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뉴욕 하이라인이 전달한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뿐이다. 한번이라도 다녀 온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도 만들자고 난리다. 하지만 막상 만들려하면 배가 산으로 가기 십상이다.
서울에서는 경의선, 경춘선 숲길 등을 만들면서 일부지역은 연트럴파크라는 웃지 못 할 닉네임까지 붙여졌다. 술 마시고 무질서가 난무하는 자유의 공원 연트럴파크라는 실상은 기가 막 힐 노릇일 뿐 혀만 찬다.
옛 마산시(현 창원시)에서 지난 2009년도부터 준비해 온 ‘임항선 그린웨이’는 어떤가. 1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임항선 그린웨이를 둘러 봤다.
한적한 주민을 위한 공간
1905년에 마산선 삼랑진에서 마산포 구간을 시작으로 운행됐던 임항선은 2011년 2월 폐선을 앞둔 시점에서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그린웨이’사업을 2009년 10월에 발표했다.
그린웨이 사업은 전반적으로 일본의 야마시타 린코센 프롬나드 사업과 유사한 점이 없지 않지만 녹지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본 사업과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임항선 그린웨이는 (구)마산세관에서 시작해 석전동 개나리아파트까지 4.6km에 이른다.
주요 수종으로는 벚나무와 왕벚나무, 배롱나무, 당종려, 가시나무, 남천, 홍단풍, 구골목서, 백목련, 먼나무, 조팝나무 등 35종 25만 본에 이른다.
천천히 걷다보면 대나무 숲이 울창한 곳을 담처럼 이용한 집을 만날 수 있다. 가게도 아니고 카페도 아닌 오래된 담벼락을 뚫고 나온 문에서 커피를 판다고 나무합판을 내 놓은 곳, 철재 대문을 밀고 나오면 공원이 마당되는 가정집, 그리고 그 앞에 화분을 놓으니 공원과 마당의 경계를 허무는 따뜻함.
이곳은 한적함을 즐기는 주민을 위한 공간이고 마산의 힐링 공간임을 확인 받는다.
서울과 다른 독특함이란
서울의 경의선과 경춘선 숲길은 자연적인 느낌보다 주변 환경에 맞춰서 가공된 느낌이 강하다면 이곳은 골목길과 담벼락, 일상적 가정집들의 아기자기함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로운 곳임에 틀림없다.
걷는 재미가 있어 4.6km 거리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눈높이에 맞춰 널려있는 기와지붕들과 옥상에서는 사람 사는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당연하게 쭉 나열될 법한 커피숍이나 호텔 보다는 심심치 않게 보이는 목욕탕 굴뚝들이 곳곳에서 눈에 든다.
마산항이 내려다보이는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과 마산 출신의 조각가 문신의 조각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문신미술관, 3.15의거탑, 마산박물관 등도 만날 수 있어 상상 그 이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공원이 개발을 부르는가
육교와 이어진 옛 철길, 석전가교도 등에 올라서면 시야를 멀리 볼 수 있어 상쾌함이 크다. 좌측으로는 무학산이 봄기운을 가득 품고 기품 있는 풍광을 자랑한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북마산역을 지나면 북마산시장(회원철길시장)이 보인다. 철길을 따라 시장이 형성되고 때로는 철길이 물건을 올려놓는 선반(?)으로 쓰여 지고 있다.
지난 얘기지만 시장이 형성되면서 임항선을 지나는 기차가 멈춰 서서 물건을 치워야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불편함을 떠나 추억처럼 느껴질 정도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린웨이 주변은 그야말로 개발이 한창이다. 아파트들이 무학산을 가리기 시작했고 마치 병풍처럼 거대한 그림자를 들이밀고 있다.
또한 철길시장도 창원시에서 불법 건축물 철거와 자진철거 계도 등을 실시 한 후 2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단절된 산책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임항선 그린웨이 주변은 아직까지는 괜찮다. 그 흔한 젠트리피케이션 잡음도 없다.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몰리면 변화는 어떤 식으로든 발생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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