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의 류경, 공원의 평양’
‘풍류의 류경, 공원의 평양’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남북정상회담 이후 정서적 거리가 한결 가까워진 요즘 평양의 풍경이 전파를 타고 속속 공개되고 있다.

세습독재로 유지되는 북한이지만 대중과 가장 가까운 공공 공간으로서 공원을 즐기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지은이가 서문에서 밝혔듯 북한의 공원 자료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지은이는 ‘로동신문’과 ‘조선건축’, 그리고 각종 화보, 김일성대학 논문집 등 다양한 경로의 자료를 통해 북한의 수도 평양의 공원에 접근하고 있다.

평양은 서울에 비해 도심 내 고층빌딩이 적고 산림지역, 농업지역, 초지 등이 약 55% 차지할 만큼 녹지 비율도 높다. 시민 1인당 녹지면적도 40㎡로 OECD 기준 이상이다. 북한의 공원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모스크바 유학파 출신 김정희가 주도한 마스터플랜에 의해 도시건설계획이 시작, 도심 외곽에 녹지를 두어 도시팽창을 막고 인구의 도시집중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예부터 평양은 모란봉, 대동강 등 고대문화유산을 품은 명승지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경관이 많이 훼손됐으며 특히 전쟁으로 초토화된 경험이 있기에 간격을 둔 건축물 사이사이로 녹지와 공원을 조성했다. 평양의 대략적 그림은 이처럼 건설기 북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양에는 약 50여 개의 크고 작은 공원이 있다. 이들 공원들은 북한 체제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

평양의 공원은 주요 시설물과 건축물 주변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공원이 여가시설 외 상당 부분 당의 선동공간으로 이용되면서 또 하나의 광장 기능을 갖는다. 개인적 공간이면서 정치적 공간이라는 전략적 성격을 띠는 것이다. 북한의 조경정책도 이와 연장선상에 있다. 주체사상의 발전과 함께 북한은 1970년대부터 “조선식”, “우리식” 공원 개념을 건축과 공원 조성 사업에 사용하면서 “자연의 풍치가 안겨오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정서를 반영”한 공원을 조성해왔다. 식재기법도 단일수종으로 군식하며, 자생 동식물을 볼 수 있는 식물원 조성, 전통 놀이시설 설치 등 조선식 공원의 특징으로 녹이려 시도했으나 남한의 전통 원림과는 전혀 다른 ‘북한식’ 공원이라 볼 수 있다.

‘공원 속의 도시’라 자부하는 평양의 공원이 비록 사회주의 이념에 종속돼 조성됐을지 몰라도 평양 시민들에게 휴식의 공간임에는 분명하다. 지은이는 평양이 간직한 고구려·고려 문화유적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고대국가 수도’로서 역사적·문화적 경관으로 보존될 것을 강조한다.

또, 평양 중심부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재정비를 제안하며, 과거 풍류유람으로 명성 떨친 평양의 찬란함을, 대동강변의 버드나무 풍경 ‘류경(柳京)’의 재현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지은이는 평양의 공원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사료를 토대로 역사를 횡단하며 아름다운 평양의 과거를 기록하며 평양의 내일을 내다보고 있다. 또한 책 말미 부록에는 ‘공원, 유원지관리법’과 ‘원림법’을 소개함으로써 쉽게 접할 수 없는 북한의 법체계와 공원에 대한 정보를 수록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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