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산천어축제와 생태조경
[조경시대] 산천어축제와 생태조경
  • 홍태식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1.23
  • 호수 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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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식 (사)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
홍태식 (사)한국생태복원협회 회장

[Landscape Times] 2003년부터 시작한 화천산천어축제는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겨울철 축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메인이벤트인 얼음낚시뿐 아니라 산천어 맨손 잡기, 썰매, 얼음축구, 하늘 가르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겨울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조용한 산골마을인 화천은 이 축제로 일 년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해가 갈수록 규모를 키워 겨울관광객은 더 많이 찾아오고 있다. 몇 년 전부터 CNN뉴스에 보도되어 세계 4대 겨울축제로 꼽히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화려한 축제 성과에 모두들 박수를 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서는 생태전문가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축제는 지극히 반생태적이라는 것이다. 강원도 영동지방 하천에만 자생하는 산천어를 영서지방인 화천지역 하천에 풀어놓아 하천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비롯하여, 타 지역 양식장에서 생산한 산천어들을 공급받아 축제에 활용하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축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화천지역이 산천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축제를 기획한 것 자체가 사기에 가깝다는 의견이 생태학자들 사이에서는 압도적이다.

산천어축제를 주관하는 측에서는 산천어를 60만 마리를 화천천에 풀어놓았다고 한다. 어류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전자 분석 결과 국내에 양식중인 것은 물론 하천에 서식중인 산천어 대부분이 일본산이거나 일본산과 토종의 교잡종으로 드러났다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수년 전 일본에서 수입한 외래종 산천어 알을 대규모로 양식해 무분별하게 방류하여 서해 쪽 수계에서도 많이 발견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그 결과로 토종 계류성 어류인 버들치, 천연기념물인 열목어 등이 포식성이 강한 산천어의 먹이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문제는 고작 23일 동안 개최되는 산천어축제를 위하여 상수원보호구역인 화천천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얼음 축제장을 만들기 위해 4에 달하는 하천 모래바닥과 퇴적층을 중장비로 긁어내 수심을 확보하고, 대규모 얼음낚시터를 만들기 위하여 수중보를 만들어 강물을 가두어 막는 공사를 벌여왔다. 강물의 흐름은 수중보에 의해 차단되고 다양한 생물종들의 서식처는 사라졌다. 오직 축제를 위하여 잘 보전되고 있던 화천천 수생생태계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한 것이다.

산천어라는 토종물고기의 상징성을 지역경제를 살리는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여 흥행에 성공한 여파는 다른 지자체의 모방으로 이어져 더욱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우려를 낳고 있다. 생태계가 잘 보전된 하천을 마구 개발할 계획이 수립되면 그 결과 하천마다 고유한 생물 다양성과 멸종 위기 어류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되는 것은 뻔한 이치이다.

한 때 고속도로를 지나다보면 친환경적인 고속도로 건설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곤 했다. 조금이라도 자연환경을 아끼는 사람들은 도로 건설 자체가 환경파괴 행위면서 무슨 사탕발림이냐고 혀를 찼다. 제주 중산간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제주팽나무를 수도권지역 아파트단지에 군식하여 그럴듯한 숲을 만들어 입주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자, 유명 아파트단지에 대량으로식재하는 붐이 일었다. 겨울철 공중습도의 차이로 제주도에서처럼 정상적인 생육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육지에서는 보기 드문 고풍스러운 수형에 반하여 경쟁적으로 식재했지만, 고유의 풍성한 수형을 찾아보긴 어려워졌다.

대규모 개발사업 시 거쳐야하는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비오톱 설치가 의무규정인 경우가 많다. 그에 따라 설치한 육생비오톱은 나무토막이나 돌무더기를 형식적으로 쌓아놓고 준공처리를 한다. 고속도로 위에 설치한 육교형 생태통로는 이동하는 동물종이 없어, 매년 방송사의 비판을 받는 부실사업 사례의 단골메뉴이다. 대기오염과 빛 공해가 극심한 도시지역에 반딧불이 서식처를 조성하겠다는 무모한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조경석으로 에워싸인 인공 못생태연못으로 홍보하다가 여름철 녹조 창궐현상에 놀라 슬그머니 메워버리기도 한다.

생태친환경을 내세워야 국가예산을 따내는 데 수월하고, 아파트 분양홍보에도 유리한 점은 있으나 화천산천어축제 사례에서 보듯이 생태적인 가치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생태복원이라는 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생태적인 가치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는 접근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물생태, 환경공학, 원예, 토목 등 관련 분야와 철저한 협업이 없이는 제대로 된 자연환경복원사업의 성과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밝혀졌다. 단순히 경관을 생태적으로 조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명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경관을 조성할 수 있다면, 그 사업 이름을 생태복원이 아니라 조경이라고 불러도 누가 시비를 걸 수 있을까?

화천 산천어축제장 모습 [사진제공 화천군]
화천 산천어축제장 모습 [사진제공 화천군]

 

홍태식 객원 논설위원
홍태식 객원 논설위원 seekhong@naver.com 홍태식 객원 논설위원님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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