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김원희 가든디자이너가 2018 일본 세계플라워가든쇼에 쇼가든 정원 'A Little Journey'를 출품해 최우수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최재혁‧김원희 가든디자이너가 2018 일본 세계플라워가든쇼에 쇼가든 정원 'A Little Journey'를 출품해 최우수디자인상을 수상했다.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정원 ‘A Little Journey’는 국내 가든쇼에서 절제된 설계와 식재, 위요감으로 한국정원의 정서를 자신만의 방식대로 추구하고 있는 최재혁 가든디자이너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또한 김원희 가든디자이너가 공동참여해 풍성하고 다이나믹한 플랜팅으로 디자인함으로써 모던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정원에 공간감을 한층 살렸다. 이는 삶의 스펙트럼이 살아있는 정원으로 재현돼 ‘2018 세계플라워 가든쇼’ 쇼가든 부문 최우수디자인상으로 이어졌다. 수상의 영광을 안은 최재혁(스튜디오 오픈니스 대표)·김원희(엘리 그린 앤 플랜츠 대표) 가든디자이너를 일본 가든쇼 현장에서 만났다.

‘A Little Journey’의 창작자 최재혁‧김원희 가든디자이너는 자엽백일홍, 노란 마타리와 함께 다양한 색과 모양의 풍성한 그라스를 정면에 과감히 조성하면서 풍요로운 자연경관을 소자연이라 비유되는 정원으로 은유했다. 둔덕 너머로는 제목이 가리키듯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인간의 다양한 인생 단면을 소박하지만 비범하게 그려냈다.

지난해 코리아가든쇼에서 대상 수상을 계기로 이번 가든쇼까지 오게 된 최재혁 가든디자이너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김원희 가든디자이너와 협업한 결과, 한국적 정서와 모던함의 경계 사이에서 꽃 피운 ‘여정’에 이르렀다.

좁은 공간이지만 변화무쌍하며, 크고 작은 돌로 이어진 길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는 설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식재패턴으로 현지에서 호평도 이어졌다.

인생의 다양한 국면을 정원에서 변화무쌍하게 풀어낸 ‘A Little Journey’.
인생의 다양한 국면을 정원에서 변화무쌍하게 풀어낸 ‘A Little Journey’.
2018 ‘세계플라워가든쇼’ 쇼가든 정원으로 출품한  정원 ‘A Little Journey’.
 정원 ‘A Little Journey’ 전경.
풍성한 그라스가 심긴 둔덕은 환형으로 구부러진 길의 마지막이자 정원의 시작점이다. 자엽백일홍과 마타리가 그라스 사이로 두드러진 듯 어울림이 있도록 조성했다.
풍성한 그라스가 심긴 둔덕은 환형으로 구부러진 길의 마지막이자 정원의 시작점이다. 자엽백일홍과 마타리가 그라스 사이로 두드러짐 속 어울림이 있도록 조성했다.

정원의 콘셉트에 대해 설명하면?

최재혁 : 처음 정원을 설계할 때 작은 공간이지만 여행길처럼 느끼도록, 하나하나 장면이나 국면들이 살면서 만나는 순간순간들을 시‧공간적으로 경험하도록 했다. 크게는 그라스 둔덕과 수 공간, 꽃이 만발한 공간으로 나누고, 코너마다 인생을 살다보면 만나는 순간의 소확행을 의미하도록 조성했다. 정원에서 하이라이트는 환희의 순간이나 좋은 시절로 뒤편에 숨겨있다. 그 맞은편에는 잔잔한 그라스로써 시간을 반추하며 음미하는 황혼의 시기로 조성했다. 풍경으로 삶의 시절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입구는 불편하지만 험준한 시절들을 거친 돌로 시공했다. 밝은 톤의 식재가 조성된 수 공간을 지나면 퍼플이나 레드, 화이트 식재로 로맨틱한 인생의 순간을 표현했다.

김원희 : 식재의 자연스러움과 설치물의 모던함이 조화롭다고 평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잘 조성됐다.

공간마다 다양한 색감과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으로 식재된 정원 'A Little Journey'의 풍경.
정원 'A Little Journey'의 그라스 언덕 풍경.

정원 정면에 위치한 그라스 언덕이 인상적이다. 설계단계부터 공동 작업인데 과정은 어떠했나?

김원희 : 움직임이 있는 정원을 시도했고 바라볼 때 편안한 느낌을 주려 했다. 주변 가든디자이너들이 우리 정원 식재와 설치물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최재혁 : 재밌었던 것은 김원희 디자이너가 협업하면서 내가 평소 하던 것보다 화사한 스타일로 나왔다. 그라스 둔덕 쪽 자색과 노란색의 매치 등 실험적인 식재인데 파니쿰과 잘 어울렸다.

