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에서 내려다 본 농다리  [사진 지재호 기자]
정자에서 내려다 본 농다리 [사진 지재호 기자]

 

[Landscape Times 지재호] 28칸의 교각으로 이루어진 지방유형문화재 28호 진천 농다리(농교)는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에 위치한 사력 암질의 자석을 쌓아 축조한 다리다.

돌다리가 특별할 것이 뭐가 있겠냐며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천년된 돌다리를 바라보면서 똑 같은 반문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난 천년 동안 현대 건축의 발달로 많은 다리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농다리 만큼 튼실하게 버티고 있는 다리는 세계적으로도 그리 많지 않다.

농다리 부근에 있는 징검다리 풍경  [사진 지재호 기자]
농다리 부근에 있는 징검다리 풍경 [사진 지재호 기자]
폭포는 역시나 청량감을 선사한다  [사진 지재호 기자]
폭포는 역시나 청량감을 선사한다 [사진 지재호 기자]

 

 

전설이 그려지는 풍경

세금천이 흐르는 자리에 꿈틀거리며 기어가는 지네 모양을 하고 있는 농다리는 보는 위치에 따라 꿈틀거림이 느껴질 정도로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고려 초기에 임장군(고려 초기 진천 지역 호족 임희 또는 고려 임연 장군이라는 설이 있다)이 여느 때와 같이 추운 겨울에 세수를 하다가 건너편에서 어느 처자가 세금천을 건너려 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그 모습을 기이하게 여긴 임장군은 여인에게 사연을 물었고 여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친정으로 가야 하는데 건너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효심에 감동한 임장군은 용마를 타고 돌을 실어 날라 농다리를 만들었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징검다리에서 세금천(미호천) 상류를 바라본 풍경  [사진 지재호 기자]
징검다리에서 세금천(미호천) 상류를 바라본 풍경 [사진 지재호 기자]
농다리 건너에 위치한 농암정   [사진 지재호 기자]
농다리 건너에 위치한 농암정 [사진 지재호 기자]

 

 

당혹스런 설화의 웃픔

농다리를 축조한 임장군과 관련된 전설도 있지만 설화는 가슴아프다. 임씨네 집안에는 힘이 장사인 아들과 딸이 있는데 둘 다 힘이 장사라서 늘 힘 겨루기를 했다고 한다.

어느 날 임장군은 굽이 높은 나무 신을 신고 목매기송아지를 끌고 서울을 다녀오고, 딸은 농다리를 놓기로 했다고 한다. 그것도 지는 사람이 죽는 것이라니...

그런데 얼마 후 딸이 농다리를 거의 다 완성해 갈 즈음 임장군은 돌아올 기미가 없어 보였다. 그러자 어머니는 임장군을 살리기 위해 딸에게 먹을 것을 연신 가져다주면서 시간을 끌었고 결국 임장군이 먼저 도착하자 화가 난 딸은 치마에 있던 돌을 내리치며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지금도 딸이 내리친 돌은 그대로 박혀 있다고 한다.

농다리의 총 길이는 93.6m로 폭이 3.6m, 교각은 1.2m 정도다. 교각 사이의 내폭은 80cm 내외로 어떤 곳에도 석회 등을 바르지 않고 순수 돌로만 쌓은 돌다리 임에도 견고함은 천년이라는 시간이 대신한다.

인공 폭포수 위에 자리하고 있는 농암정에 오르면 초평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35도 폭염에도 시원한 바람은 에어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부드럽다.

본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뚜벅이 여행이 오는 9월 8일 농다리를 다녀 올 예정이라고 한다. 여행자들에게 반드시 농다리를 먼저 건너기보다 징검다리를 건너 폭포를 보고 농다리 옆에 있는 정자 또는 데크에서 농다리를 감상하고 성황당, 하늘다리를 다녀 온 후 마지막에 건너기를 추천한다. 그 이유는 마지막에 건널 때 알게 되는 개개인의 감성에 맡긴다.

[한국조경신문]

 

농암정 정상에서 내려다 본 초평지. 이 곳에서는 34도 폭염 속에서도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로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이 좋다   [사진 지재호 기자]
농암정 정상에서 내려다 본 초평지. 이 곳에서는 34도 폭염 속에서도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로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이 좋다 [사진 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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