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여름을 알리는 장마의 문턱에서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정원카페 ‘이로가든’을 지난달 28일(금) 찾았다.
이 곳은 서울시 조경직 공무원에서 정원사로 변신한 배호영 이로가든스쿨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이자 정원, 가든스쿨 교육장이다.
지난해 ‘Iro Garden의 가든 다이어리’를 펴낸 배 대표의 여름정원은 다양한 초본류로 화려했다. 잔디밭 양 옆으로 길게 심긴 그라스류와 꽃대가 긴 초본류가 바람 따라 물결치는 풍경은 이로가든의 대표 공간으로 카페를 찾는 방문자들의 발걸음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처음엔 밭 부지였던 이 곳은 노후를 풍요롭게 보내기 위한 배 대표 부부의 소박한 의지로 5년 전 시작됐다. 부인과 함께 수차례 의논을 거쳐 마침내 정원조성까지 이르렀다. “기본적으로 지형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전체 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조치만 했다.” “소나무가 심긴 데는 블루베리 심고 그늘진 데는 산수국 심고 양지바른 데는 초본류를, 물이 많은 곳엔 아이리스를 심고…”라고 설명하는 배 대표의 정원식재개념은 매우 단순했다. 토양과 지형, 연속 개화 정도만 고려해 설계한 것이다.
운길산 자락에 있는 이 곳에는 예부터 논이 있어 물길을 조정하기 위해 카페 건너 경사면 아래 못을 파야 했다. 이 못은 물고기나 미꾸라지 등 수생물의 배설물로 정원에 양분을 공급하고 수질을 개선하는 아쿠아포닉스로 관리되고 있다.
배 대표는 “꽃에게 거름을 주면 질소성분과 인 성분이 많아진다. 이게 하천으로 흘러가면 부정적으로 변한다. 그러나 연못으로 고이면 연못에 사는 물고기가 질소와 인을 먹고 배설한다. 그 물을 펌핑해 정원에 사용한다”며 관수와 양분 등 아쿠아포닉스의 순환농법을 활용한 가드닝 노하우를 설명했다.
정원을 가꿀 때 인위적 행위를 배제한다는 그는 “식물이 어우러지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여름이 고온다습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봄에 식물 심으면 여름을 못 견디고 죽는다. 가을이 되면 다시 심는데 그동안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원식물 중 95% 가까이 다년생 식물로 심었다”고 전하며 “물론 온실에서 월동하는 식물도 있다. 기후 차 때문에 외국에선 다년생인데 우리나라에서 일년생인 식물이 있다. 세이지나 아가판서스 등 몇 가지 식물만 온실에 있다”고 말했다.
이로가든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연속되도록 다양한 식물을 토양에 맞게 심겨 있다. 6월 말 여름에 진입한 정원에는 가우라, 톱풀, 부용, 그리고 다양한 원추리 속, 나리 속 같은 여름꽃이 개화했다.
이로가든에는 먹거리 공급을 위한 작은 채소원도 있다. 목재로 만든 트렐리스에는 토마토가 자라고 틀밭에선 가지와 비트, 해바라기, 상추를 비롯해 딜 같은 허브류가 재배되고 있었다. 그리고 군데군데 자두나무, 블루베리나무도 식재돼 있다.
마침 취재진이 방문한 날 이로가든스쿨 상반기 마지막 수업이 있었다. 정원에서는 뜨거운 볕 아래 가든스쿨 교육생들이 정원설계 수업에 이어 알리움과 다알리아 구근 등 가드닝 실습에 한창이었다. 현재 총 34명 수강생이 파종, 병해, 가지치기, 월동 등 가드닝과 정원설계 커리큘럼이 포함된 1년 과정의 가든스쿨에 다니고 있다.
배 대표는 일부 상한 알리움 구근을 캐며 수강생들에게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예년 같으면 이미 장마가 찾아왔다. (알리움 구근이 상하지 않으려면) 아직 장마철이 아니더라도 더 일찍 알리움 구근을 캐야 한다. 주기를 못 맞춰 생긴 일이다”며 가든 다이어리를 쓰는 이유를 확인시켰다.
배 대표는 내년 이로가든스쿨 교육생들과 함께 ‘가든다이어리’ 발간을 계획 중이다. 지난해 펴낸 ‘가든다이어리’를 수강생들의 재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내용을 보강하고자 한다. 그는 “가드너라면 반드시 기록용 다이어리가 필요하다”고 발간 목적을 강조했다. 이어 “정원 일 하는 사람이 다이어리를 갖추는 건 당연하다. 집집마다 미기후, 토양 등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정원일 하는 사람은 기록에 의존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배 대표는 “올해 가든스쿨 5기를 맞았다. 정원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찾아온다. 가든스쿨이 정원문화를 확산하는 데 일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조경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