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초빙교수‧'식물처럼 살기' 저자. 최 교수는 한국조경신문이 주최하는 '제1회 한국조경문화아카데미'에서 식물을 매개로 동방철학 전반을 강의하게 된다.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초빙교수‧'식물처럼 살기' 저자. 최 교수는 한국조경신문이 주최하는 '제1회 한국조경문화아카데미'에서 식물을 매개로 동방철학 전반을 강의하게 된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끊임없는 창의력으로 경관을 설계하고 조성하는 조경인들의 인문학 교양을 넓히고자 (주)한국조경신문(대표 김부식)이 3월 20일부터 5월 15일까지 ‘한국조경문화아카데미’를 동심원갤러리에서 개최한다.

그 첫 주자로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초빙교수가 ‘식물에 담겨진 동양철학’을 주제로 강의 테이프를 끊었다. 강의 전반에 걸쳐 식물을 매개로 동양철학 전반의 보편적 사상을 알아보게 된다. 최 교수는 동양철학과 한국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대표 저서로 ‘동양에도 신은 있는가(2002)’, ‘식물처럼 살기(2017)’와 ‘유학과 사회생물학(2017)’이 있다.

“‘식물대통령’, ‘식물인간’은 인간에 대한 찬사”라 말하는 최 교수는 2018~2019년 미국 ‘마르퀴스 후즈후’사가 발행하는 세계인명사전 ‘후즈후 인더월드’에 등재되기도 했다. 

동양철학자가 바라본 ‘식물처럼 살기’는 강의의 기본교재다. 어떻게 책을 쓰게 됐나?

‘식물처럼 살기’는 17년 만에 나온 책이다. 아마 힘들었던 상황으로 기억하는데 어느 날 운전하며 길가의 가로수가 눈에 들어왔다. 묵묵히 버티고 선 가로수를 보며 인간은 움직이고 계획할 수 있지만 식물은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에게 궁금증이 문득 생겼다. 식물은 무기물을 유기물로 만드는 광합성으로 인간에게 먹을 걸 준다. 식물을 공부하다보니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을 지키는 전략이 진화했다. 화학물질을 만들어 아군에게는 나눠주지만 적군에게는 방어한다. 수분이나 열매 통해 씨앗을 멀리 보내고 증식도 한다. 굉장히 복잡하고 변신에도 능하다. ‘식물처럼 살기’를 쓰게 된 계기다.

지금까지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답답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문학은 인간에 집중돼 있다. 서양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시각을 넓혀 인간 중심이 아닌, 인간과 동물과 식물 등 생명체가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는 체계를 위한 정신운동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학과 사회생물학’은 세종도서 학술부문으로 지정되기도 했는데 유학사상과 사회생물학 이론을 접목시켜 통섭적으로 연구한 이론서라면 ‘식물처럼 살기’는 대중서에 가깝다.

중국의 경우 유학을 다 버렸으나 개혁‧개방 이후 국민통합 위해 다시 유학을 부활했다. 유학에는 공동체를 끌고 가는 힘이 있다. 중국이 오히려 성균관대에서 유학에 대해 배워간다.

이번 ‘한국조경문화아카데미’에서의 강의 목적은 무엇인가?

책 ‘식물처럼 살기’를 기본서로 해 동양사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한다. 서양 사상에서도 식물이 연관됐다. 서양철학이 신 중심에서 이성 중심으로 사고하지만 아직 인간중심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남성우월주의, 인종차별, 제국주의만 봐도 그렇다. 이에 비해 동양은 원초적인 존재‧ 초월적인 존재보다 원리를 중시한다. 그 원리는 자연 속에 있고, 자연이 모든 걸 낳는다. 인간과 다른 생명은 다르지 않다.

‘중용’, ‘인’, ‘원형이정’ 등 각각의 커리큘럼이 유학사상과 결부됐다. 부연한다면?

식물이 태어나고 열매 맺는 과정이 동양철학에서 ‘원형이정’(元亨利貞, 하늘이 갖추고 있는 네가지 덕‧사물의 원리)과 잘 들어맞고 인생과 자연에 대한 순환원리를 해설한 주역은 식물과 비슷하다.

식물이 자신을 지키려면 환경과 상호작용을 스스로 해야 한다. 자신이 속해있는 토양과 항상성, 생명 존속의 기본 조건을 지켜야 한다. 항상성은 자신의 처지에서 모든 생명체가 어떤 작용을 해야 하는지, 뿌리 내리고, 싹 트는 것 등 그 감지능력이 뛰어나다. 식물은 자기생명체의 항상성을 유지해 살아남아 열매 맺고 후손 남기는데 그런 면에서 ‘중용’과 결부된다. 내가 처한 시간과 공간과 상황에서 가장 딱 들어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야구에서 보면 어떤 상황에는 번트를 하고 어떤 때는 안타를 날린다. 가장 적합한 행위를 하는 것, 이런 게 ‘중용’이다. 그러나 식물과 달리 인간은 이걸 놓친다.

