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을 더자이언트(주) 대표
임병을 더자이언트(주) 대표

“핵심 정보랑 기준은 여러분들이 우리한테 주셔야 하는데..”
“좀 답답했어요. 그분들한테 강의하는 게.”
“아니, 자기들이 제시해야 될 것을 왜 나한테 물어보는지..”

2017년 한국조경협회(구 조경사회) 주최의 ‘조경과 IoT의 만남 세미나’ 때 어떤 이의 말, 그리고 필자가 운영위원장으로서 개최하고 있는 2018년 한국농업벤처융합포럼에 참석한 어떤 강연자들이 앞서 참석했던 농어촌벤처포럼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 나에게 했던 말이다.

속 사정은 이렇다. 조경협회 및 벤처기업협회 주관으로 각각 열렸던 ‘4차산업혁명과 조경 혹은 농업’에 관한 주제로 4차산업혁명 기술의 도입과 방향성에 관한 세미나, 포럼이 있었는데 이 행사에 드론, IoT, AI, 로봇 등과 같은 4차산업혁명기술 혹은 스마트 기술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강연토록 했던 것이다. 이 행사의 청중들은 조경계 종사자이거나 농업관련 종사자들이었고, 질의응답시간에 그들이 연사에게 한 질문 중 일부는 “드론으로 식물의 이상을 파악할 때 그 식물의 이상 여부 판단 기준이 뭐에요?”, “그 기술(제품)을 반영하려면 배터리 유지시간이 중요할 텐데 지금 그 정도 수준으로 우리가 도입할 수가 없어요.”, “그걸 강사님도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죠?”라는 말들이었다.

한 강연자의 말을 빌리자면, “청중들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 타분야 사례나 청중들의 업종에 도입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도 전혀 관심이 없거나 방어적이고, 자기들이 연구해서 제시해야 할 내용까지 다 만들어 달라고 한다.”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드론을 이용해 농업지역을 촬영할 때 NVDI라는 기술을 이용하면 식물의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식물의 상태에 따라 화면상에 컬러로 표시가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드론 및 NVDI 기술로서 제공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식물이 어떤 상태일 때 어떤 색이나 형태로 나타나는지, 어떤 문제점을 찾아내거나 어느 시기에 촬영하고 분석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는 농업이나 식물분야 전문가가 제시해야 한다. 조경수를 스마트관리하려면 조경수에 필요한 온도, 토성, 비료 및 생리적 특이점에 대해서는 조경식물 전문가가 제시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 상기에 언급한 세미나, 포럼 등에서는 조경계에서 연구하고 찾아내야 할 정보나 기술까지 타분야 전문가인 강연자에게 알아내거나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닐까?

본 칼럼 게재 초반에 언급했었는데, 조경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자 차별점은 살아있는 식물을 다루는 ‘조경식재’라 생각한다. 그런데 조경식재에 관한 (건설분야라고 주장하고 있으면서도) 건설공법이나 기술개발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필자는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R&D지원사업 평가위원, 건설교통신기술 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창업컨설팅이나 R&D지원사업 또는 신기술(NET)인증 등에 신청하는 기술 중 조경분야는 찾아보기가 정말 어려움을 실감했다. 아주 드물게 토양개량제나 사면녹화공법, 혹은 IoT가 도입된 화분 정도는 있지만 ‘조경식재공법’이나 ‘조경식물관리기술’, 조경식재에 관한 스마트기술 및 건설기술은 극소수이다. 필자가 모든 정보를 다 아는 것이 아니라 성급한 일반화를 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필자가 컨설턴트나 위원으로서 경험하고 NET 인증 사례들을 찾아보았을 때는 그랬다. 필자가 신청하여 NET 인증에 통과된 ‘컨테이너 모듈 기술’이 조경수 생산 및 식재에 관한 최초 혹은 거의 유일한 기술이었던 것 같다.

대학교의 조경학과에는 식물생리(수목생리), 수목학, 식재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전문가나 관련 교과목도 찾아보기 힘들고 주로 경관, 디자인 방향으로만 가고 있는 듯하며, 조경식물 및 식재, 관리에 관한 전문기관이나 담당 공무원도 없다 보니 중소기업 R&D지원사업이나 NET인증 등에서도 조경식재에 관한 전문적인 심사가 이루어지거나 지원제도가 수립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한편, 언론에서 조경수 혹은 가로수 집단 고사 등의 뉴스가 나온 후 ‘스마트 가로수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해당 기관의 대응을 보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몇몇 대학이나 IT관련 기업에서 조경수 스마트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도 얘기를 들었으나 역시 실현된 것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러한 개발담당자는 보통 ‘조경’전문가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필자가 다 알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조경수에 관한 스마트 기술은 아직 활성되거나 정착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조경식재에 관한 기술개발, 기술혁신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공공기관 및 기업의 도전이 있어야만 하며,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을 열어놓고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마인드’와 ‘문화’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은 ‘냉소’와 ‘방어’, 그리고 ‘현상유지’ 심리가 더욱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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