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신잡] 칼럼을 시작하며
[고정희 신잡] 칼럼을 시작하며
  • 고정희 박사
  • 승인 2019.01.25
  • 호수 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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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
고정희(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

환경 – 조경 - 도시
베를린. 겨울 내내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지금도 내리고 있다. 이 비가 모두 눈이 되어 내렸다면 지금쯤 베를린은 눈 속에 깊이 파묻혀 버렸을 것이다.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간 적이 없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따뜻한 겨울이라고 한다. 정원에, 공원에, 발코니에 아직도 여기저기 꽃이 피어 있다. 반갑기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장면이다. 휴면에 들어갈 적당한 시기를 찾지 못하니 식물들이 모두 불면증에 걸리는 건 아닐까. 그러다가 정작 봄이 오면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시름시름 잠드는 것이 아닐까. 겨울과 봄의 경계가 있기는 한 건가?

한편 남쪽 알프스 산에 기대고 있는 바이에른 주에서는 벌써 2주째 폭설이 내리고 있다. 사고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눈이 없어 개장을 못했던 스키장이 이젠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다시 문을 닫았다.

한편 한국에선 미세먼지 소식이 그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기후변화의 영향이 아니라고 도저히 발뺌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며칠 전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료 한 분이 “여긴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합니다.” 라는 소식을 또 보내왔다. “그런데도 아직 자동차들 몰고 다닙니까?”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했다.

필자는 환경과 조경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본다. 이들을 서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조경이야기를 하다가 환경이라는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제 시작하는 칼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경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환경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도시적 맥락에서 살피게 될 것이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도시나 촌락을 이루고 모여 살기 때문에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하는 조경과 환경을 도시와 떼어 홀로 존재하게 할 수 없다. 특정한 주제를 가진 연재 개념이 아니라 도시조경과 도시환경 그리고 도시문화 사이를 두서없이 오갈 것으로 짐작된다. 예를 들어 국내에 곧 ‘자연자원총량제’라는 것이 도입된다고 한다. 이는 독일에서 개발된 자연침해조정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에 앞서 관계자들은 겁에 질려있는 상태다. 과연 사회에서 수용이 될까. 국토부에서 동의를 할까. 개발사업자들이 방해공작을 하지 않을까. 2주 뒤에 우선 그에 대해 말문을 트면서 칼럼을 시작하고자 한다.

한국의 환경에 대해선 걱정이 앞서지만 날로 발전하는 조경에 대해선 즐거움과 기대감에 차 있다. 물론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특히 조경기반시설이나 제도에 대해 걱정이 많다.

조경
2004년에서 2010년, 한국에서 활동하던 당시, 독일에서 교육받고 실무경력을 쌓았던 까닭에 나도 모르게 독일의 상황과 비교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한국조경이 1970년대 초중반에 아무 준비 없이 갑자기 시작되었으므로 기반이 매우 약하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수백 년 동안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 온 유럽의 조경에 비해 한국조경의 가장 큰 취약점은 조경 기반시설, 교육제도 그리고 직업정책에서 드러난다고 본다.

뛰어난 설계 감각을 가진 동료와 후배들이 많지만 이들의 아이디어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예를 들어 시공사에서 ‘감히’ 설계부터 변경하는 관례에 놀랐고, 대형 엔지니어링 사가 조경 프로젝트를 따내어 하도에 하도를 주는 제도에 더 놀랐다. 왜 하도 업체에 바로 프로젝트를 주지 않는지? 그것이 너무나 궁금했다. 공사가 끝난 뒤에는 마감의 허술함에 절망했고 고급 아파트 조경과 근린공원의 수준 차이에 역정이 났다. 식물 소재의 부족과 천편일률적인 식재기법 그리고 식물 적용법에 대한 교육의 부재 역시 답답했다. 밀식되어 자란 탓에 기형이 되어 나타나 나를 슬프게 했던 교목들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러므로 조경이야기는 유럽의 조경수목 재배에 얽힌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려 한다.

도시
올해 2019년 독일 바우하우스가 백세가 되었다. 독일 전역에서 일 년 내내 큰 잔치가 벌어질 예정이다. 바우하우스는 20세기의 삶과 문화와 조경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그 영향을 생각할 때 백주년 기념을 맞아 독자들과 함께 바우하우스의 도시들을 찾아가 보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2019년에는 자연자원총량제, 미세먼지, 기후변화, 바우하우스의 도시들과 정원 그리고 조경 인프라와 제도, 직업정책에 대해 번갈아가며 얘기하려 한다.

필자소개
고정희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는 서울대 농교육과를 졸업하고, 베를린 공대 조경학 석사, 베를린 공대 환경조경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 대표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기본계획 및 프로그램 개발을 비롯해, 남양주 에코시티 환경생태계획 등 국내 프로젝트는 물론, 중국, 독일 및 유럽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독일환경생태계획, 자연침해조절, 환경영향평가,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 ‘신의정원 나의천국-고정희의 중세정원이야기’ 등 다수가 있다.

* 고정희신잡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고정희 박사
고정희 박사 jeonghi.go@thirdspace-berlin.com 고정희 박사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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