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최윤석 그람디자인 대표, 김봉찬 더가든 대표, 배석희 한국조경신문 편집국장, 이현수 천지식물원 실장
(좌측부터)최윤석 그람디자인 대표, 김봉찬 더가든 대표, 배석희 한국조경신문 편집국장, 이현수 천지식물원 실장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2010년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 이어 2015년 수목원‧정원법이 시행되면서 순천, 서울, 부산, 울산, 청주 등지에서 박람회가 개최되고 있다. 정원문화가 빠르게 대중 속으로 파고들면서 정원에 대한 관심, 정원교육, 정원관련 시공도 늘어났지만 현재 국내 정원박람회를 비롯해 정원산업은 주춤하다. 해를 거듭하면서 정원이 양적으로 증폭됐지만 정원에 대한 질적 성장이 있었는지는 성찰해볼 일이다.

이에 본지는 정원 분야 종사자들에게 정원계 현황과 함께 대안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지난 달 27일 김봉찬 더가든 대표, 최윤석 그람디자인 대표, 이현수 천지식물원 실장을 만나 문제점들을 진단했다.

박람회, 원예산업 견인 역할 부재

기존 정원박람회 매너리즘 극복 시급

배석희 : 정원문화 확산을 이끌었던 계기가 정원박람회다. 현재 경기‧순천에 이어 서울‧부산‧울산‧청주 등지에서 박람회가 개최되면서 전국 지자체의 박람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어떻게 바라보는가?

이현수 : 박람회가 전국적으로 생기면서 작가들도 많이 생기고 젊은 층의 신진작가도 많아졌으나 중복 응모하다 보니 콘셉트도 비슷해 표절시비도 인다. 지자체에서는 정원문화 확산에 의욕만 앞서 졸속으로 진행하는데 준비된 역량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정원이나 식물 직업군이 부각되고 인기가 생기면서 민간으로 역할이 넘어왔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정원인프라가 디테일해지면서 정원에 관심가지는 구조로 변하고 있지만 아직 산업으로의 연결고리가 빈약하다.

김봉찬 : 지자체가 앞다퉈 박람회를 유치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정원이 일반시민에게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 계기다. 작가 배출도 긍정적이다. 프로의식을 가지고 살아있는 식물을 디자인하고 시공하면서 정원을 격상시켰다. 조경발전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식재연구는 약하다. 공간 내 시설물과 꽃 하나, 나무 하나가 어우러져야 완성된 정원이다. 날씨나 환경, 토양을 고려해 식물이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하는데 요즘 박람회장에 존치되는 정원을 보면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작품에 작가의 예술성이 들어가면서 주변 환경과 조화롭지 못한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환경에 따라서 디자인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최소한 1년 동안 키워 최상의 식물을 정원에 심어야 되는데, 이 부분이 가장 취약하다. 

특히 박람회에서 새로운 품종이나 식물소재로 전시가 중요한데 아쉽다. 1년에 새로 들어오는 종류가 천 품종 이상이다. 식물을 알리고 일반인이 전시된 정원을 보고 직접 식물을 선택해야 정원문화도 확산된다.

김봉찬 더가든 대표
김봉찬 더가든 대표

이현수 : 3~4년 전 네덜란드에 갔더니 전시가 기가 막혔다. 한국에서 가져온 밀사초였다. 한국에도 좋은 품종이 있음에도 대우 못 받는 현실이다. 품종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하다. 정품으로 식물을 구입할 것을 권한다. 수익이 있어야 좋은 소재가 나오기 때문이다. 품종 등록된 식물은 보호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신품종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측면에서 국내 개발된 신품종과 함께 해외에서 들여온 식물도 보호해야 한다.

최윤석 : 국내에서 열리는 정원박람회는 ‘명쾌’하다. 긍정적인 건 일반인들이 박람회 통해 정원을 접할 기회 많아진다는 것이다. 작가들에게도 기회가 많다보니 실력도 배양된다. 그러나 관 주도로 열리는 박람회에선 단점이 많이 보인다. 모든 박람회가 같은 구성 방식을 답습한다. 관 주도로 박람회를 열다보니 예산 문제로 거의 가을 정원박람회로 추진되고 있다. 기획력도 부재하다. 식물 소재 측면에서 보면 일반인은 아직 식물 자체에 관심이 많다. 박람회를 기획할 때부터 식물에 관심가질 수 있는 부스가 많아져야 하는데 부스를 채우기 급급하다. 이런 맹점들을 박람회 기획할 때 세밀하게 재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느 시민정원사가 낸 의견처럼 시민정원사들이 관리하는 가든쇼 존치정원에 대한 콘테스트도 좋은 기획이 될 수 있다. 단기간에 만드는 박람회보다 발상을 전환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봉찬 : 정원은 원예가 기반이다. 꽃 한포기 심는 게 정원문화의 시작이다. (이걸 간과하고)돌고 돌아 엉뚱하게도 보여주는 것이 정원이라고 착각한다. 사실 죽어있는 원예산업이 어떻게 발전해야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러나 지금 원예는 전시용 보다 재배 중심의 농업에 국한돼 있다. 원예산업 근간은 정원식물 산업이다. 이게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 농토는 남아돌고 벼농사에도 한계가 있고, 원예식물을 살리면 산업도 발전하고 농민도 상생한다. 박람회를 통해 새로운 식물을 선보이면 농가에서 재배할 때 경제적 가치가 동반된다.

