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모스 한국위원회(위원장 이왕기)‧농촌계획학회‧(사)한국농촌건축학회가 주최·주관하는 2차 이코모스포럼이 지난 23일 ‘문화유산으로서 농촌경관 재발견-논의와 동향’을 주제로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개최됐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올해 2차 이코모스포럼이 지난 23일 ‘문화유산으로서 농촌경관 재발견-논의와 동향’을 주제로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개최됐다.

(사)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농촌계획학회(사)한국농촌건축학회 주최·주관으로 열린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농촌경관에 있어서 무분별한 사업을 지적하며 앞다퉈 열 올리는 국가중요농업유산 및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앞서 주체인 농촌민 입장에서 논의될 때 지속가능다고 강조했다.

2019년 4월 기준 완도 청산도 구들장논을 비롯해 12개 국가중요농업유산이 지정됐으며, 이 중 4개의 국가중요농업유산이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돼있다. 그러나 농업유산이 이용주체에 의해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않으면 농업유산 지정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의 동향을 청산도 구들장논 농업시스템으로 발제한 황길식 명소 IMC 대표는 “청산도 구들장논이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으로 진행하다보니 보조금이 중단되는 3년이 넘으면 관리가 잘 안 된다”며 5세기 가까이 암거구조의 수로와 석축 형태의 전통농업이 유지된 곳이지만 지금은 농업활동 인구수가 10% 웃도는 정도라 향후 청산도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농업유산 등재 이후 전통농법 등 전통지식시스템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며 또한 휴경지에 신축건물이 늘어나 전체 섬 경관이 훼손됐다. 황 대표는 “고령화로 인한 농가수가 줄고 예산이 없다보니 구들장논이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휴경 구들장논이 늘어난 상황이다”며 농업유산으로서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국가농업유산제도는 문화재와 달리 생계유지 위한 농촌활동으로 이뤄진다. 토지이용방식이 문화경관을 만들고 방문객이 찾으면서 선순환되는 것이다. 단순히 지역개발사업으로만 접근하니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를 위한 개선방안으로서 관리지원조직 및 위원회 구성, 공동경작단 운영, 지원조례 제정 통해 지원정책 마련, 방문객의 농업유산 지원 등을 언급했다.

농촌경관에서 크게 차지하는 농촌한옥에 대한 보존방법 이야기도 나왔다. 농촌한옥은 농촌 변화의 모습과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삶의 공간이다. 두 번째 발제자인 신재선 전북대 강사는 “농촌한옥이 사라지고 있는데 문화재급 한옥에 한정돼 지원될 뿐 일반 농촌한옥에 대한 지원이 없다”며 거주자들이 유지관리 비용 부담과 보수의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농촌한옥이 멸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하면 농촌한옥을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초가이든 변형한옥이든 경관보호나 생활사적 차원에서 문화적 가치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신지훈 단국대 녹지조경학과 교수는 “문화자원으로서 농업시스템이 전통적인 농업기술로서 경제적 활동, 경관 형성,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는가”, 그리고 국가중요농업유산 신청과정에서 “지방정부와 주민,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면서 참여주체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낼 것인가” 등 지역의 고유한 문화자원 보존방법과 참여 주체 측면에서 두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황 대표는 “농업생산유지가 농업경관 유지와 관련돼 있다. 국가지정문화유산은 국가적 차원 관리, 시군단위 마을유산은 지역유산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농업유산 선정과 보존관리를 국가차원, 시군차원으로 이원화시키면 농업유산 보존관리와 문화형성이 모든 국민이 관심가질 수 있는 운동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김학래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농촌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으나 이것이 농촌 경관을 훼손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한옥이 농촌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농촌경관 차원에서 집중해 가이드라인 만들어 장기적 안목 가지고 투자할 필요 있다.”

끝으로 황 대표는 “농업유산 연구 시행과정에서 바라보는 농촌과 살고 있는 농촌은 다르다. 외부에서 바라보면 귀한 유산이지만 농촌입장에서 보면 왜 해야 하는지 당위와 가치를 찾기 어렵다. 합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단초다. 농업유산도 물리적 공간 안에서 원형 그대로 보존할 특별관리 지역과 약간 변형 허용 가능한 일반 구역으로 나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경관 전공자 입장에서 농촌경관을 시각적으로 본 것에 반성한다. 경관보존 만들고 가이드라인 세우는 데 궁극적으로 커뮤니티 공동체 회복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날 포럼 참석자 의견 중 농촌한옥이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문화유산으로써 한옥을 과거 풍경으로 억지로 회귀시키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진행을 담당한 성종상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이사‧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농촌문화유산과 농촌경관 정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최근 국제적 동향 보면 농촌한옥은 문화유산에 포함된다. 2017년 이코모스 총회서 채택된 것도 농촌경관과 토속경관이다. 여기서 중요한건 지속가능성이다. 우리 시대가 기술발달하면서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위기에 있다. (중략) 우리는 농촌경관에 대한 논의 과정이 있기도 전 사업부터 시행한다. 농촌인과 도시민 등 내외부로 인식을 공유한 상태에서 사업 추진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이코모스포럼은 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1년에 네 차례 열며, 올해는 ‘문화유산으로서 농촌경관 재발견’을 주제로 진행, 남은 두 차례 포럼은 보전과 활용을 중심으로 오는 9월 26일, 11월 28일에 각각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조경신문]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