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4월 들어 전통정원을 널리 알릴 반가운 정원 소식이 날아들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두 곳의 전통정원 ‘성락원’과 ‘소쇄원’이 시민에게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이다. 성락원은 지난 23일부터 한시적 개방을 통해, 소쇄원은 ‘한국의 정원展’ 전시를 통해 도심 한복판에서 시민들과 만났다. 전통정원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 각별히 관심이 갔다.

성락원과 소쇄원은 한국전통정원으로서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명승지이자 별서정원이다. 특히 성락원의 경우 200년 역사를 가진,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 있는 유서 깊은 전통정원이지만 사유지라 그동안 굳게 빗장이 걸렸었다. 서울시내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별서정원임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다.

성북동에 위치한 성락원은 좁은 골목길 모퉁이에 담으로 둘러싸여 자칫 지나치기 쉽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 곳은 아직 복원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멀리 남산을 차경한 송석정에서 앞뜰까지 이어지는 자연계류와 바위가 압권이다. 개방 첫날 문을 열고 앞뜰에 들어서자 일보일경(一步一景)의 경관에 관람객들은 겨우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이처럼 울창한 숲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조선 철종 시대를 산 심상응 대감이 별서정원으로 이용한 성락원은 구한말,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지나 개발시대 속에서도 용케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성락원은 정원주가 여러 차례 바뀌면서 본래 있었던 바위가 묻히기도 하고 잔디가 식재되기도 하는 등 많은 부침을 겪었다. 2008년 명승으로 지정된 후 현재 복원사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때 이른 개방이라는 반대에 부닥쳤지만 서울 도심에 얼마 남지 않은 문화유산을 시민과 공유하고자 어렵게 개방을 결정했다.

또 다른 방식으로 한국의 전통정원에 접근한 전시 ‘소쇄원, 낯설게 산책하기’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통정원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하다. 예술가와 현장 활동가의 시선으로 소쇄원을 해석한 전시는 장르를 망라한 예술작품으로써 적극적으로 전통정원에 접근하고 있다.

전통정원은 서양정원과 달리 인간의 영역에 자연을 끌어오되 인위적 행위를 최소화하는 정원이다. 이번 성락원 개방과 소쇄원 전시를 취재하며 서양정원에 익숙한 시민들의 의식 속에 이러한 전통정원이 어쩌면 정원의 범주 밖에 동떨어져 고루하게 혹은 무책임하게 방치되지는 않았는지, 전통정원이 전문가나 특정 분야 종사자들의 담론으로만 한정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전통정원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말해주듯 전통정원을 지금 이곳에서 어떻게 풀어내고 저변 확장시킬 것인지, 나아가 시민들이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전통정원에 대한 대중적 시도들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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