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야봉 북서사면 지역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집단고사해 처참하기까지 하다.  (사진제공 녹색연합)
지리산 반야봉 북서사면 지역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회색으로 변하며 집단고사해 처참하기까지 하다. (사진제공 녹색연합)

 

[Landscape Times 이수정 기자] 주로 지리산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급격한 기후변화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우리에게 크리스마스트리로 익숙한 구상나무는 한반도 남부 한라산과 더불어 지리산이 집단서식지로 지구에서 유일하다.

지난 16일 녹색연합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발표한 ‘지리산 아고산대 고산침엽수 집단고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이후 고사가 더욱 가속화됐다. 보고서에서는 원인을 ’기후변화‘로 꼽으며 “지리산 아고산대 생태계의 심각한 위기”라 밝혔다.

녹색연합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가 천왕봉을 중심으로 중봉-중봉안부헬기장-하봉 일대에서 고사되고 있으며, 특히 중봉 칠선계곡 방향으로 이어진 능선과 사면부의 경우 80% 이상 사라진 상태라고 보고했다.

한라산, 지리산 천왕봉-중봉-하봉 등과 함께 과거 남한 3대 구상나무 군락인 반야봉 정상도 피해가 크다. 구상나무는 물론 가문비군락도 반야봉 정상에서 남북으로 이어진 능선과 사면을 따라 죽어가고 있다. 2016‧2017년 보다 악화된 상황이다.

지난 2016년 7월 고사신호를 나타냈던 천왕봉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중산리 등산로 일대의 구상나무 군락도 지난 8월 31일 조사 당시 대부분 죽어가고 있었다. 장터목 대피소부터 제석단 초지 사이, 세석평전 주변 능선부, 연하천 산장 주변, 토끼봉도 구상나무 고사 진행을 피할 수 없었다.

조사팀은 “지리산의 고산침엽수 중 해발 1600m 위쪽에 있는 가문비나무와 구상나무가 떼죽음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천왕봉-중봉과 반야봉 같이 밀집도가 높은 군락은 전체가 고사하고 있는 상태다. 지리산의 대표적인 고산침엽수 집단서식지에선 예외 없이 집단 고사 양상이 관찰된다”고 지적했다. 또, “아고산대생태계를 떠받들고 있던 대표적인 수목들이 사라지면, 앞으로 아고산대에 어떤 생태계가 형성될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지난 8월 21일 촬영한 지리산 반야봉 북서사면에서 집단고사한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군락(사진제공 녹색연합)
지난 8월 21일 촬영한 지리산 반야봉 북서사면에서 집단고사한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군락(사진제공 녹색연합)
지리산-중봉-조개골의 산사태 모습. 고산침엽수의 떼죽음은 산사태를 유발한다. (사진제공 녹색연합)
지리산 중봉-조개골에서 발생한 산사태 모습. 고산침엽수의 떼죽음은 산사태와 관계가 있는데,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고도와 산사태 발생 고도가 일치하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사진제공 녹색연합)

빠른 속도로 전멸해가는 고산침엽수의 집단고사는 대형 산사태를 초래한다. 실제로 산사태발생 고도와 구상나무‧가문비나무 고사 고도가 거의 일치한다.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천근성으로 뿌리부가 토양을 고정하면서 산사태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집단고사로 인해 2013년 이후 실제로 지리산에 대규모 토사가 쓸려갔다.

녹색연합에 의하면 “지리산과 한라산의 집단서식지가 사라질 경우엔 나무의 명맥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진다. 구상나무의 전 지구적인 멸종이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속도대로라면 구상나무 멸종이 벌써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맞다”며, “실제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이미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선정해 레드리스트에 올린 바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구상나무가 아직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되지 않은 상태다. 이제라도 환경부가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본격적인 관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가문비나무, 좀비나무, 분비나무 등 고산수종들과 함께 한반도 기후변화 지표종인 구상나무는 지난 2010년 국립수목원에 의해 기후취약종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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