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을 더자이언트(주) 대표
임병을 더자이언트(주) 대표

조경이 아닌 것들과의 콜라보. 우리분야가 아닌 분야와의 협업을 한다면 우리 후배들에게 조경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비즈니스 세계가 될 것이다! 정통하되 엉뚱한 조경계 동지들이 많이 생기길 바래보면서 이번 글을 쓴다.

사업이 잘 되게 돕는 경영컨설턴트, 건물세입자부터 건물주까지 이익을 창출하는 부동산전문가, 그리고 조경전문가가 결합한다면? 사람들에게 외면 받던 원룸 건물의 1층에 카페를 입점시키고 맹지와 다름없던 자투리 땅은 목재데크와 인조잔디, 조명을 이용해 분위기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내 건물의 가치는 오르고 카페 사업자는 수익을 내고, 몇몇 젊은이들이 SNS를 통해 핫플레이스로 소문까지 내면서 주변의 침체됐던 상권도 회복이 된다.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이정도 소규모 개선으로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컴퓨터 속에 가상공간과 다양한 기능을 만들어내는 웹디자이너와 UX, UI 개발/분석전문가, 그리고 조경전문가가 협업을 한다면? 우리가 접속하는 웹사이트 특정 기능의 사용에 따라 국내외 헐벗은 땅에 나무가 기부되고, 웹과 앱 사용자의 패턴에 따라 심리적 안정을 주는 조경이미지나 소재가 제공된다. 회사나 개인의 손 위에서 항상 켜져 있는 컴퓨터 및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이나 스크린세이버가 그저 그림이 아니라 그 자체가 그린인테리어로서 새로운 형태의 환경이 되기도 하고 가상공간 내에서 현실세계와 소통하고 실질 이익도 만들어주는 O2O 서비스가 된다. 캐시슬라이드처럼.

‘조경의, 조경에 의한, 조경을 위한’ 내부지향적 사고를 잠시 버리고, 이제는 각계 분야와 폭넓은 협업을 해야만 조경의 업역이 더 넓어지고 일반인들이 느끼는 조경의 필요성과 인지도 제고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조경이 성장하고, 조경전문가인 우리들의 활동범위를 넓히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협동이나 협력이 아니라 ‘협업’을 통해서 말이다.

사실 우리는 협동, 협력, 협업 등의 단어를 명확하기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협동이란, 사전적 의미로 ‘서로 마음과 힘을 하나로 합함’을 말하며, 협력이란, ‘힘을 합하여 서로 도움’을 일컫는다. 하나의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협력하는 것이 협동이고, 협력은 하나의 팀인지 여부는 상관없이 서로 돕는 경우를 말한다. 협동 및 협력은 그 당사자들이 같은 신분, 같은 업종, 같은 직무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협업이란 ‘하나의 완성품(결과물)을 만들기 위하여 노동을 하거나 제품(부품) 등을 생산함에 있어 서로 다른 각 노동자가 행하는 개별적인 생산 활동이 모두 종류를 달리하거나 또는 그 일부가 상이하여 각 노동자간에 행하는 개별적인 생산 활동의 전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최종적인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경우’를 일컫는다. 다시 말하면, 공통된 하나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각기 다른 업종, 직무가 모여 협동하는 것이다. 협업의 핵심은 ‘서로 다른 역할의 조합’이라는 것이다.

협업을 하면, 협업팀 내에 내 분야는 나 하나만 존재하는 셈이기 때문에 자신의 전문성을 침해받지 않으면서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본인 스스로도 더욱 역량계발에 힘쓰게 된다. 서로를 존중하는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원 팀(One Team)은 그렇게 시너지를 내며 완전히 새로운 사업, 산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필자가 2015년에 출간한 첫 번째 책 「나무의 생사법칙」은 혼자 집필했다. 이후, 2017년에는 5명의 각기 다른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경영지도사가 함께 모여 「성공해놓고 시작하는 창업」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올해는 기업경영에 관한 공인 자격사 7명(경영지도사, 노무사, 법무사, 변리사,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이 모여 「변호사처럼 창업하고 대기업처럼 운영하라」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공인 자격사 7명이 공동으로 책을 출간한 것은 적어도 국내에서 최초다.) 혼자 쓴 첫 번째 책을 쓸 때는 원고작업만 1년 이상에, 출간하기까지 총 2년여의 시간이 걸렸으나 5명이 쓴 두 번째 책은 약 10개월, 7명이 쓴 세 번째 책은 약 6개월 정도 걸렸다. 인원이 늘어날수록 집필할 양과 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 듯싶다. 하지만 직접 해보시라. 오히려 혼자 쓰는 게 낫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두 가지다.

첫째, 5명, 7명이 단순히 자기 분야를 따로따로 집필한 것이 아니라 마치 1명이 쓴 것처럼 전체 흐름과 톤이 일관됐다는 것. 그래서 독자들이나 이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강의를 요청하는 기관으로부터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협동이나 협력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결과다.

둘째, 혼자 쓴 책은 필자 본인에게만 강의 및 관련 수입이 생기는 결과를 만들었지만 함께 쓴 책은 저자 모두가 함께 강의, 코칭을 하면서 혼자일 때보다 더 크고 더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한 저자가 다른 저자에게 사업기회를 찾아주는 시스템으로까지 자리 잡게 되었다. 나의 영업력, 영업채널이 몇 배는 더 커진 것이고 내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와 인적 네트워크가 상당히 넓어지며 내 사업이 성장하는 효과를 유발한 것이다.

협업에서 가장 주의해야할 것은 협업하려는 당사자들의 협업에 대한 이해와 의지, 그리고 실제 협업에 지장을 주는 협업장벽이다. 서로의 의사소통, 정보공유, 네트워크에 대한 장벽을 해소하면서 진짜 콜라보레이션을 해보자. 그리하여 우리 후배들에게 조경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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