행기를 안 탄다. 비행 공포증 때문이 아니라 항공여행이 가장 큰 온실가스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저곳에서 초청을 많이 받는데 아무리 멀어도 기차나 전기차를 타고 다닌다. 내년에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국제기후회의에 초청을 받았는데 기차와 배를 타고 갈 생각이라 시간이 오래 걸려 어차피 학교를 다닐 수 없는 것도 휴학의 동기가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언론 인터뷰를 거치고 뉴욕 타임즈에서 선발하는 2019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리스트에도 올랐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청소년들에게 미친 영향이다. 2018년 11월에 이미 스웨덴 다른 도시에서 시위가 시작되었고 그 다음 호주가 따랐다. 이후 벨기에, 프랑스, 핀란드, 덴마크, 독일의 청소년들이 금요일마다 학교를 빼먹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한편 나이 든 아저씨들이 트위터를 통해 그레타를 공격하고 있다. 서글픈 일이다. 대부분 산업이나 금융에 종사하는 돈 잘 버는 아저씨 들이다. 내용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 그레타의 연령, 성별에 대한 치사스러운 인신공격이다. 청소년들의 반응은 이러하다. “이제 아저씨들의 시대는 곧 끝납니다 ㅎㅎㅎ“

맞는 말이다.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일인 시위하는 그레타 툰베르. 팻말에 써 있는 구호의 뜻은 school strike for climate. [사진제공: Anders Hellberg]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일인 시위하는 그레타 툰베르. 팻말에 써 있는 구호의 뜻은 school strike for climate. [사진제공: Anders Hellberg]
2019년 1월 25일 베를린 시위대. 구호의 뜻은 “미래도 없는데 공부해 뭐해“ [사진제공: Leonhard Lenz]
2019년 1월 25일 베를린 시위대. 구호의 뜻은 “미래도 없는데 공부해 뭐해“ [사진제공: Leonhard Lenz]

 

고정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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