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지상부에 이어 공중과 지하 등 인간의 활동 범위 모든 공간에서 식물을 보게 됐다. 서울로 7017의 공중정원에 이어 지하에도 미국 로우라인 같은 정원이 생긴다.

얼마 전 서울시는 종각역 지하 유휴공간을 ‘태양광정원’으로 재생해 시민들에게 개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태양을 집광하는 채광시스템을 통해 레몬트리와 오렌지나무 같은 과실수와 음지식물과 이끼 등 다양한 식물들로 조성된다. 그러나 과학적 데이터는 충분한지 식물의 생육환경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서울시는 정원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일상 속에서 식물을 가꾸고 동시에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녹색 캠페인 ‘서울, 꽃으로 피다’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수직정원 사업뿐만 아니라 4월 옥수고가 아래 유휴지를 공공 공간으로 조성한 ‘다락옥수’도 서울시의 녹색비전 사업 중 하나다.

수직정원은 콘크리트 건물의 다층적 식물설계로 건물의 녹지비율을 엄청나게 늘린 싱가포르 도시사례에서 벤치마킹했다. 그리고 ‘다락옥수’나 ‘태양광정원’의 경우 미국의 ‘로우라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왔다. 이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공중에도 녹지길이 열리며 태양광정원으로써 지상부 녹지대와 함께 지하공간에서도 식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지적돼 왔듯이 극한과 극서 기후로 돌변한 한반도의 기후를 견뎌낼 수 있는지, 그리고 치밀한 식물식재계획 없이 과연 과학적 이론에만 기대 식물을 설계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수직정원으로 이름 난 일본이나 동남아시아와는 전혀 다른 기후대인 우리나라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는 수직정원 성공의 최대 관건이다.

지난 6월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의 수직정원은 어떠한가. 이를 설계한 패트릭 블랑은 토양 없이 식물이 자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한여름을 이기지 못했다. 6개월도 안 돼 식물 일부가 고사했다. 이는 비단 이곳만의 사례로 그치지 않는다.

얼마 전 방문한 ‘다락옥수’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토양노출이 심할 뿐 아니라 경사면에 심긴 맥문동 일부는 반사판에 가려 잘 자라지 못했다. 실내 식물 또한 조도 때문에 변경됐다. 초기 설계도면과 결과물은 딴판이 됐다. 최초 구상부터 전문적인 식재설계가 뒷받침돼지 못한 결과다.

이 가운데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이 시범사업으로 진행하는 내년 돈의문박물관마을 수직정원 조성 설계 공모작이 선정됐다. 실외에 조성되는 수직정원인 만큼 지속적인 식물모니터링과 시민이 가꿔나가는 제안이 눈에 띈다.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식재 테스트 과정을 통해 향후 민간건축물에 적용될 수직정원 모델이 될 수 있다.

식물은 건축물과 달리 생물이다. 건축물의 부속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또 거대 담론의 녹지 프로젝트 선언이 지속가능하도록 조경가 그룹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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