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파크 쑥섬쑥섬(사진제공 힐링파크 쑥섬쑥섬)
힐링파크 쑥섬쑥섬(사진제공 힐링파크 쑥섬쑥섬)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2015년 산림청이 수목원‧정원법 시행에 따라 민간정원이 생겨난 지 4년이 지났다.

민간정원은 개인 또는 법인‧단체가 운영하는 정원으로 민간정원을 일반에 공개하는 경우 시도

지사에게 등록해야 하며, 입장료 및 시설사용료를 받아 운영할 수 있다. 그동안 등록된 민간정원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이들 민간정원 중 실질적으로 이익을 내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올해부터 전남도가 민간정원 활성화와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 지자체 예산 2억 규모로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 민간정원 지원 첫 사례를 남겼다.

민간정원은 수익사업을 넘어 지역 관광자원 활용가능성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 경관개선에도 파급력이 크다. 지금까지 전국 21개 민간정원이 등록되면서 지난해 말 한국민간정원협회가 사단법인으로 출범해 정원문화 및 정원산업활성화를 위해 활동 중이며, 각 민간정원은 정원의 개성을 살려 지역사회 내에서 가드닝프로그램, 마을가꾸기, 관광사업 등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지자체에 등록돼 운영되고 있는 민간정원은 ▲아름다운정원화수목(충남 천안), ▲힐링파크쑥섬쑥섬(전남 고흥), ▲서유숙정원(충북 충주) ▲남해토피아랜드(경남 남해) ▲비밀의 화원(경북 칠곡) ▲죽화경(전남 담양) ▲섬이정원(경남 남해) ▲금세기정원(전남 고흥) ▲홍송원(강원 홍천) ▲위토피아가든(경북 봉화) ▲손안에솔정원(경북 영천) ▲해솔찬정원(경남 통영) ▲초암정원(전남 보성) ▲생각하는정원(제주) ▲온실리움(울산광역시) ▲더블럭(충북 제천) ▲쌍산재(전남 구례) ▲갈메정원(전남 보성) ▲장수호힐링정원(전남 고흥) ▲하늘빛수목원(전남 장흥) ▲물빛소리정원(경남 통영) 등 21개다.

한편, 민간정원 회원 14명이 가입돼 있는 (사)한국민간정원협회는 지난달 정기총회서 오픈가든 등 정기적 정원문화 행사를 갖는 정수모 회원 8명을 영입해 총 22명의 회원으로 꾸렸으며 정원교육 및 정원콘텐츠 개발, 정원문화사업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구상 중이다.

전국 민간정원 분포도
전국 민간정원 분포도

쑥과 고양이의 섬

전남 고흥군 ‘힐링파크 쑥섬쑥섬’

전남 제1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힐링파크 쑥섬쑥섬(대표 김상현)’은 전남 고흥군 쑥섬마을(애도마을)에 위치하고 있으며 나로도여객선터미널에서 쑥섬호를 타면 5분 안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은 난대수종이 울창한 원시림, 원형이 보존된 돌담길, 돌담 다랑이 밭, 자연이 살아있는 수평선길, 300여 가지의 꽃들이 있는 별정원, 바다가 길을 통해 걸어가는 성화등대길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른 민간정원과는 달리 섬 안에 위치한 이곳은 민간정원만의 단순 수익 사업이 아닌 마을 가꾸기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섬의 면적은 0.326㎢로 지형적으로 따뜻해 쑥이 잘 자라 ‘쑥섬’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또, ‘힐링파크 쑥섬쑥섬’에서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있다. ▲로컬푸드 베이커리 체험(3시간) ▲재미있는 푸드(6시간) ▲치유 & 힐링(3시간) ▲남도 맛을 찾아 떠나는 공정여행(2일) ▲자연 탐방 학습 ▲문학 & 인연정원 참여 체험 ▲정원 만들기 ▲한지공예 등이 있다.

오는 5월부터는 주민들이 직접 만든 쑥 식혜, 미숫가루, 차, 농산품 등이 판매되는 로컬매장도 운영된다. 더불어 이곳은 마을, 탐방로 등 관리를 통해 노인 일자리 창출하고 올해부터는 80대 이상의 노인들이 소소하게라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고 한다.

‘바다 위 비밀정원’이라는 콘셉트로 운영되는 이곳에 눈에 띄는 특이점이 있다. 길을 걷다 흔히 볼 수 있는 강아지는 단 한 마리도 없고 고양이만 키우는 ‘고양이 섬’이 바로 그것이다. 이곳에 가면 흔히 말하는 ‘개냥이’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섬이정원
섬이정원(사진 한국조경신문 DB)

다랑논 경관 살린 유럽식 정원을 만나다

경남 남해 ‘섬이정원’

‘섬이정원’은 경남1호 민간정원(대표 차명호)으로,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그림 ‘흰색수련 연못’이 모티브가 돼 회화처럼 재현한 정원이다. 무엇보다 다랑이논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이 곳만의 독자적 경관을 낳았다.

‘섬이정원’은 그라스와 다년생식물이 식재된 유럽식 정원과 다랑이논과 돌담이라는 한국적 정서가 조화롭게 조우하면서 주변 자연환경과도 친화적이다.

