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시대] 함께 하는 삶, 아파트를 넘어 지역의 공동체로
[조경시대] 함께 하는 삶, 아파트를 넘어 지역의 공동체로
  • 강연주 객원 논설위원
  • 승인 2018.11.07
  • 호수 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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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주 (주)우리엔디자인펌 대표
강연주 (주)우리엔디자인펌 대표

[Landscape Times]요새 TV 예능 프로그램에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것들이 많다. 아파트 단지의 각 집을 돌아다니며 재료를 모아 음식을 만들고, 주민들과 함께 아침을 나눈다. 연예인들이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무작위로 벨을 눌러, 집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는 일반인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에서 식사하는 확률이 높다고 스스로 이야기한다.

그래도 예전의 아파트들이 쓸쓸하고 적막하며 때론 무섭기까지 한, 극단적인 단절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것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다. 주민들이 자신의 집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타인에게 공개하며, 함께 식사까지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아파트 문화가 예전보다 개방적이 된 것일까? 혹은 이는 단순히 일부에게만 해당하는,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현상인가?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이러한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주민들의 매우 일상적인 이야기들에 빨려 들어간다.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SNS를 통해 공유되고 전파되는 세상이긴 하다. 집과 그 곳에서의 일상생활도 하나의 콘텐츠로 활용된다. 더 나아가 아파트 주민들의 집단적인 일상생활도 또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인 온라인상의 공유를 넘어 직접적인 체험과 교류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의 소통 문화에 대한 가능성이다.

아파트의 공동체에 주목하며, 이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들은 지난 60년 간 다양하게 이루어져왔다. 주민들 사이의 만남과 소통을 위한 건축적인 장치들 – 주민 커뮤니티센터, 노인정, 어린이집 등 각종 부대시설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외부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조경 공간에 대한 시도들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왔다.

주변과의 연결통로를 확보하고, 다른 도시적 구조와 만나는 곳에 광장이나 공원을 조성한다. 심지어 아파트 단지의 경계부에 담장 설치를 불허하기도 한다. 이를 제재하고 관리하기 위한 도시계획 차원의 온갖 심의와 평가, 승인 과정들이 도입된다. 특히 각 동으로의 진출입에 관한 경비가 강화되면서, 외부 공간은 상대적으로 개방적이 될 여지가 많아졌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 놓은 설계적 장치들이 쓸모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경계부의 열린 광장과 공원의 통로는, 준공 이후 입주민들이 설치한 철문과 경비 시설에 의해 가로막힌다. 경계 부분에 준공 이후 담장이 설치되기도 하며, 담장이 없더라도 높은 생울타리와 플랜터, 마운딩 등으로 가로막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부 공간에 아파트 주민이 아닌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우리의 돈으로 관리하는, 우리의 소유인 조경 공간을 훼손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조경도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고, 이를 잘 관리함으로 인해 아파트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기대심리가 있다. 그래서 특히 조경이 잘 되어 있는, 새롭게 조성된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이런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들은 공공의 개방에 대해 보다 유연하다. 통로가 막히면 주민들의 생활 자체가 불편한 것이다. 기존의 통로를 적극 활용함은 물론, 외부로 막힌 곳에 주민들이 의도적으로 통로를 확보하여 출입구를 새로 내는 경우도 많다. 또한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전체적으로 아파트 담장이 철거되기도 한다.

필자는 아파트 경계부의 연계성에 따라 지역 전체의 네트워크 구조가 변화함을 연구한 적이 있다. 더 나아가 아파트 단지의 중앙마당이 지역에 개방적인 구조이면, 주변과의 커뮤니티가 증가함을 수치로 연구한 적도 있다. 실제로 아파트 주민들은 개인적인 삶과 아파트의 재화 가치가 보장되기를 원하는 한편, 일정 지역에 속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소속감이나 유대감을 갖기도 원한다.

예전부터 동네마다 하나씩 꼭 있던 ‘할아버지가게’(구멍가게)는 생필품의 판매 장소보다 주민들의 모임 장소로 더욱 많이 기능했다. 그 곳에 가면 실시간으로 집 주변의 모든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아파트의 외부 공간은 그러한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어린이집이나 학원과 같은, 시설을 통한 커뮤니티에는 한계가 있다. 아이들을 아파트 단지에만 묶어둘 수 없는 것이다.

온라인상의 커뮤니티는 제한적이다. 핸드폰 하나로 세상과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건전한 커뮤니티는 다양한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세상이 변해도 여전히 취미 생활을 하고, 그룹을 이루어 지내는 것은 사회적 교류에 대한 욕구일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일상적인 삶이 이루어지는 아파트 주거, 그리고 외부의 조경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커뮤니티는 주민들의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위한 기본 토대를 제공한다.

최근의 아파트 조경 설계는 개인적인 휴식이나 사색을 위한 공간에 집중되어 있다. 주민들의 교류 장소도 소규모 그룹의 모임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 단위, 취미 생활 단위의 모임이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이다. 작은 모임들이 모여 큰 흐름을 이루기도 한다. 작은 모임이라도 외부 공간에서 서로 나눌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시에만 활용되는 보차혼용도로나 낮 시간대에 뜸한 주차장을 활용한, 보다 큰 규모의 프로그램도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한다. 아파트 단지 규모의 조식 제공 프로그램도 좋지만,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도 가능하다. 실례로 한 아파트 단지는 벚꽃 축제를 대규모로 벌이면서 벼룩시장 등을 같이 개최한다. 아파트 조경 공간은 주변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설계가들은 주민들을 외부로 더욱 자주 나오게 하자. 아파트 주민들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일상적 삶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조경 공간을 적극 활용하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무심하고, 쓸데없는 것에 사로잡혀 스트레스 받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들이 모습은 아닐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이웃사촌을 만드는 출발점은 바로 아파트 조경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번 글을 끝으로 아파트 연재를 마감하게 된다. 도시 속의 아파트 녹지, 그 속에 사는 사람들과 자연의 이야기, 걸으면서 느끼는 일상의 행복, 그리고 오감을 자극하는 경관 등을 통해 아파트 조경 공간의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아파트 조경 공간이 이러한 모든 것들이 오고 가는 소통의 장이자, 잠시 머무르며 함께 나눌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이곳에서 오히려 갈등과 반목이 생성될 수 있다. 집 내부의 문제가 외부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상한 사람, 마음에 안 맞는 사람이 보기 싫어져 스스로 소외될 수도 있다. 그러나 또한 이곳은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는 곳이며, 삶에 찌든 청장년에게 위로가 되고, 삶을 뒤돌아보는 노인들에게는 위로와 축복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희망은 무한정 평화롭기만 한 삶에서가 아니라, 혼돈과 갈등의 상호적 삶 속에서 피어난다. 많은 것들이 어우러져 – 자연까지도 함께 하는 세상, 그것의 일부를 우리는 일상의 공간인 아파트 조경에서 만난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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