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린 서울대 환경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과정/ catherine3@snu.ac.kr
김서린 서울대 환경대학원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과정

[Landscape Times] 2018년 평창 올림픽 이후 남북의 관계는 무척 가까워졌다. 이러한 따뜻한 기류 아래 조경과 인접 분야인 산림이나 사회간접자본 분야에서 활발하게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산림 분야에서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남북산림협력 분과 회담이 이뤄졌으며, 사회간접자본 분야에서는 10월 말부터 경의선 철도 연결을 위한 북측 구간의 현지조사를 할 예정이라 한다. 물론 황폐화된 북한 산림은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이며, 북한의 낮은 인프라 수준은 교류에 가장 큰 걸림돌이기에 두 분야 모두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분야이긴 하다.

하지만 필자는 개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한반도 미래 경관의 상(像)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기 남한은 압축적인 개발로 인해 소중한 자연‧문화 경관을 잃어버린 바 있다. 이 시기 남한은 유래 없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지만 당시 훼손된 경관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은 슬프지만 명백한 사실이다. 이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금수강산이라 불리는 한반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우리의 삶이 깃든 문화적 경관을 함께 고려하여 개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분단 70여 년 동안 다르게 변화한 서로의 경관과 그 간극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때 남과 북이 70여 년 동안 다른 체제 하에서 발전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지난 5,000년 동안 남과 북이 공유해왔던, 그리고 앞으로 공유해나갈 한반도의 경관을 위해 몇 가지 생각거리를 나눠보고자 한다.

먼저, 남북이 공유해왔던 의미있는 자연‧문화경관인 북한의 ‘명산’에 대해 살펴보자. 북한은 백두산, 금강산, 지리산, 묘향산, 구월산을 ‘조선 5대 명산’이라 부르며 ‘조선’을 대표하는 경관으로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남한에 있는 지리산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1996년에는 칠보산을 유원지로 개발하여 ‘6대 명산’에 포함하였다. 올해 8월 금강산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되면서 남한의 지리산을 제외한 북한의 5개 명산이 모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되었다. 북한은 그들의 성공적인 자연보호정책으로 인해 국제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것이라 선전하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관광지로서 명산을 개발‧이용하고 있다. 또한 1970년대부터 명산 곳곳의 자연바위에 김일성 일가를 찬양하는 각종 문구를 새겨 북한 주민의 애국심을 기르기 위한 공간으로서 이용하고 있다.

도시경관으로 눈을 돌려보자. 북한의 도시 중심지에는 김일성 일가와 혁명투사를 기리는 각종 상징물이 자리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을 했던 곳을 기념하며 ‘혁명사적지’와 ‘혁명전적지’로 조성하고 있다. 나중에는 김일성 일가가 방문을 하기 만 해도 ‘현지지도 사적지’ 혹은 ‘혁명사적지’라 부르며 동상, 기념비, 기념탑 등을 세워 기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세워진 김일성과 김정일의 대형동상은 전국적으로 70여개에 이르며, 비석은 셀 수 없이 많다고 한다.

이처럼 지난 70여 년간 북한의 경관은 남한과 현저히 다르게 조성되어왔다. 남한 주민들은 북한에 있는 상징물을 불편해하겠지만, 반대로 북한 주민들 또한 남한의 경관 요소를 껄끄러워 할 수 있다. 남북한 주민의 경관 인식에 대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서로의 경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논의를 반영하여 한반도의 미래 경관 상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한편, 북한 정권이 ‘사회주의 선경’, ‘사회주의 지상낙원’으로 북한을 조성하기 위해 ‘온 나라의 원림화‧수림화’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은 조경분야에 있어 고무적이다. 특히 2010년에는 ‘원림법’을, 2013년에는 ‘공원‧유원지관리법’을 제정했다는 점은 최근 들어 조경 공간에 대한 관심이 증대했음을 시사한다.

남북 간의 따뜻한 기류가 흐르는 시기적 조건과 북한의 원림에 대한 관심 증대라는 최적의 조건 속에서 더 이상의 조경 패싱을 거부하자. 남북 교류에 있어 조경인들의 관심을 촉구해본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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