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민 디자인 봄 대표
김승민 디자인 봄 대표

정원을 이야기하는 시대이다. 공부하는 학생을 거쳐 강단과 현장에서 20여 년을 조경인으로 살고자 고군분투해 온 나는 경기정원박람회 출품 이후 자의반 타의반 정원디자이너로 불린다.

그동안 수차례 정원공모전을 참여하여 설계와 시공을 직접 한다. 준공 후에도 꾸준히 유지관리 및 모니터링을 챙긴다. 또한, 정원박람회의 정원 작품 선정과 완성 후 평가와 자문도 한다. 필자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정원의 일상에서 몇 가지 제시하고픈 이야기를 이곳에 담아두려 한다.

정원에 무엇이 있는가? 정원에 무엇이 있기에 지금 우리는 정원작가로 나서는가?

예쁜 꽃과 아름다운 쉼터를 상상하든, 시대의 흐름 속에서 주어진 기회로 생각하든 필자는 정원은 조경과 자연으로 들어서는 문고리와 같은 중요한 위치에 둔다.

근래 정원박람회를 계기로 타 분야에서 조경계로 유입되는 이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정원에 대한 열정과 조경자격증취득 공부와 미래에 대한 꿈을 꾸는 희망 찬 모습에서 현실에 위축되었던 필자는 신비로운 자극을 받는다. 동시에 정원박람회를 통해 조경분야를 정원과 동일시하는 일반인들의 관심은 조경분야로 통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정원은 사람의 마음을 여러 형태로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음을 안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와 서울정원박람회, 순천정원박람회 및 여러 지자체가 시행한 공공정원은 존치를 목표로 조성되었다. 혹시나 “저렴한 공사비 및 디자인 검증과 품질에 대한 확신 없이 빨리빨리 해 주세요”라며 정원 만들기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았을까. 정원박람회의 공공정원은 전시하고 철거되는 일회성 쇼 정원이 아니다. 박제된 정원, 다음해에 소멸되는 정원, 사진처럼 죽어있는 풍경을 만드느라 역동적인 식물이 주인공인 정원은 적다.

그동안 조성된 공공정원들이 혹시 “예쁘고, 폼 나고, 센세이션을 일으키고자 하는 데 열중하여 정형화된 틀을 만들어가고 있지 않는지 의문을 제시한다. 정원으로 실현하고자 중요한 것을 빠트리고 과정에만 온 힘을 다 써버린 것은 아닐까?

정원박람회를 시작한지 10년을 넘긴 시점에서 필자는 이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정원박람회는 대다수가 살고 있는 공동주택 단지의 필요에 의해서 태동하지 않았을까. 그러므로 유행처럼 열광하는 정원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킬 누적된 정원디자인과 성숙한 정원문화를 승계할 곳은 공동주택단지라고 제시한다.

앞으로 정원박람회를 통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원을 만들어가야 한다. 정원문화를 성장시킬 등대와 같은 목표가 필요함을 느낀다.

공동주택에서, 개인적이고 불통하는 공간,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그곳에서 정원을 중심으로 식물을 가꾸는 기쁨과 타인과의 친밀한 상호작용과 상호교류를 배우고, 질서를 배우고, 나눔을 배우며 희망을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문화를 담아 주민들 간 커뮤니티를 형성하고자 하는 바람을 실천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생활을 모티브로 우리의 정서를 대변하는 정원이 계획되고 정원문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정원문화박람회와 정원디자이너에게 제안한다. 또한 개인주택에서도 응용할 수 있는 매력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이 발표되길 기다린다. 정원을 중심으로 하는 건축물 배치가 당연하게 인식되는 날까지 정원이 가진 힘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정원을 가꾸는 일에 이웃 간, 층간 소통과 이해가 덤으로 주어진다. 우리가 원하는 궁극의 정원을 만드는 목적은 이런 것이 아닐지?

정원은 이웃과 소통의 자리이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존엄한 공간이기에 식물이 주인인 정원을 가꾸는 기쁨과 소통으로 완성된다. 집단화 되어가는 일상에서 정원이 필요한 곳은 공동주택이며, 조경가나 정원디자이너 등 수많은 전문가들이 정원을 만드는 목적은 인간의 행복추구로부터 정원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길일 것이다.

꽃, 열매, 풀, 나무, 돌, 단풍, 햇볕을 찾아 뻗어가는 가느다란 나무줄기, 자연 소재들은 사람들에게 삶의 산소 같은 소품들이다. 이런 소재를 이용해서 잘 만든 정원이 진화되어 가는 과정, 유지관리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원에 숨을 불어넣어줄 정원의 참 기능을 향하여 앞으로 전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원은 창의적인 지적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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