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속 정원 '휴가든'을 주민들과 함께 조성한 노원마을정원사회 회원들(왼쪽부터 이윤희, 박양주, 한민순)
공원 속 정원 '휴가든'을 주민들과 함께 조성한 노원마을정원사회 회원들(왼쪽부터 이윤희, 박양주, 한민순)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서울 노원구 원터근린공원에 마을정원사들과 지역주민이 함께 조성한 아름다운 마을정원이 탄생했다.

정원 ‘휴가든’은 노원마을정원사회가 노원구청 후원으로 디자인설계부터 식재구입, 시공까지 재능기부로 추진된 커뮤니티가든으로, 본래 논밭이었던 노원의 옛 지명 ‘원터’의 유래를 살려 이웃들의 쉼터이자 함께 가꾸고 소통하기 위해 조성됐다. 동시에 노원마을정원사회의 첫 번째 ‘공원 속 정원’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30년 된 묵은 근린공원을 다양한 식물종이 사는 정원으로 재탄생시킨 이들은 한민순, 박양주, 이윤희 서울시민정원사들로, 지난 3월 발족한 노원구마을정원사회에서 마을정원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처음엔 마을정원사들 중심으로 정원이 조성됐지만 한 달 동안 출근도장 찍듯 매일 정원을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민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마을정원사들과 함께 매일 물주기 등 관리하거나 정원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안내하는 등 주민들의 역할도 제각각이다. 정원과 인접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만든 새장도 기증했다. 마을정원사들은 무엇보다 “식물원에 가야 볼 수 있었던 정원식물을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도록 식재 계획한 데서 주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지지 않았을까”라고 자평했다.

원터근린공원 내 조성된 정원 '휴가든'  
원터근린공원 내 조성된 정원 '휴가든'  

일반 공원과 달리 벌과 나비들이 유난히 눈에 띄는 모습은 여느 공원과 다른 풍경이다. 종이꽃으로 불리는 로단테와 노루오줌, 우단동자, 애기톱풀, 겹나리꽃, 휴케라, 알리움 등 다년생식물, 다양한 그라스류가 일렁이는 정원은 식물을 보러오는 사람들로 오후면 항상 붐빈다. 안개나무나 자엽국수나무처럼 일반 공원에서 감상하기 힘든 정원수도 많다.

지난달 30일(금) ‘휴가든’ 개장식에서 만난 한민순 노원마을정원사회 회장은 “땅 속 이물질을 드러내고 50포 가량 부엽토를 부어 토양을 만들어 식재했다. 관목 30주, 숙근초 60종, 일년초 10종 등 약 100여 종의 식물이 심겨있다”고 정원식물을 소개했다. 이어 “해가 갈수록 아름다운 정원을 목표로 만들었다. 수국 종류만 해도 나무수국, 목수국, 미국수국, 떡갈잎수국 등 다양하다. 내년이면 더 아름다운 야생화 정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마을정원사들과 함께 정원을 조성한 전현희 씨는 “이렇게까지 정원이 아름다울 줄 몰랐다. 세 분 마을정원사들이 너무 수고가 많았다. 포토존이 식물과 어울려 훌륭하다. 사진 촬영하러 멀리서 많이 온다. 주민들이 같이 도와 조성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원터근린공원 내 조성된 정원 '휴가든'
정원 '휴가든'
정원조성을 마친 지난달 30일 이윤희 마을정원사와 주민들이 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원터근린공원 중 정원은 약 270㎡ 규모다. 마을정원사들은 이 곳을 정원부지로 결정하기 위해 스무 번 이상 오가며 주변 환경을 관찰했다. 놀이터가 바로 옆에 있고 수도도 가까울뿐더러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길목인 점이 작용했다. 정원의 주요 포인트로는 농부들의 쉼터를 떠올리는 마차 시설물과 식물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 정원을 관통하는 통나무 산책길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어린이가 자주 찾는 놀이터 근처에는 주요 교목인 단풍나무 아래 반그늘을 이용한 음지정원을 볼 수 있다.

이들 노원마을정원사들은 자부심도 크지만 활동하면서 아쉬움도 크다고 말한다. 회원이 약 10여 명이지만 실제로 노원구에서 활동하는 마을정원사들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박양주 마을정원사는 “구청에서 마을정원사 양성과정을 운영하는데 과정을 수료해도 지역 마을정원사로 활동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 노원마을정원사회에서 직접 마을정원사를 양성하면 주민 참여도 북돋울 수 있다. 여기만 해도 마을정원사 셋만 참여해 조성했다”며 지역 내 마을정원사들의 참여를 강조했다.

이번 계기를 통해 마을정원사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윤희 마을정원사는 “공원 안에 정원을 만든 계기는 적극적인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예상외로 반응이 너무 폭발적이었다. 정원을 보고 어떻게 하면 마을정원사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본다”고 말했다.

한편, 마을정원사들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유지관리하며 사계절 아름다운 정원을 지속적하기 위해서는 추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원구에는 25개 근린공원이 있다. 향후 노원마을정원사회는 이번 정원 프로젝트 이후 두 번째 ‘공원 속 정원’을 계획 중이다. [한국조경신문]

노원마을정원사회가 주민들과 함께 조성한 원터근린공원 내 정원 '휴가든' 모습
노원마을정원사회가 주민들과 함께 조성한 원터근린공원 내 정원 '휴가든' 모습

 

'휴가든'의 정원식물
'휴가든'의 정원식물. (시계방향 순서로 백묘국, 산수국, 우단동자, 휴케라, 노루오줌, 종이꽃과 안개나무, 청나래고사리, 애기톱풀, 백묘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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