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로 해체위기에 처한 청계천 을지로 일대 공구상가 골목
재개발로 해체위기에 처한 청계천 을지로 일대 공구상가 골목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현대 제조산업의 살아있는 역사 청계천 을지로 일대 공구상가 거리가 재개발로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60년 된 이곳 공구상가 골목에는 산업시대 제조업의 어제와 오늘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면서 지난 2006년 추진됐다 무산된 개발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서울시가 청계천에서 을지로를 지나 충무로까지 세운상가를 제외한 총 8개 구역 44만㎡ 부지에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을 강행하면서 청계천 인근 공구상가를 포함한 상인들이 시에 맞서 재개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40여 일 천막농성 중이다.

상인, 예술가, 시민, 연구자를 대표하는 재개발 반대 모임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이하 보존연대)는 지난 17일 중구청 앞에서 가진 재개발 반대 총궐기대회 기자회견에서 시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청계천-을지로 주변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인허가한 시의 두 얼굴을 비난했다. 이미 지난해 인현동 일대는 관리처분인가가 나 철거에 돌입한 상태며, 세운6구역 일부는 전면 철거돼 사업시행인가도 난 상태다.

보존연대는 오랫동안 5만 명 이상의 제조산업 종사자들인 이 곳 기술장인들과 메이커, 예술가들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을지로 일대 공구상가의 가치를 강조하며, 도시재생과 재개발이라는 이중 잣대를 들이미는 시와 중구청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서울시가 다시세운이라는 세운상가 도시재생사업을 벌이면서 메이커들의 고향과 같은 청계천 을지로를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고 전면 재개발을 강행하고 있다”며 쫓겨난 상인들이 제 위치로 돌아오게 하고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를 제조산업문화 특구로 전환할 것을 시에 요청했다.

을지로 일대의 기술장인들은 밀집된 공구상가 안에서 물건을 서로 협력해 유기적으로 생산하며 이 곳만의 독특한 제조산업 브랜드로 만들어왔고, 이러한 가치는 세운상가일대에 도시재생 바람을 불어넣었다.

지난 17일 열린 청계천 을지로재개발 반대 총궐기대회 집회 현장

 

집회에 참가한 김학률 신아주물 상인은 “60년 된 가게를 15년 전 가게를 물려받아 3대째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산업의 메카인 입정동을 없애다니 할 말이 없다. 기술자를 넘어 장인 정신없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여기서는 탱크도 만들 수 있다. 장인들이 모인 이 곳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니 안타깝다. 이 모든 것이 정치적인 쇼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017년 다시세운프로젝트 이후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메이커들과 예술가들 또한 분노했다. 세운메이커스입주자 전유진 씨는 “세운상가 일대 창의제조산업 육성 및 산업적 문화적 네트워크라는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 방향에 부합해 입주해 활동했다. 이 지역의 문화‧예술적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해 일대 장인들과 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이 곳은 제작기술문화 면에서 입문자에게 실질적인 정보와 지식을 한 지역 안에서 습득하게 해주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역사, 문화, 산업, 예술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런데 2년도 채 안 돼 주상복합아파트가 고층건물이 들어선다. 세운상가 주변 개발사업이 2014년 확정돼 지금까지 진행돼왔다. (서울시가) 그 사실을 알고도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만들고 청년사업가들을 앞장세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박원순 시장은 이러한 재개발 반대 여론에 부닥쳐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인근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꾸린 백년가게 수호 출범식에 참가한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박원순 시장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미 관리처분인가가 났고 사업시행인가도 났다. 행정을 돌이키기 어렵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재검토한다면서 설계 일부만 변경하는 꼼수만 살아있다면 규탄받아야 한다”며 소규모중심의 도시재생방식 개발을 지역주민과 소상공인‧ 예술가‧시민들과 함께 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보존연대는 15일 기준 2만 명 이상의 재개발 반대 서명을 국토부와 서울시에 전달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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