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어반환경 고문
박인규 어반환경 고문

[Landscape Times] 정부는 최근 서울시의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각종 규제대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이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주택 공급부족을 꼽자 국토부가 서울 강남권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안을 가지고 서울시와 협의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그린벨트는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이며 해제할 시 자연훼손 등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해 지난 추석 전 발표한 주택공급대책에서 제외 되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실무자 협상과정에서는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들릴 정도로 언쟁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대안으로 제시한 유휴부지 개발과 용적률 상향등으로 기대효과가 낮다고 보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까지 나서서 주택안정에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직접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장관은 “서울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1971년부터 서울 등 대도시 주변에 지정된 토지규제제도이다. 당시 급격한 도시의 인구집중과 무분별한 개발에도 대도시 주변의 환경이 그나마 훼손되지 않고 보전될 수 있었던 것은 그린벨트의 엄격한 토지규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엄격한 규제로 수십 년간 피해를 당해온 토지소유자, 거주민들과 애꿎은 지자체 단속 공무원들의 눈물과 희생 그리고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엄격하게 관리되어 오던 그린벨트는 토지관리능력을 상실한 국토부에 의해 수도권 지역의 부족한 택지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해제되기 시작했고, 은평뉴타운(105만평), 강일지구(27만평), 위례신도시(168만평), 하남 이사지구(165만평)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되었다.

특히 이명박 정권 때에는 싼 값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선거공약에 따라 그린벨트에 건설하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보금자리주택 사업으로 서울 강남, 서초의 귀중한 녹지가 일시에 훼손되었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국토에 대한 토지 공개념을 확고히 하고 무분별한 도시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토지의 소유권에서 개발권을 분리하여 국유화함으로써 엄격한 그린벨트 토지개발허가제를 실시하였다. 1947년 영국은 토지개발권을 확보하기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보상을 실시하였다. 이후, 전원생활을 선호하는 주민들이 오히려 그린벨트를 지정해줄 것을 요구여 면적이 2배 이상 증가하였고 지금도 잘 보전되어 쾌적한 도시환경을 잘 유지하고 있다.

서울은 원래 아름다운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한강이 도시 한복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명품도시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급격하고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녹지가 훼손되기 시작하여 지금 서울시의 1인당 생활권공원면적은 5.42㎡(2017년 서울시 자료)로 런던이나 뉴욕 등 외국의 대도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며, WHO에서 권고하고 있는 9㎡에도 크게 못 미치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이,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라 2020년이면 사유 도시공원 용지가 해제되기 때문에 녹지면적은 더욱 감소될 전망이다. 서울시도 앞으로 해제될 도시공원에 대한 대안으로 그린벨트를 지키려고 노력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그린벨트 제도 자체가 토지소유자의 개발권에 대한 보상없이 규제만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도시녹지의 보전 차원에서 그린벨트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려면 지금부터라도 개발권 보상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토부장관의 말대로 서울에 살고 싶은 사람이 많다고 해서 녹지를 훼손하고 아파트 단지를 만들 수는 없다. 도시에서 녹지는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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