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1. 조경업계에 불어 닥친 ‘구인난’
2. 학생들이 느끼는 ‘구직난’
3. 구인-구직난 해법을 위한 모색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조경계 인력난이 단순히 어렵다는 수준에서 이제는 사회적 문제로 거듭난 미세먼지 만큼 심각한 수준에 있다.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경업계의 열악한 복지문제와 경제적 문제가 구인난을 해소하는데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요즘 현장에서 감지되고 있는 부분은 경제적 어려움과 복지문제보다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부족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기획시리즈로 1. 조경업계에 불어 닥친 ‘구인난’, 2. 학생들이 느끼는 ‘구직난’, 3. 구인-구직난 해법을 위한 모색을 다룬다.

2편-학생들이 느끼는 ‘구직난’에서는 조경업계의 인력난 원인을 짚어 봤다. 아울러 기획시리즈와 관련해 반론이나 제보는 cjh@latimes.kr로 하면 된다.

 

2018년 취업률 평균 66%

취업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대학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신입·편입생 모집을 할 때 어떤 대학들은 ‘취업률 최고’라는 광고문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한다. 충분히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 광고 카피가 아닐 수 없다.

취업률이 높다는 것은 당장의 가능성보다는 졸업 후 자신이 진로를 택할 때 이미 길을 열고 있는 선배들의 어시스트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때문에 척박한 땅을 개척하는 것보다는 비교적 수월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별 조경학과의 취업률은 어떨까? 본지는 교육부에 지난해까지 자진 제출한 취업률 현황을 살펴봤다. 53개 조경학과가 운영되고 있는 대학 중 31개 대학이 매년 제출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 그 중 8개 대학은 2016년과 2017년에는 제출하지 않다가 2018년에 제출한 곳이 있어 통계를 내기에는 균형을 맞출 수 없었다.

다만 공통점은 2년 동안 제출하지 않다가 2018년에 제출한 대학들은 대부분이 취업률 50% 이상을 달성한 수치라는 것이다. 여전히 취업률이 대학 선택의 기준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조경학과를 중심으로 전국 대학들의 취업률을 보면 2016년에는 평균 63.5%를 보였다. 2017년에는 60.9%로 떨어졌다가 2018년에는 66%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물론 2018년도에만 제출한 대학을 제외했다. 설사 포함시킨다 해도 67% 수준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는 관계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통계로만 볼 때 전체적으로 취업률은 높아 보였으나 대학별로 분석해 보면 지난해 최저 46%에서 최고 88% 취업률을 보이고 있어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조경 시공이 한창인 서울의 한 아파트   [사진 지재호 기자]
조경 시공이 한창인 서울의 한 아파트 [사진 지재호 기자]

 

제대로 보상해 달라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취업을 준비한 B양은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는 것을 직시하고 2년 전 모 설계회사에 취업했다. 주변에서 대기업들도 신입을 채용하기 보다는 경력자 채용을 우선하고 있다는 말에 경력을 쌓기 위한 나름의 판단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조경업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경력자라고 해서 모두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거나 다른 진로를 택하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꼼수’나 ‘생각이 짧다’라는 식으로 저평가하기보다 이들이 안고 있는 불안감을 들어 볼 필요가 있다. 미래가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잘못된 선택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만 하고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그림자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하기에 야근도 불사한다. 그 결말이 ‘Happy’인지 ‘The End’인지도 모르지만 사회는 결과를 보기 위해 달려가기 때문에 그들도 딸려 가는 것이다.

모 대학 조경학과 C학생은 “졸업을 다 하기는 하는데 취업을 조경설계나 시공, 식재회사에 들어가면 일이 힘들고 박봉이라서 3개월 다니다가 그만두는 친구들이 많다”며 “현재 취업한 친구들 중 40%가 직장을 그만 뒀다”고 말했다.

사직한 이유에 대해서도 “야근수당도 못 받고, 챙겨주는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조경회사들이 작다보니 오히려 회의감이 든다며 푸념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면서 “힘만 들고 대우도 못 받는 기분에 상심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러한 실정에 대해 대학 교수들도 고민이 많다. H학생의 말에 따르면 “대외활동을 통해 만난 30여 명의 친구들이 있는데 이 중 절반이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시립대도 설계회사로 많이 보내는데 학생들이 많이 안 가려고 하니까 교수님도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며 안타까운 실정을 알렸다.

이어 “복지가 일단 너무 열악하다. 배우면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된 상태다”라며 “주변에서는 별다방(00벅스)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게 설계하는 것 보다 복지수준이 더 낫다는 말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P학생은 “땡볕에서 일하는 것보다 실내에서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면서도 “다양한 분야의 설계와 시공, 관리 분야도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진출하면 조경에서 할 것도 많은데 시야가 좁은 것 같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적에 의한 선택은 ‘NO’

인터뷰를 한 학생들에게 후배가 될 수도 있는 수험생들에게 ‘조경학과를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P학생은 “설계뿐만 아니라 조경에 어떤 분야가 있는지 알고 준비한다면 좋다고 본다”면서 “다만 성적만 맞춰서 올 경우에는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적성에도 안 맞고 설계가 많아서 그림이 잘 안 나와도 이탈하기 때문”이라며 조경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학생은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다”며 “성적에 맞춰서만 조경분야를 선택한다면 힘들지 않겠나 생각된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H학생은 “건축 등에 비해서 생소한 학문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하다가 회의감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우리 학교만 가지고 봤을 때 흥미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없는 것 같다. 졸업장만 필요하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추천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인터뷰가 전체의 흐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일은 하는데 제대로 대우를 못 받는 것에 대한 서러움을 이겨낼 ‘복지 수준의 향상’과 ‘취업의 한계성’을 말하고 있다.

모 학생은 기자에게 자신이 들은 말을 들려줬다. “설계는 10년을 버티면 괜찮아질 것이다. 프리랜서로도 일을 하면서 대기업 못 지 않은 돈을 벌 수 있다”라고.

이 말에 학생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내가 적은 돈을 받으면서 10년을 버틸 수 있을까? 다른 직장보다 승진이 빠르다보니 대기업 수준으로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10년이라는 세월이 문제”라는 것이다.

혹자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열정이 없다”고 한다. “옛날에는 야근이 아니라 철야를 하면서도 일을 해 냈다”고 말한다. 반면에 학생들은 “압력에 의해 설계를 바꾸고 갑에 의해 창작에 장애가 주어진다면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또한 일을 하더라도 안정된 복지 속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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