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미세먼지 유감
[조경시대] 미세먼지 유감
  • 홍태식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5.15
  • 호수 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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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식 (사)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
홍태식 (사)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

지난 3, 4월에는 유난히 미세먼지로 온 나라가 떠들썩 했다. 많은 미디어에서 대기질이 독가스나 발암물질 수준이라며 정부를 비판했고, 그 원인은 이웃나라에 있는데 변변한 외교적 항의 제스쳐도 못한다고 외교당국의 무능함을 물고 늘어졌다. 지나친 건강염려증에 내일이면 죽을 것 같은 공포가 사회 전체에 퍼져나갔고, 언론의 비판 대부분은 미세먼지 저감대책의 엉성함을 질타하는 선에서 그쳤다. 정치권은 호재를 만난 듯 정부당국자를 불러내어 저감대책을 내놓으라고 추궁했고, 당장의 뾰족한 수가 없는 정부에서는 통계숫자로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였으나, 당장 피부로 느끼는 미세먼지 정체현상 때문에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10여년 전 황사가 온 국토를 뒤덮었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대기과학자는 빅데이터와 미세먼지 분석결과를 가지고 설명한다. 지구의 자전 때문에 발생하는 편서풍 때문에 중국에서 한국 쪽으로 바람은 불게 마련이다. 이른 봄철이면 아시아 대륙 한가운데에서 발생한 유황성분이 포함된 황사가 편서풍에 실려 날아오는데, 이따금 한반도 상공에서 정체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그 결과로 황사가 햇볕을 차단하여 대지표면 온도를 낮추게 되어 대기역전을 일으킨다. 대기는 따뜻하고 지표면은 차가우니까 대기 정체 현상이 발생한다.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발전소나 공장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과 경유차량 배기가스가 황사와 폭발적으로 반응하여 대량의 미세먼지를 만들어 낸다. 더구나 황사층에는 중국내 공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포함되어 있어, 한국의 미세먼지와 결합하여 두꺼운 층을 만든다. 이처럼 대기정체 현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며 올해 미세먼지 문제가 큰 이슈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름이 10㎛ 이하인 미세먼지는 사람의 몸 깊숙이 침투해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한다고 하니, 시민들이 느끼는 공포는 사회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키워내게 되었다.

편서풍이 다시 불기 시작하여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게 되니 모두들 미세먼지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역대급 반전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 통제권에 있는 화력발전소는 가동을 줄이거나 중단했지만, 일부 대형공장 시설에서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가 고장난 채 가동하여 대량의 오염물질을 배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최소한의 오염물질 허용치도 지키지 않은 채 배짱 가동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오염저감시설을 설치하느니 들키면 벌금을 내는 것이 제조원가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몰염치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클린디젤기술을 적용한 경유차량의 배기가스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과학적인 사실이 어느 정도 밝혀진 다음에도 경유차 판매는 줄지 않았다. 이상 저온현상에 개별보일러 가동 일수가 늘어나 대기오염의 원인일 거라는 이웃나라의 지적을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힘을 얻기도 했다. 외부 대기오염 문제해결보다 취약계층 집단이용시설이나 지하철역사 내부 실내 공기질 개선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경유차량 때문에 더 이상 제주도 지역도 대기청정지역이 아니라는 보고도 있다.

미세먼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가예산 편성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던 미세먼지 저감용 추경예산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대기오염물질 저감시설 개선에 많은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 미세먼지 배출량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송 부문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경유차량을 줄이고,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고 노후 경유차 폐차지원제도를 세웠다. 실내공기질 개선을 위한 공기청정기를 보육시설과 학교에 보급하기로 했다. 또한 도시민들이 대기질 개선효과를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미세먼지 저감숲을 조성하겠다는 예산을 수립하였다.

국가예산을 많이 투자하기만 하면 봄철마다 통과의례로 겪고 있는 미세먼지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시스템 개선을 지속적으로 이뤄내야 한다. 모든 국토를 골고루 활용하는 지역균형개발을 더 과감하게 추진해야 하고,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대기질 개선을 위한 정책을 지속해야한다. 이른 봄철에 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해서 미세먼지 흡착효과가 높은 식물을 개발하여 가로수나 입면녹화지역에 대규모로 적용하는 등 촘촘한 녹지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봄바람이 세게 불어 미세먼지를 날아가기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꾸준히 노력하면 미세먼지 공포쯤이야 쉽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홍태식 객원 논설위원
홍태식 객원 논설위원 seekhong@naver.com 홍태식 객원 논설위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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