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 Times 지재호 기자] 서울식물원이 지난 14일 임시 개방을 했다. 서울 최초의 대형 식물원 등장인 만큼 기대감과 설렘이 큰 것은 당연하다.

주말이면서 날씨까지 화창해 가을 풍경은 가족들의 소풍 행렬을 불렀다.

나눔식물을 받기 위해 200미터나 되는 긴 줄도 마다 않는 행렬을 보면서 얼마나 갈증을 느꼈던가 라는 안타까움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데 아쉬운 부분들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영국 첼시플라워쇼로 세계적인 가든 디자이너로 자리하고 있는 황지해 가든디자이너의 작품을 조성했다기에 그 곳을 찾았다.

스스로 존재하는 씨앗의 숭고한 에너지를 벤치에 담아냈다는 ‘움직이는 씨앗’.

하지만 작품을 볼 수 없었다. 벤치마다 서울식물원 방문객들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중년 남성들이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코를 고는 소리는 잘 들리는 내 귀가 싫을 정도였다. 가벽 옆에는 돗자리를 펼치고 그늘을 피해 밥을 먹는 사람들.

얼마 전 부천중앙공원에서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개최됐다. 9개의 작가정원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이벤트였던 만큼 많은 기대와 설렘으로 찾았다.

주제가 ‘집으로 가는길’인 만큼 옛날 4050세대의 추억을 끄집어 낸 작품들이 눈에 들었다.

류광하 가든디자이너의 ‘골목굽이’에는 평상 하나가 놓여 있다. 2015년에 방영한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 엄마와 정봉이, 선우 엄마가 수다를 떨고 고구마를 까먹으며 화투놀이를 하던 장면이 그려졌다.

그래서였을까? 같은 퍼머 머리에 어버이들의 국민패션 아웃도어룩으로 곱게 차려 입은 어머니들이 평상을 보고 바로 도시락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각종 반찬들이 모여 15첩 반상은 차려진 듯하다.

얼마나 지났는지... 수다는 길어졌고 반독점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 누구의 제지도 없이 모임의 시간은 이어졌다.

함께 즐거워하고 희노애락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인식 변화되고 있는 곳이 정원이다. 때문에 누워 있는 것을 제외하고 정원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맛있는 간식을 먹는 것은 소확행의 일부일 수 있다.

그러나 박람회 기간은 작품을 전시하는 공식적인 일정에 속한다. 그런 만큼 작품을 타인도 볼 수 있도록 깨끗하고 정숙하게 이용하는 것은 배려라 할 수 있다.

공원 안에 작가정원이 들어서는 것은 공원에 완성도를 입혀주고 감성을 더 해주는 중요한 콘텐츠이자 지역 자산이다.

누군가의 지적에 의해 행위를 자제하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 작품에 대한 매너를, 아니 배려를 생각해 보면 어떨지.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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