차명호 대표 개인의 땀으로 무려 1만4000㎡ 규모의 땅을 일군지 10년. ‘섬이정원’은 민간정원 등록에 이어 2016년 첫 문을 열면서 민간에게 개방됐다. 한려해상공원의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섬이정원’에서는 훼손 없이 정성스레 쌓은 돌담, 한 폭의 인상화 같은 교각, 하늘빛을 품은 연못과 메도우 가든 등 어느 공간을 마주하든 아름다운 풍경이다.

약 300여 품종의 원예종‧구근과 20여 종의 수목으로 연출된 정원은 다양한 테마로 나뉘어 조성됐다. 특히 궁궐의 담과 문이 독립적이면서 연결되듯이 다랑이논의 높낮이를 이용해 9개의 작은 정원들이 방의 개념으로 분할돼 서로 다른 정경을 연출하고 있다.

섬이정원은 지중해풍 정원을 2주 전부터 개방하기 시작했다. 차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원이 전반적으로 풍요로워졌다. 섬이정원의 절정은 그라스와 수국, 램즈이어, 버들마편초 등이 피는 여름이다”고 말한다. 현재 섬이정원은 무인시스템으로 입장료를 받으며 작년부터 순이익을 내고 있다. 차 대표는 “작년 방문객 수가 2만 명이 넘었다. 앞으로 정원입장료로만으로 운영하려 한다”면서 “대부분 민간정원이 외딴 곳에 있어 수익 위한 시설 허가 문제로 영업행위를 못하게 돼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 입장료만으로 운영이 힘드니 부대시설이 있어야 한다. 섬이정원의 경우 근린생활시설이라 조리를 못해 카페 운영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생각하는 정원
생각하는 정원(사진 한국조경신문DB)

오름을 닮은 사색의 정원

제주 ‘생각하는 정원’

‘생각하는 정원’(원장 성범영)은 제주 자연환경 중 하나인 오름을 닮은 정원으로 대한민국 1호 민간정원이다. 1995년 장쩌민 중국 전 국가주석이 “정부 지원 없이 혼자서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었다”고 칭송한 곳으로 이후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총리 등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국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성범영 원장은 1968년부터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정착해 황무지를 개척하기 시작해 오로지 한 농부의 힘으로 약 4만㎡ 규모의 땅을 일구고 설계하며 1992년 분재예술원으로 개원했다. 이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매처분이라는 경제적 부침이 있었지만 2005년 적극적인 운영으로 소유권을 회복했고 2007년 ‘생각하는 정원’으로 개칭‧개방하게 됐다.

정원에는 방대한 희귀수목 분재와 함께 오름들 사이로 평화로운 산책로가 조성돼 있으며, 수목을 보호하기 위한 제주 돌담이 제주의 강한 바람과 태풍에 맞서 쌓여있다.

정원에서 눈에 띄는 것은 ‘창조’, ‘예술’, ‘철학’을 테마로 한 읽을거리들이다. 정원 이름이 말해주듯 정원에서만큼은 꼼꼼히 글을 읽고 머물다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생각하는 정원’은 독창적인 정원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위해 수익사업으로서 뷔페 및 카페, 가든파티와 웨딩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들이 자연교육을 경험하도록 식물을 통해 사색과 관찰하는 체험교육프로그램 ‘녹색창의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나무마다 철학과 사색을 입히고 분재를 통해 인생에 덕담을 건네는 이 곳은 지난달 충청북도해양연구원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충북지역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제주의 정원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해솔찬정원
해솔찬정원(사진 한국조경신문DB)

 

노부부의 오래된 정원

경남 통영 ‘해솔찬정원’

2016년 2월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해솔찬정원’은 평생 자연을 다듬으며 정원으로 가꾼 노부부의 손길이 묻어난 곳이다. 나무를 사랑한 김종태 대표가 오랫동안 가꾼 정원은 약 1만 6000㎡ 규모의 땅을 인위적으로 고르기보다 본래의 자연환경을 살리며 주변 자연석과 풀, 나무와 꽃들이 어울려 “사람의 마음이 닿게” 만들었다.

김 대표는 부인과 함께 주로 분재와 야생화, 수목이 심긴 정원이 정형화되지 않도록 느리게 키우고 보듬으며 식물원을 준비했다. 95% 이상을 모종으로 뿌리 내려 30~40년 이상 키운 나무들은 설유화, 느릅나무, 조팝나무, 동백 등 100여 종 이상이며, 야생화와 자생식물까지 합하면 수 백 종에 이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농장에 피는 꽃 중 특히 동백꽃이 방문객들에게 인기다. 농장 전체 규모 중 3분의 2를 울타리나무로서 동백나무가 둘러싸고 있어 겨울이면 농장 전체를 붉게 물들인다.

김 대표는 ‘해솔찬정원’의 진입로 및 탐방길을 시멘트로 포장하지 않았다. 경사로 인한 토양유실 방지를 위해 수백 미터에 이르는 모든 길을 모두 한국자생잔디로 식재한 것이다.

‘해솔찬정원’은 농진청이 지정한 농촌교육농장으로, 초‧중‧고등학생 교과과목 실습장이자 유치원생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아 고전 중이다. 김 대표는 한때 분재 붐으로 분재가 주요 수입원이 됐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쉽지 않아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남해청정지역라 정작 식당이나 카페 운영 등 수익사업이나 시설물 설치 하나도 제약이 많다.

5~7명이 할 일을 노부부 둘이서 정원을 가꾸며 삶이 고단할 법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정원과 자연을 좋아하는 방문객을 맞이하며 풀과 어우러진 삶을 살고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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