박람회 패러다임의 혁신, 관 주도 탈피

인증된 협회‧민간단체서 박람회 주최

‘작가 등용문’으로서 공인기관 있어야

김봉찬 : 정원경연대회에서 지자체가 작가를 선정하는데 이것도 심각한 문제다. 타 분야의 경우 인증된 협회나 단체에서 작가를 등용시킨다. 그러나 지자체가 주최하는 박람회가 작가 등용문처럼 돼버려 마구 뽑는데 인증할 수 있는 전문가가 모여 ‘진짜 작가’를 선정해야 한다. 정원박람회가 성공하려면 인증된 곳에서 치러야 한다. 심사위원 구성도 문제다. 작품 선정결과를 보면 예상과 다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조형에 대한 고민이 너무 낮다. 디자인개념이나 콘셉트 자체로 몇 편의 드라마를 보듯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음악이나 미술처럼 정원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를 감동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작품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최윤석 그람디자인 대표
최윤석 그람디자인 대표

최윤석 : 작품 자체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부분, 특히 조형미나 연출에 대해서 객관적 배점이 어렵다. 심사위원 권위도 의심된다. 식물이 제한적인 이유도 시간과 비용의 문제다. 본인의 너서리가 없으면 다양한 식물소재를 사용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김봉찬 : 작품을 공정하게 평가할만한 경험과 실력 갖춘 심사위원 구성이 중요하다. 국내외 수상경력자 진출이나 점수제 등 선정기준이나 평가방식을 좀 더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최윤석 : 정원작가나 디자이너에게 자격조건을 부여하기보다 검증된 사람을 내세울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하다. 등급이나 점수포인트제를 도입하든 근본적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정원수요층보 대비 공급자 넘쳐

정원산업, 문화산업으로 우선 접근해야

배석희 : 본격적으로 정원문화와 정원산업 발전을 위한 방법론을 논의한다면.

이현수 : 일본에서 JR 타면 항상 꽃가게가 있다. 네덜란드에도 주유소가면 꽃집이 어디든 있다. 보편적으로 꽃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우리나라는 가든숍이 많지 않아 접할 수 있는 곳이 꽃집 정도다. 일반인들이 꽃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발전하는데 접근성이 미비하다. 아파트주거문화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원은 꽃으로 시작해야한다.

김봉찬 : 역사적으로 보면 17~18세기 일년생 초화류를 유럽에서 개발해 정원에 들여왔다. 시간차를 두고 우리도 짧은 시간 동안 똑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산업혁명으로 도시가 발전하면서 유럽에선 원예종에 식상해 19세기에 와일드가든이 등장했다. 사실 그때부터 정원이 국제화됐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원, 즉 와일드가든을 만들었다. 그 다음 생태정원이 왔고 이제 자연주의 정원까지 이르렀다. 꽃으로 시작한건 맞지만 꽃이 점차 발전해 도시생명이 되고 예술적 경지까지 왔다. 이 부분에 대한 공감과 연구, 투자가 이뤄져야 국제화된 정원이다. 우리나라만 정체돼 있다. 근‧현대정원 패러다임이 없기 때문이다.

최윤석 : 정원산업을 소재나 건설경기 쪽으로 이해하는데 문화산업으로 이해해야한다. 정원산업에 대해 문화적 부분을 부각시켰어야 됐다. 박람회도 그 일환이지만 정작 수요자를 만들어 놨어야하는데 공급자만 양산해버렸다. 자격증 교육기관이나 아카데미 등 우선 돈벌이에 초점 맞추다보니 공급자만 늘어난 상황이다. 정원문화에 대한 수요자는 클라이언트만 있는 게 아니라 정원 책을 읽는 사람도 있고 여행 다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화로 이해하면 파급력이 생기는데 건설부분이나 소재로만 이해하다보니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김봉찬 : 공감한다. 미국도 유럽에 비해서 정원을 늦게 시작했다. 미국사람들은 영국식물원 보며 동경해 19~20세기 초 영국에서 정원을 배워왔다. 폭발적으로 바뀐 게 박람회 쇼가든 출현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술가들이 관심가지고 글이나 다른 매체로 담아내면 우리가 홍보하는 것보다 몇 배로 스펙트럼 넓어진다. 시민들과 보다 다양한 다른 예술분야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우리만의 산업이 아닌 인류가 잘 살 수 있는 생명과 심리적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공공영역이라 인식하면 사람들의 참여는 자연스럽게 뜨거워진다. 매스컴에서 이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다.

