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어이없는 퍼포먼스에 기가 빨린다.

소나무 재선충병 친환경 방제를 위한 입법공청회가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소나무의 AIDS로 알려진 나무 전염병이니 당연히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입법공청회인 만큼 전국 각지에서 임업인들이 몰렸다.

그런데 법 제정에 앞서 진행되는 일반적인 입법공청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소나무 재선충병에 대한 전문적 소견이 나올 것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마치 모 기업의 산림청을 향한 성토의 장이자 이들이 개발한 약제가 최고라는 것을 간증이라도 하듯 꽤나 솔깃한 언변으로 제품을 옹호하는 패널도 보였다.

그러자 모 기업 대표는 살며시 박스에서 약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고, 기업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토론자들에게도 하나씩 나눠줬다.

잠시 후 다소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모 기업 대표가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개발했다는 약제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약제를 종이컵에 따라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러자 청중석에서는 열렬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약제 개발자인 모 교수가 중국에서 관계자들에게 안전성을 보이기 위해 약제를 한 잔 들이켰다고 한다. 그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청회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보여 졌다. 재연이라도 하듯 그 광경을 모 기업 대표가 공청회장에서 직접 시음해 보였다.

입법공청회가 한 기업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제품을 홍보하는 자리가 됐다. 더욱이 논문과 특허를 진행하고 있는 제품이니 정부나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전 세계의 재선충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원천기술이 될 것이라고 모 교수의 부추김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과학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는 논문이나 약제에 대한 검증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황에서 지원을 논하고 법안 마련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다소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법안 마련을 요구하기보다 우선 선행해야 할 것이 있다. 해당 기업과 모 교수는 먼저 산림청을 설득해 검증을 위한 실질적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관계기관 관계자는 물론 민·관·학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단을 재구성해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게 검증이 된다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물론 강력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게 돼 기업, 나아가 국가 위상도 한층 끌어올리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

아버멕틴은 일본 오무라 사토시 교수가 개발해 지난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아버멕틴 보다 최소 2.5배 강력한 효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검증만 한다면 산림청이 인정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검증되지 않은 설레발은 자칫 실체 없는 허세보다 저평가 될 수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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