씨앗에서도 동양사상이 나타난다. 공자 사상을 한마디로 ‘인(仁)’이라 부른다. 복숭아씨를 도인(桃仁), 살구씨앗을 행인(杏仁)이라 한다. 살구씨앗은 기관지 약재로 쓴다. ‘인’은 씨앗이라는 뜻이다. 씨앗 하나를 심으면 여기서 엄청나게 많은 열매가 열린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겨자씨 하나도 나무가 돼 열매를 맺는다. 이처럼 동양철학에서 보면 씨앗에는 ‘인’, 즉 휴머니티, 타인을 사랑하는 뜻이 숨어있다. 식물이든 유학이든 살아있는 모든 존재를 사랑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생명을 영위하는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이 ‘인’이 된다. 지상 세계, 땅의 세계와 하늘을 연결하는 것은 식물이다. 식물은 땅 위에서 자라지만 하늘을 향해 높이 뻗어 올라가고 그만큼 땅 밑으로 뿌리를 깊게 내린다. 식물은 지구상에서 하늘, 땅 위, 땅 아래 걸 하나로 묶는 엄청난 힘이 있다. 식물이야말로 ‘인’의 상징이다.

살면서 힘이 빠지는 게 노력한 만큼 거두지 못할 때가 있다. 심지어 마이너스일 때도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다. 이런 모든 걸 동양철학에서는 ‘천명(天命)’이라 한다. ‘천명’은 쉽게 말하면 하늘의 뜻이다. 애쓰고 공 들인 만큼 안 되는 것도 하늘의 명인데 보통 인간은 삶을 통째로 던져버리기도 한다. 식물을 보면, 열심히 싹을 냈는데 벌레 먹을 수도 있고, 초식동물에게 먹힐 수도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식물의 삶은 험난한데 식물은 그때마다 버틴다. 이파리가 갉히고 가지가 꺾여도 다 살아남는다. 식물은 닥친 일을 운명이려니 버티며 다음 생을 기약한다. 이런 면에서 하늘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

강의에 참여하는 수강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의를 통해 조경분야 사람들을 처음 만나게 된다. 그동안 일반대중을 상대로 강의하거나 동양철학 등 전공 강의를 주로 해왔는데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조경이나 식물을 잘 알고 있는 관련 분야 사람들이 대상이라 식물에 스며든 동양사상을 깊이 있게 전달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식물처럼 살기’를 쓰게 된 계기가 인생에 대한 고민과 도전에서 나왔다.

사람은 환경으로부터 도전받으며 사는데 분명 나만의 가치가 있다. 사과나무는 사과나무로 커야 하고 귤나무는 귤나무로 살아야 한다. 인생은 내가 사과나무인지 귤나무인지 성찰하는 과정이다.

차후 출간될 책은 어떻게 준비돼가나?

식물과 관련된 책이 많지 않다. 중학생 이하 연령층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 현재 초등학생 고학년부터 중학생 대상으로 햄스터가 주인공인 판타지 장르의 동화를 쓰고 있다.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처럼 나무에 대해 적극적으로 표현한 작가가 거의 없다. 책 속에 프로도와 샘이 나무 요정 수장을 찾아가는 장면이나 나무 요정이 전쟁 시작 전 이틀에 걸쳐 동등한 권리로 갑론을박으로 논쟁하며 민주적으로 의사 결정하는 회의 장면도 그렇고 영화 전반에 걸쳐 식물과 숲이 등장한다. 식물인간, 식물 정보, 식물대통령 다 식물에 대한 모독이다.

‘식물처럼 살기’ 주요 애독자는 이미 식물처럼 사는 사람들이다. 경쟁구도에서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은 식물병법을 이해 못한다. 식물처럼 사는 게 소극적이고 은둔적이지 않나 비판하기 일쑤다. 오히려 어른보다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유아부터 중학생까지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상대로 쉽게 쓰면 잘 읽히지 않을까 한다. 브리큰솔 소나무는 수령이 5천 년이다. 다년생 식물이 있다는 건 아이들도 다 안다. 인성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사느냐는 식물을 통해 충분히 배울 수 있다.

 

‘한국조경문화아카데미’ 강사 소개

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초빙교수. 2018~2019 세계인명사전 ‘마르퀴즈 후즈후 인더 월드’에 등재된 바 있다.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에서 철학박사, 동대학원 한문학과에서 문학박사를 취득했고, 2002~2005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는 ‘동양에도 신은 있는가’(2002), ‘한국전통사상의 탐구와 전망’(2004), ‘갈등과 공존’(2007), ‘알파고시대, 신인류인재육성프로젝트’(2017), ‘유학과 사회생물학’(2017), ‘식물처럼 살기’(2017) 등이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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