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 있는 '모두의 정원'과 에코센터 전경
서울 노원구에 있는 '모두의 정원'과 에코센터 전경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서울시 노원구 에코센터 앞마당에 조성된 공동체정원 ‘모두의 정원’은 지난 2016년부터 주민이 가꾸고 설계하며 공유지에서 흙의 가치를 나누는 공동체정원으로 진화해왔다. 그러나 최근 강북 최대 규모의 학생체육관 후보지로 떠오르면서 정원은 콘크리트로 메워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24개 근린공원이 자리한 노원구는 서울시내 자치구에 비해 녹지공간이 비교적 많아 다양한 도시농업‧정원 활동과 활발한 편이다. 모두의 정원 부지는 근린공원 내 환경교육센터로 운영되고 있는 에코센터 앞마당에 있다. 이 곳은 이전에도 노원순복음교회가 주도해 체육관건립 건이 추진, 무산됐었고 이후 김연아빙상장 등 체육시설 건립으로 개발논란을 겪은 바 있다.

서울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학생체육관 건립사업은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 미확정 단계지만 약 500억 예산으로 강북에 세워지는 거대 규모의 학생체육관 건립안을 두고 노원구 주민들 간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처음부터 ‘모두의 정원’에 발 담고 있는 이은수 노원도시농업네트워크는 “‘모두의 정원’은 원래 주차장으로 이용되거나 허허 벌판에 빈 땅으로 방치됐다. 전문가에게 기본적인 교육만 받았다. 몇 개월 걸쳐 진행된 모임과 회의를 가지며 세계의 정원을 공부하며 구역별로 정원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 스스로 만들어진 모두의 정원에는 이제 허브를 키우고, 유실수도 심고, 바람의 정취를 느끼는 그라스 정원, 곤충정원도 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장애인이나 어르신, 어린이, 가족 단위 등 다양한 형태의 지역 구성원들이 참여해 정원이나 텃밭을 조성하고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버려진 유휴지가 흙과 풀로 되살아나기까지 지역주민의 녹색 활동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대표는 이 지점에서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교육청에서 강남북균형차 학생들에게 혜택 주자는 취지를 이해한다. 현재 후보지 유치 경합 중이다. 이 곳이 유력한 후보지다. 아직은 스케치하는 단계라 하지만 체육관이 멀티플렉스형이고 수영장 레인만 50m다. 이렇게 큰 규모의 체육관이 들어서면 ‘모두의 정원’은 물론 주민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에코센터 건물도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걱정했다. 이어 “노원구는 특화된 자연환경이 경쟁력이다. 이곳 근린공원 내 에코센터와 모두의 정원이 그렇다. 흙 살리는 도시농업 단체 대표로서 목소리를 내 이의를 제기한다”고 전했다.

어쩌면 주민들 여론이 일부 반영돼 ‘모두의 정원’이 다른 곳으로 이전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남녀노소 지역 주민 누구나 손쉽게 접근해야 하는 “모두의 정원”이 되기는 힘들다.

“체육관을 짓되 흙과 정원과 상생할 수는 없는 것인가.”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 대표를 비롯해 노원구 내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모두의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꾸려 지난 14일 에코센터에 모여 체육관 건립 관련 현황을 공유하며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론화 중에 있다.

이들은 “학생체육관건립이 노원에코센터와 ‘모두의 정원’이 포함돼 대규모로 지어질 거란 용역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우려하며 ‘모두의 정원’을 살려야한다는 안타까움에 모였다. "노원구는 환경도시로 인식돼 있고 그 중심이 에코센터인데 이곳이 체육관건립으로 이전된다면 그동안 축적된 환경도시의 이미지가 사라지는 결과가 될 것이다. 학생체육관도 주민의 여망이고 학생들의 체육, 문화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시설이다. 그러나 에코센터와 ‘모두의 정원’을 보존하면서 학생체육관이 지어질 수 있도록 기본구상해 달라”고 의견을 모았다.

현재   ‘모두의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연을 보존하고 지키려는 주민들과 체육관을 원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함께 반영해 ‘학생체육문화센터’로 건립추진을, (주민과) 상생하는 )모델로 만들 것”을 노원구청장에게 건의하며 간담회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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