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목) 한국전통조경학회 정기총회 및 춘계학술대회 개최 일환으로 진행된 전통조경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민관학 합동토론회가 개최됐다.     Ⓒ지재호 기자
지난 3일(목) 한국전통조경학회 정기총회 및 춘계학술대회 개최 일환으로 진행된 전통조경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민관학 합동토론회가 개최됐다.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문화재청이 올해 출범한 궁능유적본부와 한국전통조경학회가 지난 3일(목) 공동으로 ‘전통조경 발전방안 마련 민·관·학 합동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에는 진상철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전통문화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김충식 한국전통문화대 교수의 ‘궁궐 조경의 복원현황 및 개선방안’과 이창환 상지영서대 교수의 ‘문화재 전통조경 발전을 위한 민·관·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가 진행됐다.

토론에는 나명하 궁능유적본부장 직무대리를 비롯해 원성규 문화재청 혁신행정담당관, 이상석 한국조경학회장, 강태호 동국대 교수, 최종희 배재대 교수, 박경자 전통경관보전연구원장, 정우진 상명대 연구원, 백종철 자연유산보존협회 사무국장, 안명준 조경시공연구소 느티 소장, 안종근 금성건축 부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본지는 이날 제시된 제안과 토론 내용을 정리해 본다.

나명하 궁능유적본부 본부장 직무대리   Ⓒ지재호 기자
나명하 궁능유적본부 본부장 직무대리

나명하 직무대리 : 문화재청은 현재 전통조경과 신설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전통조경자원센터 설립도 진행되고 있다. 궁궐과 능의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이번 합동토론회를 통해 대안과 연구결과들이 수립될 수 있도록 장기계획을 세우고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특히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언급한 것처럼 원림에 대한 정원, 조경 등 단어의 정립도 필요하다.

 

원성규 혁신행정담당관 : 성공적인 전통조경자원센터 출범을 위해서는 기재부와 행자부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학회에서 도와주고 같이 해 나가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태호 동국대 교수
강태호 교수

 

강태호 교수 : 그동안 문화재청은 수구적으로 지키기에 몰두했다. 이제 개방해야 한다. 조경관리는 관리와 해설이 전문화돼야 한다. 보직이동이 필요 없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1년 또는 2년 과정의 궁원조경 아카데미를 신설해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새로운 환경 조성이 필요한 시점에서 기구개편으로 위상도 높아진 만큼 공능유적본부에서 적극적으로 연구해 식물에 대한 것도 손을 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자연식에 대한 개념에 사로잡혀서 손만 대면 일본식이라고 하는데 인공적 환경에 있는 만큼 조절을 해 줘야 한다.

최종희 배재대 교수
최종희 교수

 

최종희 교수 : 정체성은 자세와 태도에 관한 부분이다.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에 의거해 지금까지 조경인들이 헌신적으로 했던 많은 기록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을 우리가 컬렉션데이터를 진행해 수집하는 것 자체가 정체성을 나름대로 만드는 기본적인 시작이라 본다.

 

박경자 원장
박경자 원장

박경자 원장 : 중국은 원림건축이라 하고, 일본은 정원시설물이라고 말을 한다. 나는 정원에 넓은 의미로 조경구조물로 쓰고 있다. (조경관리에 있어) 창덕궁 또는 경복궁을 가면 공간에 뭐가 중심이 되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나무도 좋다. 그러나 나무가 크면 잘라줘야 하는 게 순리인데 그것을 가지고 너무 복잡하게 시뮬레이션을 한다.

중요한 것은 구조물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관리하는가와 그에 맞춰서 나무들을 어느 정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식물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공용공간의 중심, 정원공간의 중심이 무엇인지 핵심적 포커스를 찾아 연구와 관리, 복원을 수립해야 한다.

정우진 상명대 연구원
정우진 박사

정우진 박사 : 궁궐 관련된 정책과 접근 방식들이 너무 유지관리를 중심으로 돼 있다. 잘못된 부분들이 많고 잘못 인식된 부분들이 산적해 있다. 아마도 건축분야였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해 되돌려 놓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쪽으로는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패러다임을 바꿔서 유지관리보다는 적극적으로 장소의 본질에 대해, 원형안에 대해 탐구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궁궐조경, 후원부분에 대해 진정성 부문에서는 큰 점수를 주기 어렵다. 현재에 만족을 하면서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할까 고민하기보다는 장소의 형태와 어떤 기능이 있었는지에 대해 밝혀 공간을 정리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경복궁 공원계획과 창경궁 공원정비기본계획 등을 보면 건축하는 교수들의 자문을 받아서 수립된 복원계획이 대부분이다. 조경분야가 만든 게 아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백종철 사무국장
백종철 사무국장

백종철 사무국장 : (사업을 수행하다보면) 나무를 없애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학계에 있는 분들이 근거자료를 내 놓아도 없앨 수 없다. 민원발생 문제도 있고 광범위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장소에 대한 역사성을 찾아줘야 하는데 창경궁의 경우 도시경관림으로 보면 나무를 자르지 못한다. 이점을 두고 식생처리 과정의 문제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전통조경의 모범답안으로 둘 것인지 하는 고민이 많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계획을 세워도 현실적인 관리 방안이 담긴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한다.

또한 전통조경과 전통정원 지역에 수목의 식생이나 구조물은 기록하는 게 중요하다 본다. 아직까지도 경험적인 지식에 의존하는 게 많다. 궁능유적본부가 생긴 만큼 데이터화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걸리고 돈이 드는 작업이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창경궁은 식생 전수조사를 했고 10년에 걸쳐 데이터가 축척돼 이를 근거로 관리나 복원하는 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

최소한의 1년간의 연감 발간 또는 자료수집 조직을 만들어 체계적 시스템이 갖춰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종희 교수 : 조경에 있어 식생 복원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원형 복원이라는 말도 쓰지 않는다.