김원희 : 꽃이 만발한 블루와 화이트 공간의 컬러 등 색감에 만족한다. 다양한 품종의 샐비어, 세이지, 라벤더 등 여러 톤의 블루 계열로 표현됐다. 식물이 다양해 원하는 식재표현이 가능했다.

최재혁 : 일본은 옛날부터 정원을 해왔다. 우리와 작업한 시공사인 나카무라 조경공사도 3대가 이어서 온 시공사다. 우리나라 정원시공사에게서 느끼는 공사나 건설 현장과 달리 매우 세심함을 느꼈다. 예를 들면 식물이나 돌을 밟을 때 면이 상하지 않는 부드러운 밑창의 신발도 인상적이었다. 또 포장하는 돌도 입자와 규격이 있는 샘플링만으로 돌을 고를 수 있었다.

2018 ‘세계플라워가든쇼’ 쇼가든 정원으로 출품한  정원 ‘A Little Journey’.
2018 ‘세계플라워가든쇼’ 쇼가든 정원으로 출품한 정원 ‘A Little Journey’.

 

2018 ‘세계플라워가든쇼’ 쇼가든 정원으로 출품한  정원 ‘A Little Journey’.
정원 ‘A Little Journey’.

조성 시 중점을 둔 것은?

최재혁 : 공간별 콘셉트가 잘 진행되도록 노력했다. 공간을 표현할 디테일한 식물 식재는 김원희 작가가 맡았다.

김원희 : 바람이 많아 여기서는 높이가 있거나 움직임 있는 식물을 활용했다. 운 좋게 식물을 만났고, 높이와 색감도 잘 표현됐다. 다른 전시정원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최재혁 : 정원작업은 음악이나 미술과 비슷하다. 결과물이 정해진 조경설계와 달리 정원은 현장에서 사람이 손으로 표현한 거라 즉흥성이 중요하다. 큰 주제는 머릿속에 있지만 주제가 어떻게 표현될지 마지막까지는 모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처음 그렸던 것과 다른 면도 있지만 큰 주제는 생각했던 대로 진행됐고 평소와 달리 즉흥성이 많이 가미됐다. 연주자마다 곡을 다르게 연주하듯이 새로운 식물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2018 ‘세계플라워가든쇼’ 쇼가든 정원으로 출품한 정원 ‘A Little Journey’.

정원 'A Little Journey'.

 

현지 조성이라 어려운 점이 있었을 테다.

김원희 : 일본의 경우 본격 정원보다 일반 정원애호가들이 집에서 작은 정원이나 화분을 가꾸는 사람들을 위한 가정원예가 발달했다. 식물유통과정도 우리와 많이 다르다. 그래서 키큰식물이나 야생화 같은 식물이 많지 않았고 또 상당한 가격이라 애를 먹었다. 시공사나 주변 가든디자이너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이번 쇼가든으로 최우수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앞으로 계획은?

최재혁 : 평소 모던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공간을 선호하는데 김원희 디자이너와 상의하면서 디벨롭됐던 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처음 진출한 해외정원 박람회다. 해외 시공사가 잘 도와준다면 앞으로 해외 정원쇼 진출이 가능함을 확인한 계기였다.

김원희 : 책 작업 등 해외정원을 전달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지난해 치른 패션쇼 무대연출이나 개인정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  [한국조경신문]

공간마다 다양한 색감과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으로 식재된 정원 'A Little Journey'의 풍경.
공간마다 다양한 색감과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으로 식재된 정원 'A Little Journey'의 풍경.
일본 세계플라워가든쇼 행사 중 하나인 가드닝쇼에 조성된 정원 'A Little Journey'. 한국팀 정원을 포함한 8개 쇼가든은 박람회가 끝나는 오는 11월 4일까지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 팰리스 앞 광장에서 전시되고 있다.
일본 세계플라워가든쇼 행사 중 하나인 가드닝쇼에 조성된 정원 'A Little Journey'. 한국팀 정원을 포함한 8개 쇼가든은 박람회가 끝나는 오는 11월 4일까지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 팰리스 앞 광장에서 전시된다.

 

식재목록

자엽국수, 마타리, 페니쿰, 코니퍼류, 패랭이, 잉글리쉬 라벤더, 블루세이지, 카렉스, 백묘국, 고사리류, 코니퍼, 세덤류, 목백일홍, 미국산딸나무 외 50여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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