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신문 창간10주년기념 명사특강 일부 참석자들과의 기념촬영 모습.  [사진 지재호 기자]
한국조경신문 창간10주년기념 명사특강 일부 참석자들과의 기념촬영 모습. [사진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한국조경신문 창간 10주년 기념 명사특강 김봉찬 (주)더가든 대표의 ‘정원을 중심으로 바라본 서울시 공원녹지 조성의 과제 그리고 제안’이라는 주제로 지난 11월 23일 송파구민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성황리 개최됐다.

서울시와 송파구, 한국조경신문이 주최한 이번 특강에서 김부식 본지 발행인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의 삶과 질, 그리고 가치를 생각할 때 녹색공간의 소중함은 정말 중요하다”며 “김봉찬 대표는 자연스런 경관에 대해 늘 강조하고 있고, 한국조경신문이 가치를 찾고 있는 만큼 특강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제주 여미지식물원 과장, 평강식물원 소장을 역임, 현재 더가든 대표를 맡으며 제주도문화재전문위원과 제주 여미지식물원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는 김 대표의 특강을 정리했다.

 

도시와 정원 관계

정원속의 도시는 도시가 그 안에 있는 것이고, 실제적으로 선진국에서 쓰는 용어이기도 하다. 어바니즘(Urbanism)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면 도시 내에 자연과 생물의 다양성을 가져오느냐가 큰 주제이다.

이미 정원은 엄청난 범위로 커져왔다고 볼 때 우리나라는 어떨까를 생각해 본다. 서식처, 생태, 생태적 안정성, 다양성 등 언제까지 지속가능할 것인가.

미국은 24개 도시가 정원 도시로 추진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100여개 도시가 이미 정원 도시로서의 목표를 삼고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세종시를 찾아봤다. 그 안에서 많은 고민을 했는데 세종시에 조성되는 녹지가 우리의 미래 녹지이고 전부인가를 고민했다. 그 도시에는 무엇을 담아야 할 것이고, 서울시도 그렇지만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들과 건축물들. 엄청난 차량과 사람들 속에 또 다른 형태를 가진 나무와 풀들이 섞여 있다. 다른 표현을 한다면 마치 시장 같다는 느낌이다.

조경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40여년 됐다. 우리가 심는 조경식물, 세계적인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식물들의 정상적인 생육을 위해 토양과 미기후에 잘 맞춰서 쓰고 있는가. 과연 우리나라는 생태조경을 해 봤는가? 진짜 잘 만들어진 생태조경이 있는가? 정원에 예술품을 놓으면 예술이 되는가?

이런 것들에 대해 우리는 반성해야 될 것이다.

경복궁 앞을 지나다가 화단의 꽃을 봤다. 과연 저것이 아름다운가? 꽃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고 도시의 간판과 빌딩이 어떻게 보여 지는가에 대한 고민도 없어 보였다.

 

원예는 죽었다

정원이 발전하려면 원예가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원예는 농업을 하는 것이다. 채소나 과수를 생산해서 잘 팔아야 하는 정도이다.

식물 채집가 겸 식물분류학자로 알려진 식물 반출의 전설적인 인물 영국의 어네스트 윌슨(Ernest Wilson)은 중국은 물론 일본을 다니며 식물을 채집해 연구했다.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전국을 다녔고 한라산 구상나무를 채취해 1920년 신종으로 학계에 보고되며 학명 Abies Koreana WILS.로 명명돼 전 세계에 알렸다.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렇듯 아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등 새로운 대륙의 새로운 산과 강, 들판에서 나오는 식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원식물의 모태가 되고 있다.

진짜 원예는 정원식물을 재배해서 품종을 만들고, 다양한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기본 출발이지만 우리나라 원예는 죽었다.

