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송현 숲·문화공원 조성 토론회가 종로구 트윈트리타워에서 열렸다.
지난 11일 송현 숲·문화공원 조성 토론회가 종로구 트윈트리타워에서 열렸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면서 그동안 담벼락으로 닫혀 있던 이곳이 숲·문화공원 등 부지 활용 방안 논의가 물꼬를 텄다.

지난 11일(화) 종로구 트윈트리타워에서 각계 분야 전문가 및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수백 년 역사와 생태적 가치를 지닌 송현 숲·문화공원 조성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활용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본 토론회에서는 문화공원이나 숲 등 부지 활용에 대한 본격 논의에 앞서 본래 ‘송현’의 자연지형 고수 등 생태적 가치 고려가 강조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숲을 기본으로 지상에 문화공간을 만들고 지하를 활용해 시민편익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다. 뉴욕센트럴파크 주변으로는 10분 거리로 공원이 있다. 지속가능한 건강도시 조건은 숲이다. 열섬효과, 기온상승 등 숲의 효과 크다”며 숲과 공원의 당위를 제기했다.

조선시대부터 도성의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이곳의 지형을 파괴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컸다.

해방이후 1948년부터 미군정이 소유하면서 미대사관 직원숙소 터로 이용되던 이곳은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여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던 미국 땅”으로 시민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가려졌다. 두 번째 발제자인 홍순민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 교수는 이제야 시민에게 되돌아온 ‘송현’을 두고 “지형은 파괴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며 “땅은 불가역적이다. 정밀발굴이 아직 안 끝나지 않은 상태다. 경복궁과 창덕궁, 북촌을 잇는 이곳의 위치와 위상은 의미 있다”며 지형과 주변 환경, 역사적‧생태적 가치를 최대한 보존하는 원칙 아래 조성돼야 함을 피력했다. 토론시간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조세환 한양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는 “토지이용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송현의 땅은 요즘 말로 하면 역사환경문화환경보전지구이다. 경복궁과 연계해 용도가 결정돼야 한다. 그 첫째 조건이 땅의 원형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다. 원래 가지고 있던 자연지형, 수목, 물이 회복돼야 하고 이게 바로 숲이고 공원이다”고 말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도 송현동 부지 활용에 앞서 “‘송현’은 조선시대 국가권력과 시민 사이 완충하는 숲 지대 역할이었다. ‘송현’ 의미 자체가 숲의 의미가 들어있다. 이제는 회색도시와 사람의 완충공간이어야 한다”며 역사성 회복과 원형보존을 원칙으로 삼았다.

임희지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러 분야 전문가들 의견 수렴해 원칙을 만들어 그 안에서 활용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땅이 가진 역사성, 장소성의 무게와 가치를 생각하면 3000억 가치보다 높다. 시민들이 활용하고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위해선 지형 보존처럼 원칙을 먼저 얘기해야 한다”고 같은 의견을 냈다.

또, 시나 정부 주도의 성급한 조성계획에 앞서 시민사회 역할을 강조한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은 “담장 너머라 그림의 떡이지만 자연상태라 환경보존이 잘 돼있을 것이다.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2016년 용산기지를 여러 기관이 나눠먹기 하는 것 보기 좋지 않았다. 종로 구청이 전면 나서 국비지원 통한 생태지원이 원활할지 의문이다. 호텔건립 반대한 시민사회가 다시 나서줘야 한다. 반보 뒤에서 시민사회 지원 역할로 남아줬으면 한다. 그러면 역사적 의미나 미래방향 이야기할 장들이 열릴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이 부지 활용방안으로 언급한 주차장 포함 지하부 공간 개발에 대해선 “지하부 주차장이 과연 생태적인가”, “이 일대가 물길이 막혀 위험이 크다. 지하 개발은 반생태적이며 난개발이다”며 반대의견이 우세했다.

시민의 공간인 만큼 그동안 담장으로 인한 조망권 방해 또한 언급됐다. 지난해 숲문화공원 캠페인을 통해 부지의 공공성과 트러스트 운동을 알려온 유영초 풀빛문화연대 대표는 “공공성 중 핵심은 생태적 공공성이다. 이 풍경을 가리는 것 자체가 생태적 공공성에 위반된 것이다. 환경자원이야말로 행복과 문화적 자원이다. 담에 가로막혀 시민들의 행복을 저해해도 되는가”며 숲 조성 제안을 덧붙였다.

이에 좌장을 맡은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는 “담장 막아놓고 시선 차단시키는 것 문제다. 불법구조물이다. 구청이 당장 철거명령 내려도 된다”고 답했다.

 

조선시대 궁궐 외원으로 조성된 ‘송현’,

식민지, 미군정 등 근현대사 관통한 ‘송현동’ 이야기

송현동 부지는 조선시대 사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송현(松峴), 즉 솔고개라 불릴 만큼 조선시대부터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울창한 숲이었다.

‘송현’은 조선시대 궁궐 밖에 조성된 숲인 외원으로, 지금 남아있는 부지는 ‘궁궐을 내려다보는 등성이를 보호해 경작하지 못하도록 숲으로 조성한 외원의 일부다. 높은 담장으로 막힌 이 부지 규모는 현재 3만6642㎡다.

민가가 드문 숲으로 관리되던 조선시대에는 소나무가 번성해 주변 민가를 철거하기도 했다. 이후 조선 말 왕실과 관련된 가문에 하사해 주택이 들어서게 됐다.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이 일대도 도로확장 등으로 도시화를 피할 수 없었고 주변 경관은 급격히 변화를 맞게 됐다. 또한 토지 소유주도 이후 조선식산은행으로 넘어가 직원 사택 부지로 이용, 해방 후에는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미군소유로 넘어가 미대사관 직원 숙소로 오랫동안 유지돼 “누구도 들어갈 수 없었던 땅”으로 제한됐다.

이처럼 근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품은 이곳 송현동 부지는 현대에 와서도 수난을 겪었다. 이곳은 2009년 대한항공이 매입해 7성급 관광호텔사업을 계획했으나 다음해 서울교육청이 학습권 침해이유로 불허됐다. 이후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한항공이 패소하면서 헌법소원 청구와 취하가 잇달았고 2014년 국토부가 ‘입지규제 최소구역’ 도입을 내용으로 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발의로 호텔을 제외한 복합문화센터 건설계획으로 방향 전환했다.

올해 초 대한항공은 연내 매각을 발표했다. 난개발의 위협에서 겨우 살아남은 이 곳을 보존하기 위해선 국가나 시가 부지매입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여론이 확산된 가운데 송현동 부지가 속한 종로구는 송현 숲‧문화공원 조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전문가들은 송현동은 창덕궁, 경복궁, 인사동, 삼청동 등 주변 역사 및 문화유산과 연계돼 현재까지 조선시대 땅으로 남아있는 곳 중 그 가치가 크다고 평가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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