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상으로 산책 가능한 치유정원, 호스피스병동에 조성
침상으로 산책 가능한 치유정원, 호스피스병동에 조성
  • 이수정 기자
  • 승인 2019.01.02
  • 호수 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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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 모현의료센터 내
죽음 앞둔 이들 위한 기부정원
이병철 이사 총괄디자인 참여
올봄 착공 앞두고 후원 진행 중
경기도 포천 모현의료센터 정원 전경
경기도 포천 모현의료센터 정원 전경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경기도 포천에 있는 모현의료센터 호스피스병동에 침상으로 이동하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기부정원이 탄생한다.

‘자작나무산책길’ 기부정원 조성 프로젝트는 죽음 앞둔 환자들이 편안하게 산책하며 치유 받을 수 있도록 정원애호가 신현자 씨와 정원봉사단 ‘미소가득화초봉사단’이 진행하고 있다.

삶과 죽음의 순환을 정원으로 표현함으로써 생애 마지막 순간을 보내는 환우들을 위로하고자 기획된 기부정원은 올 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원의 전체 디자인은 이병철 아침고요수목원 이사가 총괄, 디테일디자인 및 시공은 이주은 팀펄리가든 대표가 맡았다. 모두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이후 시공에 필요한 비용은 황토, 장비, 자작나무 등 후원과 기부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재능기부와 자원봉사로 프로젝트 추진

기부정원 프로젝트는 미소가득화초봉사단(이하 봉사단)이 이병철 이사에게 디자인을 의뢰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정원이 조성되는 모현의료센터는 지난 2015년 제4회 경기정원문화대상 오픈가든 부문에서 치유정원 ‘모현보니또’로 응모, 그 해 금상을 수상할 정도로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 있다. 또한 2017년 국립수목원이 발행한 ‘가보고 싶은 정원 100’에도 수록됐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접어든 환우들이 꽃을 보며 위로받을 수 있도록 조성된 치유정원이 있기까지 2011년부터 5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봉사단과 신 씨의 노고를 빼놓을 수 없다.

본지가 마지막으로 찾았던 지난 2016년 약 2천 평 규모의 병원 야외정원에는 사계절 피고 지는 수백 가지의 초화류와 관목, 교목이 식재돼 있었고, 봉사단의 정기적 관리로 화단은 말끔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삶의 마지막 순간에 선 환우들에게 정원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신 씨는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하면 보통 20일 정도 평균 머물다 떠난다. 대부분 환자들이 휠체어나 이동침대에 의존하는데, 병실이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동안 이동침대나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제대로 안 돼 있어 2년 전 길을 일부 만들었으나 사람들이 많으면 마음대로 다닐 수도 없다. 다행히 병원 외부에 빈 공간이 있어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병원정원은 환자를 배려해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삶과 죽음의 순환 은유, 묘지개념 정원 도입

이에 봉사단과 신 씨는 지난해 봄 거동이 불편한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이 휠체어나 침상으로라도 산책할 수 있도록 정원을 구상했고, 이병철 이사는 재능기부로 흔쾌히 디자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이사 또한 어머니의 죽음을 환기하며 정원 디자인 모티브를 찾았다. 삶의 이면, 죽음이 생명과 다르지 않음을 자연의 이치대로 디자인을 풀었다. 여기에 병원 안에 묘지개념의 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삶 속 죽음, 죽음 속 삶을 은유하고자 했다.

“우리가 삶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처럼 돌아갈 때의 운명도 선택하지 못한다. 죽음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태어날 때보다도 어쩌면 더 축복받고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할 삶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묘지 개념의 정원을 만들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장례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자 의도했다.” 이 이사의 정원 디자인 변이다.

이 이사는 “태어날 때는 누구나 축하받지만 죽을 때는 슬픔에 젖는다. 비록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을 보내지만 편안하고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며, “생명의 탄생부터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 일생을 정원의 아름다운 경관으로 풀고 싶다”고 디자인 콘셉트를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원을 어머니의 품에 비유, 정원의 시작을 엄마의 품속을 담은 자궁모양의 연못으로 만들고, 물은 생명의 기원처럼 끊임없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게 했다. 그리고 어머니 품을 벗어나 자라면서 듣고 보고 만지고 냄새 맡을 수 있는 오감의 성장을 통해 삶의 활동기를 상징하는 “감각정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병철 아침고요수목원 이사가 설계한 ‘자작나무산책길’ 기부정원 디자인
이병철 아침고요수목원 이사가 설계한 ‘자작나무산책길’ 기부정원 디자인

중증 환자 고려…높임베드로 조성, 청각적 요소 디자인 중점

이 이사는 “오감을 자극하는 청각적 요소에 초점을 뒀다. 죽기 전 청각이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기 때문이다”며 생명의 소리이자 치유의 소리로써 사운드베드인 물소리를 비롯해, 새소리와 풍경소리, 바람소리 등을 들을 수 있게 디자인했다. 그 다음 후각‧촉각‧시각적 요소를 반영해 설계했다. 그리고 정원의 화단 어디서나 침대높이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높임 베드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주요 정원수로는 하얀색 수피가 죽음과 닮아있는 자작나무로, 메인 콘셉트와 닿아 있다.

무엇보다 묘지정원 콘셉트를 위해 단순한 잔디 식재만이 아니라 한 평 공간을 묘지정원 샘플로 만들 예정이다.

기부정원 ‘자작나무 산책길’ 프로젝트 후원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모현의료센터(031-536-8998)나 신현자(010-9122-7330)씨에게 하면 된다. [한국조경신문]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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