안명준 소장
안명준 소장

안명준 소장 : 법제도 정책 개발 보완 부분에서 전통조경을 중심으로 업무 범위와 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통조경 뿐만 아니라 국토부에서 하는 도시재생 사업 등을 보면 법에 억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전문인력 양성과 현장 투입이 시급하다. 기능인력들을 재인증하고 보수교육 체계의 강화가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이 논란이 많이 되고 있는데 중간에서 집중교육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전통조경 업무에 대해 별도의 총괄운영자, 자문단이 있어야 한다. 실무단위로 내려가면 문제가 많다.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 등 중간지원단, 광역차원에서 하는 지원단 등 전국에 걸쳐서 지원할 수 있는 자문단, 자문위원의 총괄 운영자들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지자체 담당자들의 인식이 매우 심각하다. 중앙에서 지원하는 매뉴얼도 부족한 만큼 중앙 정부에서 실무자에 대한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술기준이나 매뉴얼, 표준기술팀이 있어야 한다. 이는 기존에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통조경이 고루하거나 남루해서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시민은 없다. 도시공간에 적용되는 전통조경방식을 요구되고 있는 만큼 지원이 가능한 공법이나 형식 등을 공개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박경자 원장 : 앞에서 언급했듯이 원림이냐 조경이냐 하는 명칭에 대해 할 말이 있다. 조경학회에서 발표도 했는데 우리의 고문을 보면 대부분이 원림이라는 용어를 쓴다. 그 다음이 정원이다. 사실 조경은 신조어가 아닌가.

전통만은 원림이라 해야 한다. 전통은 원림이라 대부분 써 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통과 현대와 접목하는 연구는 내가 3년째 하고 있다. ‘한국전통조경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주제로 일본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대에 살고 있으니까 살아 있는 전통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종근 부장
안종근 부장

안종근 부장 :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려 한다. 설계를 할 때는 자문이나 회의 없이 일방적으로 설계를 바꾸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S자 유선형 동선으로 만든 길을 소방차가 지나가야 한다는 이유로 바꾸는 것을 비롯해 도로폭이 4.5m였는데 예산을 이유로 1.5m로 축소시켜야 했다. 포장재료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왕실공간의 상징인 소나무가 많으니까 소나무는 심지 말라고 해서 진입로 S자 곡선에 소나무를 제외한 활엽수만 심었더니 가로수 같다고 지적했다.

소장이 변경지시를 할 때는 자문회의를 다시 하거나 회의를 해야 하는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시를 했다. 관리소장의 권한에 대해 지적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써 복원이 잘 돼야만 차후 수정하는 예산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현장 실상을 전하고 싶었다.

진상철 좌장/교수
진상철 좌장/교수

진상철 좌장 : 충남 문화재위원으로 있으면서 천안삼거리 공원 설계 당선안을 봤다. 그 안에 지방문화재가 2개가 있었다. 조경설계하는 사람들이 현상설계를 했는데 문화재 앞에 25미터 높이의 기둥을 설치하는 안이었다. 문화재는 뒷전으로 하고 완전히 현대적인 조경설계를 한 사례이지만 전통조경하는 사람들은 뭘 했나 싶다. 우리가 학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전통조경을 하는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

나명하 본부장/직무대리
나명하 본부장/직무대리

나명하 직무대리 : 궁능유적본부에서는 현재 중장기 발전계획을 만들고 있다. 오늘 토론 내용도 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부분은 학계에서 해 줘야 한다. 학계에서 정리해 확립되면 정책적으로 적용하고 그것을 현장에도 적용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올해 수시직제로 전통조경과를 신설하지만 궁능유적본부도 연구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통조경자원센터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안에는 전통식물도 있지만 전통궁능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직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민·관·학이 함께 충실히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김충식 교수
김충식 교수

한편 김충식 교수는 ‘궁궐 조경의 복원현황 및 개선방안’ 발제를 통해 고품격 궁궐 경관 구현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조경의 방향 정립과 목표 설정이 됐는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발제를 통해 지적했다.

여기에는 궁궐조경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도급과 자체 시행이 있는데 자체시행의 경우 이식과 식재, 제거 등 중첩되는 부분이 많은 만큼 이제는 도급과 자체운영 등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조경실측설계가 나올 때 제도상 실측업체인 사실상의 건축이 주를 이르는데 조경수리기술자를 계약도 아닌 단순고용을 하고 있다. 때문에 조경설계 품질 저하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폐해가 이어지고 있기에 이를 궁궐에서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환 교수
이창환 교수

이창환 교수는 ‘문화재 전통조경 발전을 위한 민·관·학의 역할’ 주제를 통해 일본은 민·관·학이 협력해 사적 및 문화재의 다양한 분야의 클라우드를 형성 과제 파악과 실험 지원에 주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문화재기술자 간 정보 공유가 안 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한국인의 자연관 및 사상관 정립부재를 비롯해 문화재구역의 80~90%가 전통조경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건축 위주 또는 행정위주로 진행되고 있음을 개탄했다.

이외 남북한 기념식수의 DNA 검증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것처럼 생태자원의 보존 및 공급 방안 부재와 국제적 수준의 전통조경 가치 발굴 및 홍보 부족, 인적자원 발굴 및 체계화 부재 등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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