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오는 10월 파주 임진각 수풀누리 일원에서 열리는 2019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정원공모전에서 선정된 14개 정원 작품이 일반에 공개됐다.

‘평화의 정원’을 주제로 공모한 올해 박람회 공모전은 두 가지 유형(A타입 12m×24m, B타입 12m×12m)으로 구분된 쇼가든과 리빙가든(8m×8m) 부문으로 진행해 쇼가든 6개, 리빙가든 8개로 최종 가름됐다.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박람회 대상지인 파주의 지역성을 반영해 전쟁과 평화, 분단과 통일, 단절과 소통, DMZ와 민통선, 상처와 치유 등 박람회 정원주제에 직간접적으로 충실한 작품이 두루 선보였다. 

 

쇼가든(A타입)

‘너머’
‘너머’

‘너머’

홍광호_씨토포스

한국전쟁 전까지 남북을 하나로 연결했던 임진강. 분단되면서 자연스럽게 남북 경계선이 돼버린 임진강의 서사를 다룬 정원으로, 오랜 세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수풀이 우거진 구릉지와 습지가 있는 임진강의 생태 경관과 파주의 들판을 정원디자인에 반영했다.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파괴된 철교 하행선을 개조해 만든 독개다리 의미와 흔적을 정원으로 은유함으로써 평화와 생명이 깃든 땅으로 회복하는 디자인을 의도했다. 독개다리를 형상화한 다리를 지나면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파주의 들판을 수평적 경관으로 해석한 고요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파주의 고유한 석재인 파주석을 활용해 건천 습지원을 조성함으로써 임진강이라는 역사적 공간을 떠올리게 했다.

 

‘숲의 시선, 치유의 시간’
‘숲의 시선, 치유의 시간’

‘숲의 시선, 치유의 시간’

김지학, 최재혁, 김제인_오픈니스 스튜디오

전쟁은 인간뿐 아니라 대지에도 생채기를 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전쟁이 남긴 DMZ는 대지 스스로 치유와 회복을 거쳐 생태계 보고가 됐다. 이처럼 대지의 회복능력에 디자인 모티브를 두고 “대지의 가장 깊은 상처”인 ‘참호’에 주목해 자연이 스며들어 치유하는 시간을 평화와 희망의 서사로 풀고자 했다.

정원에 조성될 그라스정원, 숲의 정원, 추모의 벽, 물의 정원, 야생화정원 등 자연의 시선으로 참호로 대변되는 전쟁의 깊은 상흔과 대면하게 했다. 그리고 지난 상처들을 마주하고 비로소 위로의 시간을 가지며 사람과 대지가 온전히 치유되는 과정을 비유했다.

참호라는 폐쇄된 공간을 주변경관과 야생화, 그라스류 식재로써 극복하며 화해, 소통, 개방의 전언을 전달하는 정원이다.

 

‘자연에게 바라는 기대’
‘자연에게 바라는 기대’

'자연에게 바라는 기대'

고태영_디자인가든

통일에 대한 염원을 DMZ라는 자연에 기대 표현한 정원으로, 대상지 수풀누리에서 최대한 자연의 느낌이 증폭되도록 조성하고자 계획했다.

60년 동안 분단으로 인적이 끊긴 DMZ 구역의 자연은 물리적 단절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평온하게 남북을 이으며 자연 그대로 남아있는 생태계로 유지되고 있다. 정원디자인은 이러한 자연생태를 모티브로 해 DMZ를 중심으로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으로 분리된 분단의 상징적 공간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통일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원을 가로지르는 하얀 ‘평화의 벽’은 단절된 공간을 자연으로 연결하는 상징적 장치이자 시각적 차단효과로 작용하는데 이는 동선의 흐름을 유도하며 경관변화의 연속성을 창출한다. 이를 바탕으로 물, 마운딩, 식재를 활용해 평화로운 공간으로 의도하고 있다.

 

쇼가든(B타입)

 

‘외할머니의 미소’
‘외할머니의 미소’

‘외할머니의 미소’

강사라, 최병길_조경디자인이레‧Lab D+H

정원의 기본 계획을 전쟁 세대인 외할머니의 “미소 속 주름”에서 떠올렸다. 외할머니의 평안한 미소에 패인 주름을 정원으로 형상화해 대상지에서 표현하고자 했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된 외할머니의 인생여정을 정원의 다양한 공간과 동선으로 구분해 연출했다. 미소를 상징하는 입구에서는 긍정적인 기억을 담기 위해 다채로운 식재를 계획, 고단한 세월을 연상케 하도록 가벽과 거친 질감의 수종으로 표현, 어두운 기억과 감정의 해소를 의도한 빗물습지에서는 습지식물과 이끼류를 조성하게 된다.

또한, 대상지를 관통하는 동선을 축으로 마주 놓인 의자는 정원시설물이자 분단을 과거시제로 돌리는 장치로 작용한다.

 

'추모'
'추모'

‘추모’

김광중_(주)그린팜

전쟁참전용사였던 할아버지가 잠든 추모공원에서 영감 받은 정원으로, 떠난 이들과 한반도 평화에 헌사하는 추모정원을 콘셉트로 했다.

이를 위해 전쟁의 긴장감과 전쟁의 긴장감을 주기 위한 장치로써 좁은 공간의 대상지를 감안해 사선으로 동선을 가로질렀고, 동선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묘를 상징하기 위해 콘크리크박스를 규칙적으로 배열해 묘지개념의 추모공간을 조성했다. 그리고 과거 전쟁피해자들을 향한 추모의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동선과 추모 공간 사이 수조와 코르텐 벽을 계획해 접근을 제한했다.

전체적으로 메도우가든으로써 콘크리트 구조의 형태미를 부각시키고자 했고 꽃대가 긴 야생화나 그라스류를 활용해 바람에 흔들리는 곡선미를 구성했다.

 

‘Internal Peace’
‘Internal Peace’

‘Internal Peace’

송민원, 김현근, 안형주, 최진호_시대조경

긴 시간동안 철책에 둘러싸여 자연의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는 DMZ.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DMZ 외곽과 대조적인 공간이다.

정원콘셉트는 “만약 DMZ에 들어간다면, 그 자연을 오롯이 내 몸으로 받아들일 있는” 경험에서 출발한다. 이로써 개인의 평화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지만 284㎞의 펜스로 가로막힌 DMZ, 그 바깥으로 민간인 통제선이 형성돼 있는 이 곳을 곡선의 원형 벽과 동선으로 구조화했으며, 기존의 수평적 공간구조를 원형으로 변형해 자연과 생태계의 무한한 평화를 강조했다. DMZ를 중심으로 외부공간과 인간, 자연의 상호작용을 공간화하기 위해 흰색벽돌로 경계 지어 정원 안팎에서 보이는 경관의 반전을 시도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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