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호 위원장
유재호 위원장  ⒸLAT DB

지난 2011년으로 기억한다. 도곡동에 위치한 모기업 사무실에서 감리원 간담회에 처음 참석했었다. 그때 이미 아파트 조경공사 감리원 배치기준에 대해 많은 불만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떠한 행동도 결과도 없었다.

조경계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할까?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반드시 이루어내는 단결력과 리더십의 부재가 원인이라 보여 진다.

나는 한국조경협회(구 한국조경사회) 감리분과 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두 번이나 고사했으나 지난 19대 최종필 전 회장과 만나 활동하게 됐다. 임기 2년 중 1년은 바쁜 생업으로 개점 휴업하였고 이듬해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무모한 도전을 시작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법규를 바꾸는 일이 쉽지도 않고 또 그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개정하는지도 몰랐다.

다만 그 배경에는 2009년부터 조경감리를 하면서 (조금 격하게 표현하자면) 우리 업 역을 우습게 아는 감리회사들과 타 분야 감리들에게 무시당하는 일이 분했다.

조경감리제도 개선청원업무를 하면서 조경시공업 종사자들이나 심지어 같은 감리분야의 기술자들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듣는 일도 있었다. “조경감리가 꼭 필요하나? 조경감리가 있으면 더 귀찮다.” 심지어 “토목감리가 더 편하다.”라는 말도 들었다.

정녕 이 사람들이 대한민국 조경기술자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임을 깨닫게 됐다.

우리가 우리 분야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토목이나 건축분야의 기술자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물론 다른 건설분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적 난이도와 벽이 낮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때로는 제도개선이고 뭐고 나 혼자 대충 잘 먹고 잘사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자고 여러 번 다짐도 했었다.

생각은 단순하다. 이건 단순한 법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경공사는 조경시공사가 하고 조경설계는 조경설계회사가 하고 조경감리는 조경감리가 하면 된다’

그래도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조경기술자들의 탄원서와 조경협회의 도움으로 최소 300세대 이상 아파트 건설현장에 조경감리를 배치하는 법규 요청을 국토부 담당자들에게 전달했다. 또 지난해 말 출범한 조경지원센터의 도움도 받았다.

이후 조경분야를 홀대하지 않겠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연설도 들었고 앞으로 정부 여러 부처에 조경직들이 채용된다는 소식도 접했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1500세대 미만의 수십억 조경공사를 토목감리들이 “조경 별것 아니네”라며 열심히 감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원에 대한 아무런 답변도 없고 조경지원센터의 국토부 보고 이후 어떻게 추진되고 있다는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내가 고양시와 세종시 공동주택 조경공사 품질검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조경공사 현장에 토목감리가 대기하고 있다.

토양검사를 물으면 성토용 흙 시험 데이터를 내민다. “훈련목이냐?”라고 물으면 “나무도 훈련을 하냐?”고 오히려 되묻는다.

석가산 앞에서 “석가산이 뭐냐?”고 물으면 자기는 잘 모르고 이것보다 더 큰 조경현장도 다 감리해봤다고 답한다.

대한민국 조경기술자 여러분. 이것이 우리 조경업계의 현실이고 실정이다.

사업발주금액은 눈에 띄게 줄고 있고 조경회사들의 경영실적은 악화되고 있고, 기술자들 이탈, 조경학과는 통폐합되고 있다.

나 역시 잠시 조경협회 활동에서 벗어나 생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감리분과위원장 임기는 1년 이상 남았고 조경협회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청원이 필요하면 열 번이고 받을 것이며, 향후 1인 시위라도 할 예정이다.

그렇게 끝까지 살아남아서 우리의 업 역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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