배석희 : 아직 정원박람회 참가자들은 꽃이나 식물, 조경 분야에 한정돼 있다. 타 분야 전문가들을 직접적으로 참여시키려면?

최윤석 : 예를 들면 꼭 정원박람회라 해서 정원작품만 아니라 다른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작품이나 공연들이 정원문화로 묶일 수 있다. 기존 박람회나 행사들은 결과물로서 정원을 만드는 것에 직접적으로 국한돼있다. 정원콘텐츠 수요자를 보면, 정원문화에 대한 기획전시나 프로젝트 진행해보니 큐레이터가 정원이나 조경 전문가에게 요청해 식물과 생태에 관한 것들을 기획하고 싶어한다.

배석희 : 박람회 기간 동안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해 홍보하는 것에 동의한다. 다만, 개막식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준비과정부터 전체 행사를 디테일하게 방송국을 통해 보도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것 또한 주최 측에서 기획해야 한다.

김봉찬 : 관 중심 아닌 민간 중심, 즉 여러 조경 단체들을 통하면 가능하다. 어렵지 않다고 본다. 배고픈 사람이 우물 파지 않나. 정원박람회는 굉장한 히트상품이다. 비용대비 관람객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협회가 돈이 없어도 경제적 효율이 높아 기획이 충분하다. RHS가 주최하는 첼시플라워쇼도 협회나 단체 등 민간전문가들이 추진한다.

이현수 천지식물원 실장
이현수 천지식물원 실장

정원전문가 양성 위탁단체 부족

제대로 된 정원전문교육기관 절실

배석희 : 정원산업 발전에 관의 역할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가?

김봉찬 : 산림청이 정원산업을 주도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 못하고 있다. 19세기 생각에 머물러있는 듯하다. 한국에 제대로 된 교재도 없고 전문가도, 양성기관도 없다. 국제화정원으로 못가고 있는 이유다. 원예학과 생태 분야가 살아나야 한다. 정원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다. 생태가 우리나라 정원에서 화두가 돼야한다. 디자인도 전문성이 부족하다. 산림청이나 관에서 주도하므로 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 투자해야한다. 교재가 문제라면 번역해서라도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하는데 그 생각은 없다.

최윤석 : 산림청에서 정원전문가 양성기관을 위탁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위탁받을 마땅한 기관이 없는 상황이다. 산림청 예산이 있어도 위탁단체가 없다.

김봉찬 : 산림청은 교육과정부터 전문가를 양성하고 싶어도 기존 시민정원사 교육과 달리 아카데믹하고 세계적 동향에 맞는 국제적 정원을 실습할 수 있는 적합한 기관이 없다. 산림청에서도 준비는 하고 있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화된 정원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처럼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실질적인 연구 용역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투자가 없다면 발전할 수 없다.

최윤석 : 정원산업이 발전하려면 그에 대한 서적도 많이 발행돼야하는데 거의 없다. 대표적으로 토양만 해도 토양학이라고 나온 책 보면 농사에 관련된 것이다.

배석희 : 정원분야 종사자로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김봉찬 : 정원이 살려면 식물원이 먼저 살아야한다. 식물원은 원예와 조경, 생태가 공존하는 곳이고 사람과 자원이 함께하는 곳이다. 사립식물원 경영이 어렵고, 국공립식물원은 공원화돼 식물연구 등 기본적인 역할을 못한다. 식물원에서 정원문화가 시작되면 가든쇼도 열릴 수 있다.

계속 조경이나 정원 어렵다고 한다. 자연과 생명, 생태가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는데 왜 어려워질까 생각하면 우리가 이걸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의 생존, 생명과 관련된 조경학도들의 일자리도 엄청나다. 생명을 다루는 조경기술이 중요함에도 진출분야를 병렬적으로만 고민한다. 정원이 인류를 구할 수 있다는 큰 줄기에서 예술과 문화로 가지 뻗어나가야 도시에서 할 일이 많아진다. 그래야 도시재생, 도시디자인을 다 아우를 수 있다. 주무기를 버리지 말라고 항상 말한다. 살아있는 걸 디자인하는 게 조경이고 정원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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