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겨울, 봄, 여름 그리고 가을…우돌프가 지휘하는 정원 오중주
가을, 겨울, 봄, 여름 그리고 가을…우돌프가 지휘하는 정원 오중주
  • 이수정 기자
  • 승인 2019.02.26
  • 호수 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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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에트 우돌프의 정원, 다섯 번의 계절’
훔멜로 정원부터 뉴욕 하이라인까지
우돌프의 식물철학 충실히 담아내
영화 ‘피에트 우돌프의 정원, 다섯 번의 계절’ 스틸 사진 (사진 제공 Five Seasons Media LLC)
영화 ‘피에트 우돌프의 정원, 다섯 번의 계절’ 스틸 사진 (사진 제공 Five Seasons Media LLC)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지속가능한 정원디자인’, ‘사계절 아름다운 정원’, ‘자연스러운 정원’은 정원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언어들이다. 누구나 지향하지만 적용하기 쉽지 않은 이 언어들을 인생에 걸쳐 실험하며 완성해가는 자연주의 식재의 아이콘. 바로 정원의 지휘자로 비유되는 피에트 우돌프다.

뉴욕 하이라인과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루리가든 등 공공정원에서 자생식물의 가능성을 구현하며 정원에 대한 인식을 전복시킨 플랜트 디자이너 우돌프에 대한 다큐멘터리 ‘피에트 우돌프의 정원, 다섯 번의 계절(Five Seasons : The Gardens of Piet Oudolf)’이 상영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네덜란드 훔멜로 정원을 비롯해 뉴욕 하이라인의 영감이 된 루리가든 같은 공공정원부터 서부 텍사스의 야생화, 후기 산업사회 이후 조성된 펜실베니아의 숲, 그리고 영국 남서부의 하우저 앤 워쓰 서머셋 정원까지 우돌프와 동행하며 정원의 사계절 서사를 기록했다.

토마스 파이퍼 감독은 본지와의 지면 인터뷰에서 “우돌프의 스튜디오나 여행 여정에 함께”하며 2년 이상의 촬영기간과 편집을 거쳐, 최대한 객관적 시선으로 우돌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루리가든에서 처음 만나 애초 단편으로 기획했지만 그의 정원에 매료돼 75분 장편에 이르게 됐다. 정원에서의 경험치를 최대한 리얼하고 객관적 시선으로 화면에 옮기고자 했다”고 전하는 감독은 식물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식물을 인간의 생애주기와 교차시키며 우돌프의 정원철학에 접근한다. 

이를 위해 감독은 자연의 시간을 가을부터 겨울, 봄, 여름을 지나 가을로 돌아오는 순환구조로 비유했다. 황혼기를 맞은 우돌프의 인생과도 닮았고 삶과 죽음이 반복되는 자연과도 유사한 형식이다.

영화는 훔멜로 정원을 비롯해 야생초지, 숲 등 식물들이 자리한 시공간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내레이션과 사운드트랙을 배제했다. 다만 전통적인 정원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자신만의 플랜팅 디자인을 어떻게 구축해갔는지 전달코자 때때로 유년기와 성장기, 청년기를 엿볼 수 있는 스틸사진과 설계도면 인서트 등을 통해 플래시백 요소로 연출했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우돌프의 아내 안야, 동료 식물학자나 가든디자이너, 공원운영자, 큐레이터, 원예가 등 수많은 식물관련 종사자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이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연에 대한 태도나 지속가능한 정원의 비전, 정원디자이너로서 플랜팅 제시에 대한 의무도 언급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식물은 영화의 주요 피사체다. 영화 초반 산형과 식물과 알리움, 수크령이 갈색톤으로 변화하는 가을날 훔멜로 정원 한가운데서 롱테이크 촬영으로 바람만이 식물을 감각케 하는 장면이 있다. 명상하듯 평온한 시선으로 식물을 관찰함으로써 훔멜로 정원의 변화하는 시간을 온전히 마주하도록 한 것이다.

우돌프는 “추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일”은 예술 뿐 아니라 식물에서도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는 활자에 의존하지 않고 서식지의 식물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실험함으로써 식물 생태를 체득하며 메마른 가을과 겨울정원을 주목했다. 정원을 다섯 번의 계절로 변주하며 식물이란, 인생이란 무엇인가 자문하게 하는 다큐멘터리 ‘피에트 우돌프의 정원, 다섯 번의 계절’. 영화는 한국조경신문 창간 11주년을 맞아 내달 8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상영된다.

 

피에트 우돌프

1944년 생으로 네덜란드 하르렘(Haarlem) 출신의 플랜트 디자이너로 1982년부터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 훔멜로에서 정원을 실험하며 정원에 대한 인식을 전복시켰다. 야생초지에서 영감 받은 자연스러운 식재디자인과 다년생 위주의 예술적 배식으로 지속가능한 ‘시간의 정원’을 주도, 뉴페레니얼운동 등 새로운 식재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감독 토마스 파이퍼

토마스 파이퍼는 현대 예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한 영화감독이다. 파블로 피카소, 엘스워스 켈리, 솔 르윗, 알렉스 카츠, 키키 스미스 등의 시각 예술가를 비롯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페터 아이젠만, 진 강, 딜러 스코피디오+렌트로, 톰 마인 등의 건축가 및 작가 제임스 솔터에 관한 30편의 영화를 촬영‧연출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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