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지난 11일 임시 개방한 서울식물원이 미완의 모습으로 공개된 가운데 각자의 방식으로 서울식물원을 재구성하며 스토리를 들려주는 조경가들의 이색정원과 전시가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식물원에서 만난 이들 조경가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전시하고 조성하며 서울식물원의 정체성에 다가가고 있다.

서울식물원 주제원 내 조성된 황지해 가든디자이너의 '움직이는 씨앗'
서울식물원 주제원 내 조성된 황지해 가든디자이너의 '움직이는 씨앗'

"씨앗의 숭고함 정원에 담다"

“보이지 않는 곳에 형상을 뽑아내는 씨앗의 창조적 본능과 태양과 바람이 그러하듯 스스로 존재하는 씨앗의 숭고한 에너지를 벤치 안에 담아냈다.”

서울식물원 주제원 내 조성한 황지해 가든디자이너(뮴 대표)의 작가정원 ‘움직이는 씨앗’을 요약하는 문장이다.

그는 서울식물원의 가장 본질적인 이야기를 씨앗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지난 11일 임시 개방한 서울식물원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키워드로 ‘씨앗’을 선택한 그는 ‘움직이는 씨앗’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가는잎오이풀, 방가지똥풀, 물매화, 가막살 등 씨앗을 유추할 수 있는 식물로 범위를 좁혔다.

그는 주요 정원수인 개옻나무, 까마귀밥나 외에도 산씀바귀꽃, 엉겅퀴, 오이풀, 물매화, 산부추, 큰비짜루국화, 방가지똥풀 등 주로 자생식물, 그중 흔히 지나치거나 뽑히는 잡초류도 과감히 정원소재로 사용했다.

그리고 원래 논밭이었던 마곡의 장소성을 표현하기 위해 “농부가 씨앗을 던지듯 무심하게 툭 던진 느낌”으로 작업했다는 그는 겸재 정선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 한때 이곳을 점령했던 왕버들을 중심 식재로 썼다.

서울식물원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내고자 정원소재로써 산씀바귀꽃, 엉겅퀴, 오이풀, 물매화, 산부추, 큰비짜루국화, 방가지똥풀 등 자생식물과 흔히 지나치는 잡초류를 사용해 씨앗의 에너지를 담아냈다.
서울식물원의 본질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내고자 정원소재로써 산씀바귀꽃, 엉겅퀴, 오이풀, 물매화, 산부추, 큰비짜루국화, 방가지똥풀 등 자생식물과 흔히 지나치는 잡초류를 사용해 씨앗의 에너지를 담아냈다.
황지해 가든디자이너는 검은색의 옻칠한 벤치를 통해 친환경적인 시설재료를 실험했다.
황지해 가든디자이너는 검은색의 옻칠한 벤치시설물로써 친환경적인 재료를 실험했다.

그는 “농장 밖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논이나 밭, 길가에 자생하는 야생화, 소위 잡초라 불리는 관심 없는 풀들 중 하나가 산씀바귀다. 핑크빛으로 작게 피는 큰비짜루국화도 사람들이 잘 모른다”며 식재된 식물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자색 줄기를 지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그라스 파니쿰 ‘스프레이’나 억새와도 조화가 좋다. 바디가 가진 자색 뼈대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그는 억새 사이로 어우러진 오이풀과 향등골나물처럼 자생식물과 그라스와의 조화,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줄기 식물에 주목해 디자인했다.

마지막으로 정원에서 특히 벤치에 공을 들였다는 그는 9번 옻칠한 벤치를 가리키며 “이번에 옻나무를 테스트해봤다. 외부에 노출됐을 때 옻나무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다”며 정원이나 조경 시설물에서 친환경적이고 무해한 재료연구가 과제임을 강조했다. [한국조경신문]

“자색 줄기를 지닌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그라스 파니쿰 ‘스프레이’나 억새와도 조화가 좋다. 바디가 가진 자색 뼈대가 아름답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큰비짜루 국화. 그라스 파니쿰 ‘스프레이’나 억새와도 조화롭다. 
수도밸브로 만든 조명과 정원 '움직이는 씨앗' 해설 간판
수도밸브로 만든 조명과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밸한 정원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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