 

김봉찬 더가든 대표   [사진 지재호 기자]
김봉찬 더가든 대표 [사진 지재호 기자]

 

기후가 먼저다

식물 생육에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다. 그 다음이 토양이다. 숲 속에 자라는 복주머니난(난초과)과 연영초(백합과)를 조경현실에 가져다 심으면 100% 고사한다. 관중(숙근성 양치류)이라는 고사리를 오래 전에 서울에 심었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왜 일본과 영국은 되는데 한국은 안 될까? 이러한 문제에 대해 왜 관에서는 고민하지 않을까? 그냥 쉽게 포기해 버린다.

그러다보니 지금 남아 있는 게 맥문동(백합과), 원추리(백합과) 등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농민들도 연영초를 생산하지 않으려 한다. 모험하려 하지 않는다. 배고프니까. 이러한 고리가 깨져야 한다.

예전에 국화를 키울 때 먼저 하는 일이 부엽토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경에서는 부염토를 쓰지 않는다. 서울에 그 많은 낙엽이 어디로 갔는가. 토양으로 만들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자원인데... 서식처의 다른 스타일을 부엽토를 중심으로 모래와 자갈 등 다른 요소를 섞어서 그에 맞춰가는 게 토양의 기본인데 말이다.

 

조급함에 대해

뉴질랜드에서 목격한 것인데 커다란 화단에 비해 식재된 가로수는 아주 작은 묘목을 심어 놓았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식재를 했다면 용납할 수 없는 논란의 중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매우 가치 있고 귀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자랄지에 궁금해 질 정도다. 그만큼 토양에 투자를 한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풀어 보면 1센트는 나무이고 1달러는 땅값이 될 것이다.

반대로 우리나라 관점에서 보면 땅값에 1센트 쓰고 나무에 100달러를 들일 것이다. 무조건 큰 나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식물도 움직인다.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성장하면서 또 다른 경관을 만들어 준다.

서울식물원을 예로 보자. 방문자들은 식물원에서 목격한 식물들은 무조건 커야 한다. 왜 식물원인데 작아? 라는 물음을 한다. 묘종을 심었을 때 키우는 맛이 감동이다. 작은 나무들을 배려할 줄 알고 심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놀라운 경관의 조화

피에트 우돌프(Piet Oudolf)가 식재 디자인을 한 뉴욕 하이라인을 찾았다. 서울로처럼 빌딩 속에 고가가 있다. 방문 전 식물들이 잘 살 수 없기 때문에 건조할 것이라 생각했고 당연히 드라이한 식물들이 식재됐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 들어맞았다.

하지만 그곳은 촉촉했고 원시림을 보였다. 어떻게 고가와 옥상에 원시림을 만들고 촉촉한 정원을 만들었을지 큰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다리가 아름답다고 다리를 만드는 게 아니었다. 그 다리가 숲의 역할을 해 주고 있었고 햇빛도 차단돼 습도 보존이 잘 됐다.

빌딩과 먼 황량한 조건, 빌딩이 가까이 있는 환경도 있어 마치 빌딩이 나무처럼 활용됐다. 빛을 막아주고 바람도 막아주는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것이었다.

밤이 되면 조도를 최대한 낮췄다. 사람도 조심해서 갈 정도로 어둡게 한다.

센트럴파크는 다양한 빌딩들이 바탕이나 배경처럼 둘러져 있다. 나무들의 녹색이 조금씩 다르고, 수형도 다르다. 그러한 식재 디자인은 하나처럼 보이고 도시가 아름다울 정도다.

서울로7017은 야경에서 알 수 있듯이 자체발광이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 야경이 묻힐 정도로 튄다. 서울로에 올라가면 서울 야경이 아름다워야 하지만 자체 발광으로 주변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잘 살고 잘 적응하는 식물로 교체해야 한다. 둥근 포트와 포트 사이의 불필요한 공간을 통합해 거기에 맞는 식물을 심어서 서울 시가지가 빛나고 아름답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기본적인 생각은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김봉찬 더가든 대표의 특강은 한국조경신문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조경신문]

 

[사진 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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