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사회적농업연구회(회장 서승현)가 지난 11일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농업이 “농촌고립과 취약계층 대상화”로 전락될 수 있다며 ‘사회적농업육성법’ 입법 추진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23명 국회의원이 공동발의로 ‘사회적농업 육성법’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상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는 사회적농업의 확산과 제도적 기반구축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범사업으로 9개 농장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 9개 농장을 추가해 5년 간 지원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활용하여 농촌에 부족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등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공동체의 활성화 및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사회적농업을 육성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사회적농업을 “농업 생산활동 등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돌봄, 교육, 고용 등을 제공하는 활동 및 실천”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활용해 농촌지역의 사회복지서비스 기능을 보완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사회적농업연구회는 이 법안이 오히려 농촌 고립과 사회통합의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회적농업은 농업 자체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농업을 매개로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농업의 가치를 삶속에서 발견하고 스며들게 하는 ‘농업의 사회화’를 추구할 때만이 진정한 ‘사회적 힘’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농업이 사회적으로 그 가치가 인정되고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모델이 있어야 사회적농업을 통한 사회통합의 가능성에 가까워진다. 즉, 제도 이전에 그 토대가 될 수 있는 인식기반과 존재기반으로서의 관계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합의나 충분한 모델 없이 추진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인데 유럽의 사회적농업이 가족 중심의 소농이나 지역기반의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30여년 이상 실천해 온 사례들을 연구하고 수렴해 입법화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사회적농업연구회는 법안에 언급된 장애인, 노인, 범죄피해가족, 다문화여성 등 사회취약계층이 일회성 프로그램으로 단순히 치유될 수 없을뿐더러 행위 주체인 농장과 행위자인 취약계층을 “기존 농업의 ‘판매자-소비자’관계를 ‘서비스공급자-서비스수혜자’로 치환한 것과 다르지 않음”을 간과한 것이라 비판했다. 사회적농업이 농 행위를 통한 공동체 조직, 농업의 다원적 가치 공유 없이 취약계층에게는 선택권과 주도성 없는 수동적 소비행위로, 농촌 입장에서는 농가 소득보전용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또 “사회적 농업이 배제된 사람들을 끌어안는 과정이라면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와 질을 바꾸는 것을 가장 중요한 변화목표라 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체와 전문가만 있을 뿐 참여대상자들의 욕구와 주체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찾아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법안에 명시된 사회적농장의 판로지원을 위한 대형화, 대량화된 농업생산물 대상의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가 가족농 중심의 소농 참여 기회를 박탈한다며, 소농이 농업행위를 통해 공공기관으로 지원받은 장애인 등을 참여시킴으로써 정부 지원 형태로 농장과 치유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진행돼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되는 유럽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이 소농을 통한 자신의 전망을 꿈꿀 수 있는 중요한 선택지”로써 소농보호를 주장했다. 소농보호는 생물종다양성보존, 식량 자급 등 농업의 가치에서 우선되어야 할 항목임에도 정부는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전 세계의 압도적 지지로 채택된 ‘소농권리선언’에도 기권함으로써 비난받은 바 있다.

끝으로, 사회적농업연구회는 ▲사회적 농업에 대한 입법을 중단하고 공론화작업을 성실히 수행할 것 ▲취약계층에 대한 대상화가 아닌, 농업을 통해 자립과 참여를 보장할 것 ▲소농보호를 통한 농촌사회복원 ▲농업을 통한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적농업에 앞서 농 가치에 공감할 수 있는 농업의 사회화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현재 사회적농업연구회는 성명서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회위원 및 농림부에 전달한 상태다.

서승현 사회적농업연구회 회장(사단법인 이랑 이사장)는 “지금으로서는 농림부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 향후 사회적농업과 관련해 7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며 “법안을 졸속 통과시키려고 하는데 정책은 한번 세우면 되돌리기가 힘들다. 그 전에 사회적농업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성명서를 발표한 사회적농업연구회는 사단법인 이랑, (사)모심과살림연구소, 서로살림농도생협, (사)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철학공방 별난, (사)한국농어촌장애인진흥회, 장애인가족단체 해피링크 등 도시농업단체 및 시민사회가 소속돼 있다.

사회적농업 지원대상 조건으로 “농촌지역 소재”라는 항목 또한 비판받는 가운데 지난해와 올해 농림부가 지정한 사회적농업 사업대상 농장은 충북 보은 농업회사법인 성원, 충남 홍성 협동조합 행복농장, 경북 청송 해뜨는 농장 농업회사법인, 강원 횡성 횡성언니네텃밭 영농조합법인, 충북 청주 농업회사법인 (주)닥나무와 종이 등 총 18곳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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